보는이 없어도 온 힘을 다해 피고 지는 꽃들

[슬라이드]6월에 만난 꽃들

등록 2009.06.30 15:03수정 2009.06.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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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나도 모르게 의미심장한 말처럼 느껴집니다만, 마지막은 처음과 맞붙어있으므로 또다른 세상을 열어가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6월의 들판에 피어난 꽃들, 다 눈맞춤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마음이야 한 번씩 바라보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주며 '수고했다!'하고 싶었는 올해 6월은 그들과 눈맞춤하는 것도 죄인양 살아야 했습니다.

 

들판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피고 지는 순리를 어기지 않습니다.

자기 혼자 피어있겠다고 우기지 않고, 자기의 때를 다하면 다른 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쉼의 시간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쉼으로 또다시 힘을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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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리 6월 29일/ 경기도 퇴촌 ⓒ 김민수

▲ 어수리 6월 29일/ 경기도 퇴촌 ⓒ 김민수

 

그들은 어느곳이라도 싹을 내고, 뿌리를 내리면 옥토가 아니라도 최선을 다해 피어납니다. 척박한 환경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해도 그냥 꽃입니다. 그와 같이 사람도 어느 위치에 있든지 그냥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살아가고자 하는 열정과 땀흘려 일한 마음만 있으면 사람 대접받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보는 이 없어도 온 힘을 다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남들이 보지 못하고 알아주지 않는 나의 삶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는지 돌아봅니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입시교육의 포로가 되어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에게 눈길줄 시간조차도 없네요. 참으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군요. 돈이나 권력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한 것이야 안타까워할 일도 아니지만 생계를 걱정하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어떻게 하든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힘쓰는 이들도 있으니 참으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 참 좋은 세상이 되어 천천히 들판을 배회하며 우리꽃을 바라보아도 마음에 죄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06.30 15:03 ⓒ 2009 OhmyNews
#야생화 #들꽃 #입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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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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