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압록강 동쪽에 소치 따를 화가가 없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운림산방'... 문화와 예술의 고장, 진도 기행

등록 2009.07.07 10:45수정 2009.07.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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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묵죽도(墨竹圖) ⓒ 임현철


'문화를 알면 다 아는 것'이라고 한다. 문화에 정신과 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게다. 

사실 진도 여행에서 가장 주목했던 게 전통 남화의 성지 '운림산방'이었다. 이런 문화를 꽃 피울 수 있는 자체가 부러웠다. 하기야 아리랑, 씻김굿, 만가 등 문화가 살아 있는 진도가 남종화의 산실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눈만 돌리면 바다가 보이는 섬. 그러나 진도읍에 들어서니 보이던 바다가 몽땅 사라졌다. 대신 산이 병풍처럼 서 있었다. 그 안에 '운림산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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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가 그림을 그렸다는 운림산방.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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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추경산수도(秋景山水圖, 초년작, 43×30.5㎝) ⓒ 임현철


'운림산방', 소치 일가 4대 대화맥 이어

운림산방은 세계 유일의 일가직계 남종화 대가인 소치 허련, 미산 허영, 남농 허건, 임전 허문 등 4대 화맥이 20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화맥의 산실이다.

<운림산방 화맥>

초대 소치(小痴) 허련(許練, 1808~1893) - "지성으로 피워낸 묵향"


소치는 두륜산방(현, 해남 대흥사)의 초의선사 밑에서 공제 윤두서의 화첩을 보면서 그림을 익혔다. 추사 김정희 밑에서 서화수업을 받았다. 추사 김정희로부터 "압록강 동쪽에 소치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 "소치 그림이 내 것보다 낫다"는 찬사를 들었을 정도. 조선 말 한국 남종문인화의 발전에 기여하며, 근대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였다.

2대 미산(米山) 허형(許瀅, 1861~1938) - "가난 속에 살다간 서민 화가"

미산은 천연두에 걸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뒤늦게 재주가 드러나 화업을 계승했다. 미산의 작품들은 묵화풍이 두드러진다. 묵모란, 묵송, 묵죽, 묵매 등 묵화를 주로 그렸다. 그중, 묵모란과 묵매는 부친을 능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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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의 노매도(老梅圖, 1893, 110×44.5㎝, 좌)와 미점산수도(米點山水圖, 중년작, 117×47㎝, 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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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부춘산도(富春山圖, 노년작, 32.5×23㎝) ⓒ 임현철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운림산방'

3대 남농(南農) 허건(許楗, 1908~1987) - "갈필산수로 피워낸 신남화"

남농은 남종회화예술을 현대 감각으로 승화시켜 새로운 화풍인 '신 남화'를 일구어낸 장본인이다. 가문의 필법인 갈필법을 사용하여 고향의 산야, 산사 등 풍경을 걸작으로 남겼다. 거친 선으로 빚어낸 소나무의 독특한 구성과 생동감 있는 강력한 필선은 역작으로 평가된다.

4대 임전(林田) 허문(許文) - "구름과 안개의 화가"

임전은 요절한 천재화가 허림의 독자이다. 그는 허씨 가문의 갈필법을 연구하며 수묵 농담을 이용해 화면 전체를 동적으로 전개시킨 '운무산수화'란 독창적 화풍을 일구었다. 현재 한국 화단에서 중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소치 생가 옆에 자리한 소치기념관은 소치, 미산, 남농 등 3대에 걸친 예술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서화류와 수석전시실, 영상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소치 생가 앞의 운림지 한가운데에는 소치가 심은 배롱나무가 그의 정신을 전해주고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란 사실을 알게 하는 현장 중 하나가 '운림산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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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전의 산운(山雲, 1998, 60×45㎝)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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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농의 삼송도(三松圖)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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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전의 비폭(飛瀑, 1985, 52×42㎝)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운림산방 #진도 #소치 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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