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 가까운 산이 명산이다

금정산(해발 801m)등반(동문~북문~고당봉)

등록 2009.07.08 20:15수정 2009.07.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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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동문에서...북문...고당봉까지...산성길에서~ ⓒ 이명화

▲ 금정산 동문에서...북문...고당봉까지...산성길에서~ ⓒ 이명화

역시 가까운 산이 명산이다. 서울.강화 여행을 다녀 온 뒤 금정산이 보고 싶었다. 이번 금정산 등반은 동문을 기점으로 해서 북문까지 가려고 한다. 결국 북문에서 멀지 않은 금정산의 최고봉 고당봉까지 올랐지만 말이다.

 

부산시내로 접어들어 온천동 식물원 입구에서 평일에는 시민들을 위해 주차장을 마음껏 개방하는 온천제일교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산성버스(좌석버스 302번)를 타고 산성길을 올라간다. 동문입구까지 올라가는 길은 꼬불꼬불 높이 흔들리며 춤추듯 흔들리며 올라간다. 산성버스엔 금정산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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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동문... ⓒ 이명화

▲ 금정산... 동문... ⓒ 이명화

 

토요일이라 산으로 향하는 이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것 같다. 가파른 성삼재 길을 올라가는 것처럼 비틀비틀 버스는 출렁거린다. 10시 55분, 동문입구에 도착,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내려 앞서 가 버리고 호젓한 넓은 숲길 따라 걷는다.

 

며칠 전 북한산의 급하고 가파른 등산로를 올랐을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금정산은 우리를 반긴다. 자주 만났던 산이라 그런 걸까. 다시 보니 반갑다. 그 얼굴 한 번 넉넉하고 부드럽고 포근하고 친근하다. 화강암의 풍화로 인한 기암절벽이 많아 녹녹치 않은 산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는 넉넉함과 너그러움, 따뜻함이다.

 

멀리 서울까지 가서 긴 시간을 들여 북한산을 보고 왔더니, 더욱 반가운 금정산 등산길이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역시 가까이 있는 금정산이 명산이다. 금정산은 높이 801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역동적인 남성성과 따뜻한 모성을 두루 갖춘 산이다. 한없이 너그러운가 하면, 범상치 않은 위엄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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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산성길따라 걷는 사람들... ⓒ 이명화

▲ 금정산 ...산성길따라 걷는 사람들... ⓒ 이명화

높이 801m, 부산광역시 금정구와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경계에 걸쳐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산이다. 주봉인 고당봉은 낙동강 지류와 동래구를 흐르는 수영강의 분수계를 이루는 화강암의 봉우리로 북으로 장군봉(727m), 남쪽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백양산(642m)까지 산세가 이어져 있고, 그 사이로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리봉 등의 준봉이 펼쳐져 있다.

 

나무와 물이 풍부한데다 화강암의 풍화로 인한 기암절벽들이 솟아 있다. 북쪽으로 산정으로부터 남쪽으로 ㄷ 자 형을 이루는 금정산성(사적215)이 있는데 이 성은 삼국시대에 축성되었으며 한국 옛 산성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중에는 약수터가 14군데, 수목 2,300여 종과 600여 마리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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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산성길 따라... ⓒ 이명화

▲ 금정산... 산성길 따라... ⓒ 이명화

산의 북동쪽 계곡부에 한국5대 사찰 중 하나인 범어사가 있으며 주변 기슭에는 금강공원, 성지곡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무엇이든 품는 순하고 넓은 가슴을 내미는 금정산...동문을 지나 나무그늘 아래 흙 밭에 앉아 휴식하며 간식을 먹는다. 아침밥을 안 먹고 나왔기에 여기서 아예 자리를 펴고 앉은 김에 도시락을 먹는다.

 

상쾌한 바람 솔솔~ 계속 이어지는 등산객 행렬...아버지와 아들...온 가족이 함께, 부부가 함께, 혹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1시 40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출발한다. 키 큰 소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 있고, 그 사이로 부는 솔바람 솔솔 상쾌하다. 동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길엔 키 큰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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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산성길에서 내려다 본...부산시내와 해동수원지... ⓒ 이명화

▲ 금정산 산성길에서 내려다 본...부산시내와 해동수원지... ⓒ 이명화

그러고 보니 금정산엔 소나무들이 참 많다. 예전엔 동문에서 북문까지 가는 길엔 주 등산로 옆 좁은 산성 길 따라 걸었지만 이번엔 주등산로를 따라 걸어보려 한다. 부드러운 흙길 이어지고, 넓고 호젓한 숲길 따라 산보하듯 소나무 숲 사이로 걷는 길 곳곳엔 자연방석 넓고 편편한 바위들이 많아 사람들이 여기 저기 앉아 쉬고 있는 모습 보인다.

 

올라가는 사람, 하산하는 사람들로 등산로엔 사람들과 스쳐지나가지만 전혀 번잡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조망이 드러나는 바위에 올라 앉아 휴식, 뒤 돌아보니 산성마을이 산에 안겨있는 듯 산자락 아래 앉아 있다. 그 위로 파리봉, 상계봉 능선이 잇고 있다. 4망루 밑 안부를 지나고 부채바위 옆을 지난다. 낮 1시, 4망루에 도착, 4망루에 올라앉으니 바람이 펄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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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산성길에서... ⓒ 이명화

▲ 금정산... 산성길에서... ⓒ 이명화

차갑고 상쾌한 바람이다. 사람들이 앉아 쉬며 수다로 흥겨워 하는 모습을 보며 망루에서 내려가 길을 걷는다. 4망루를 지나 의상봉을 옆에 끼고 주등산로를 따라 걷는 길, 숲에 드니 시원하다. 동문에서 북문까지 이어지는 넉넉한 길을 걷다보니 서울 북한산과 자연히 비교해 생각된다.

 

우뚝우뚝 솟아오른 봉우리 높은 서울 북한산은 기상 높아 보이고 압도하는 역동성과 남성성이 느껴지는 것이 북한산이라면, 금정산은 포근하고 너그러이 품는 모산이다. 높은 바위 흙도 없는 척박한 곳에 생명을 붙이고 살아가는 비탈의 나무들처럼 서울 살이 하는 사람들의 각박한 현실처럼 각박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북한산이라면, 금정산은 그 어떤 것도 품을 것처럼 가슴 넉넉히 펼쳐, 아늑히 품고 또 품는 넉넉함과 여유가 있는 산이다.

 

석모도 해명산 등반할 때였던가. 서울서 왔다는 사람들과 함께 얘기 하던 중, 서울사람들은 북한산을, 우린 금정산이 더 낫다고 서로 주장했던 적이 있다. 그런가보다. 서울사람은북한산을, 우린 늘 자주 찾는 금정산이 좋은가보다.
 
동문에서 북문까지의 거리는 총 3.9km이다. 북문에 도착(2:05), 시원 상쾌한 바람이 분다. 북문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휴식하고 있다. 북문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고 숲에 들어 넓은 바위를 즐비한 곳에서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 넓은 바위하나 찾아 자리 깔고 앉는다. 산성 길의 포근함과 넉넉함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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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동문에서 북문으로 이어지는 산성길... ⓒ 이명화

▲ 금정산... 동문에서 북문으로 이어지는 산성길... ⓒ 이명화

졸음이 쏟아진다. 서늘한 그늘진 숲, 넓은 바위들, 쉼터로 손색이 없다. 바위에 앉아 점심도시락을 먹은 뒤, 길게 누워 잔다. 1시간 정도 잤을까. 바위에 올라 누워 이렇게 맛있게, 길게 자 본 것은 처음 인 것 같다. 3시 30분, 북문까지만 걸어 보려했던 계획을 변경, 고당봉까지 내처 걷는다. 북문 숲 그늘에서 잠을 잔 것이 이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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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북문 앞에서...전에 없던 깃발이 나부끼고... ⓒ 이명화

▲ 금정산... 북문 앞에서...전에 없던 깃발이 나부끼고... ⓒ 이명화

그래도 여러 날 여행 끝에 감행한 산행이어서인지 몸은 무겁다. 4시 15분, 금정산 정상 고당봉에 도착한다.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번지면서 날은 흐려진다. 약 15분가량 금정산 정상 바위에 앉아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이제 슬슬 추워진다. 4시 30분, 하산한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등산길에 수없이 많았던 사람들 뿔뿔이 흩어지고 하산 길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숲 그늘은 짙다. 한참 숲길을 내려 오다보니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길가에 앉아 쉬고 있다. 급히 내려오던 발걸음에 여유가 생긴다. 농막 앞 도착, 오후 5시 40분이다. 선선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앉아있으니 중도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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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 ⓒ 이명화

▲ 금정산... 고당봉...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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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에서 하산하는 길.. ⓒ 이명화

▲ 금정산... 고당봉에서 하산하는 길.. ⓒ 이명화

 

농막 앞 수돗가 근처엔 코스모스 흐드러졌다. 수돗가에서 손 씻던 한 중년남자가 '이 꽃 이름이 뭐더라?' 하고 묻고, 자기네들끼리 얘기주고 받으면서 걷다가 '회장, 이 꽃이 무슨 꽃이지?' 무엇이라고 대답을 했는지 되묻는 말, "장미가 아니고?" 한다. 웃지도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웃음이 나온다.

 

충분히 휴식 후 범어사로 내려간다. 오후 6시 정각, 범어사 도착, 범어사 아래 버스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 10분이다. 역시 가까운 산이 최고다. 멀리 있지 않아서 좋은 산, 가까이 있어도 갖출 건 다 갖춘 산, 좋은 산 찾아 먼데까지 갔다 오니 더욱 좋은 산, 멋진 금정산, 그 산에 넉넉하게 안겨 있다 온 시간이었다.

 

산행수첩

1. 일시: 2009년 6월 27일(토), 맑았다 흐림

2. 산행기점: 동문

3. 산행시간: 7시간 15분

4. 진행: 도운입구(10:55)-동문(11:05)-식사후 출발(11:40)-4망루(1:00)-원효봉(687m, 1:45)-북문(2:05)-점심식사후 출발(3:30)-고당봉(801m, 4:15)-하산(4:30)-범어사(6:00)-범어사 버스정류장(6:10)

5. 특징: ①동문-북문:3.9km

   ②금정산 주 등산로: 고당봉-북문-남문-상계봉-파리봉:5km

2009.07.08 20:15 ⓒ 2009 OhmyNews
#금정산 #동문 #북문 #고당봉 #산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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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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