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소녀 홀로 세계여행, 20세엔 책 내고

<길은 학교다>의 저자 이보라 양을 만나다

등록 2009.07.09 15:09수정 2009.07.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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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출신의 18세 소녀가 홀로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세계여행을 갔다 왔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인도, 네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중국, 티베트 등 8개국이다. 고 1년을 마치고 학교 자퇴 후 8개월 동안 다녀온 세계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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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어느 공원 앞에서 폼을 잡았다. 아직도 얼굴에는 장난기가 많은 갓 스무살 아가씨다. '로드스쿨러'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앞으로 친구들과 함께 '로드스쿨러'란 책도 낼 예정이다. ⓒ 이보라


혼자 여행계획 세우고, 혼자 여행 떠나고

처음 배낭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보라양의 엄마는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3개월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엄마를 설득한 결과 허락받았다. 그 다음 해결 과제는 돈. 그녀가 혼자서 세계여행 계획을 세우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후원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모두 800만 원이 모였고, 그중 700만 원을 사용했다. 8개월 동안 여행을 준비하고, 8개월 동안 여행을 갔다 온 셈이다.

미지의 세계, 소녀 홀로 세운 계획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물론 계획은 계획일 뿐. 실제로는 코스와 일정이 수시로 변경되었다. 덕분에 계획 리스트에 없던 중국과 티베트를 덤으로 가게 되기도 했다.

동남아 8개국을 돌아다니면서 그녀는 새로운 사실 하나에 놀랐다. '나 홀로 배낭여행'을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다닌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녀가 실제로 만난 '나 홀로 배낭족'들이다.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 고모


겁도 없이 혼자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중3때의 경험이었다. 고모의 권유와 지원으로 한 달 간 다녀온 '인도여행 캠프'. 그때 얻었던 자신감은 고스란히 '홀로 배낭여행'에서 발휘되었다.

고모가 그렇게 그녀를 지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보라양의 부모가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다보니 고모는 보라양 남매(남동생)를 더 각별하게 관심을 가졌다. '홀로 배낭여행'때도 고모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핸디캡이 될 수 있는 집안 환경이 오히려 어렸을 적부터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인데 너는 너만 생각하느냐?"
"평범하게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할 일이지 무슨......"

이러한 비난을 일부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들을 때도 고모는 여전히 그녀를 밀어주었다. 보라 양의 담임교사와 주변 사람들이 좋은 생각이라며 응원해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로드스쿨러'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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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양이 쓴 '길은 학교다(한겨레출판)'의 표지다. 보라 양이 8개월 동안 해외여행을 준비한 과정, 8개월 동안 여행한 과정, 여행을 다녀와서 다큐메터리를 제작하는 등의 여행후기 등이 담겨있다. ⓒ 한겨레출판사

고글리('고'정희 문학상을 통해 만나, '글'도 쓰고 문화작업도 하는 '리(마을)'라는 이름의 1020 청소년 문화 작업자 연대)를 통해 만난 친구들은 그녀의 또 다른 지원군들이다. 그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 내놓은 책 '길은 학교다(한겨레 출판, 2009.5.22)'는 그녀와 친구들을 '로드 스쿨러'로 만들었다.

여행을 갔다 온 후 달라진 꿈, 다큐멘터리 제작 감독이 되는 것. 19세 땐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를 제작해 '2008 대전독립영화제 장려상 수상, 제 10회 한국청소년 영상제와 제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 초청' 등의 성과도 올렸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학학교 방송영상학과에 다니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학습공간을 넘나들며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 '로드스쿨러'. 주 1회 정기모임을 가지는 그녀의 '고글리'친구들이 바로 같은 '로드스쿨러'들이다. 올해 가을쯤이면 '로드스쿨러'란 제목으로 친구들과 함께 만든 책이 나올 예정이다.

내가 만난 보라양은...

이렇게까지 말하고 나니 '이보라'는 천재인가보다 할 수 있겠다. '다른 소녀들과 달리 뭔가  특별한 게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할 수도 있겠다. '가정형편도 꽤나 괜찮겠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8일 안성 집에서 만나보니 그런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이었을 뿐. 외모로 보나 사람대하는 것으로 보나  아주 평범함 그 자체였다. 단지 조금 더 발랄하고 자신감이 있다는 것 외에는. 가정형편도 아버지가 '액세서리 노점상', 어머니가 '농아인협회 수화통역사'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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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보라 양의 가족이다. 농아인 아빠는 전에 액세서리 노점상을 했고, 지금은 미군부대 내에서 혁필을 직접 써서 팔고 있다. 농아인 엄마는 농아인협회 수화통역사이고, 현재 남동생은 간디 학교 고3이다. 사진은 보라 양이 고1 때 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 송상호


"내가 만난 친구들 중에선 학교를 자퇴하고 홀로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꽤나 많았어요. 저는 단지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죠."

그렇다. 평범함과 비범함의 차이. 그것은 실천 여부였던 것. '로드스쿨러'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그녀와 친구들. 그들은 단지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가라'는 문구를 실천하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앞으로 '로드스쿨러'들의 활약이 기대 된다.

                                                       이보라 블로그 http://blog.naver.com/bora5759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8일 이보라 양의 집인 안성 코아루 아파트에서 이루어졌다. 이보라 양과 대화 하기를 원한다면 보라양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bora5759 에 방문해보자.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8일 이보라 양의 집인 안성 코아루 아파트에서 이루어졌다. 이보라 양과 대화 하기를 원한다면 보라양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bora5759 에 방문해보자.
#로드스쿨러 #이보라 #길은 학교다 #고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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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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