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후에 이렇게 살고 싶다

내 삶의 마지막 부분을 멋지게 채우고 싶다

등록 2009.07.09 17:33수정 2009.07.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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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서 퇴직한 친구한테 전화를 해 보았다. 시립도서관에 있다는 것이다. 그 곳에 매일 출근을 하며 책보는 것이 소일거리라고 했다. 나는 일하느라고 바빠 죽겠는데 한가로이 책이나 보는 친구가 부러워서 한마디 했다.

 

  "나도 금방 자네 따라가네. 자네가 부러워 죽겠네."

  "말이 씨뎅께 그런 말 하지 마소. 나는 자네가 부러워 죽겠네. 나는 요즈음 손가락만 빨고 있네."

 

  친구는 지난 해 말에 퇴직을 했고 나는 올해 말에 퇴직을 한다. 친구는 할 일이 없어 도서관에 다니고 누가 같이 식사하자는 사람도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퇴직한 친구가 부럽다. 멀리까지 가서 혼자 사는 주말부부 생활도 지쳤고 실적과 불량채무자들과 싸워야 하는 연체관리의 스트레스에도 지쳤다. 이제 빨리 정년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하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영택(퇴직한 영감탱이)이들 삶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선배 영택이들은 전부 부정적인 말만한다.

 

  "그래도 현직에 있을 때가 좋네. 아무 말 말고 열심히 근무하고 나가라고 막 밀어 낼 때 까지는 붙어 있소."

 

  퇴직한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자진해서는 나오지 말고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붙어 있으라는 충고다.

 

  사실 지루하다. 농협생활 38년이다. 산천이 네 번이나 바뀌는 세월동안 여유없이 살았다. 상고를 졸업하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저녁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느라 선배들 눈치보며, 승진공부하느라 마음고생하는 등 내 직장생활은 고생의 연속이었다. 이제 끝내고 조용히 쉬고 싶다.

 

  오늘 전화가 왔다. 53년생인 직장동료였다. 전화의 내용은 올 해  말 퇴직하는 53년생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퇴직후에도 같이 어울리며 골프도 치고 놀러 다니자는 것이다.

 

 그 전화를 받고 바로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싫다. 우선 골프하러 다니자는 말에 부정적이다. 그들이 경제적으로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정년 후에 골프를 할만치 경제도 여유롭지 못하고 여럿이 어울리는 일을 싫어한다. 그리고 정년 후에까지 가급적이면 직장동인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 그들과 만나면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살아있을 것 같다. 직장생활에서의 경쟁의식 때문에 속엣말도 제대로 못하고 마음 편한 관계가 유지되지 못할 것 같다. 정년 후에는 직장생활의 모든 것을 다 잊고 싶다.

 

  정년 후에는 새로운 소일거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글쓰고 산에다니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 이제까지의 삶이 후회투성이의 삶이었다면 지금부터의 삶은 정말 알차게 성공적인 삶으로 내 삶의 마지막 부분을 채우고 싶다.

2009.07.09 17:33 ⓒ 2009 OhmyNews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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