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먹고사는 막장드라마 <밥줘!> 짜증폭발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등록 2009.07.10 15:43수정 2009.07.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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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처럼 꾹꾹 누르며 보게 되는 드라마 <밥줘> ⓒ imbc


또 하나의 막장드라마 계보를 잇는 드라마가 탄생했다. 바로 MBC 일일드라마 <밥줘!>이다. 방송이 되기 전까지 남편이 아내를 '밥데기' 취급을 하는, 뭐랄까, 막장드라마이기 보다는 여성들의 권리를 말해줄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는 '밥 줘!' 라는 그 뉘앙스가 주부인 나의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막장드라마였다. 바람을 피지만 뉘우침 아니 죄책감이 없는 듯한 뻔뻔함과 우격다짐의 불륜 현장의 습격, 더욱 강력하게 뻔뻔해지는 내연녀의 위풍당당 행동. 드라마의 주요 얼개는 세 자매의 각기 다른 부부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극의 중심은 불륜이다.

기획의도에서는 이 세상에 결혼이 무덤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그래서 우리 일상의 부부 속에서 결혼과 가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그런데 <밥줘!>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식상한 소재를 더욱 자극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마도 그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대체 <밥줘!>의 문제는 불과 몇 달 전에 끝이 난 <아내의 유혹>과 비슷한 구도를 취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있다. 그래서 로맨스라고 하기엔 도저치 포장될 수 없는, 공감을 하려고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 문제이다.



로맨스라고 포장도 안 되는 불륜


극의 중심축인 영란(하희라)과 선우(김성민)의 부부 이야기는 비상식적이다. 결혼 전 과묵한 것이라 믿었던 영란. 결혼 생활 10년 해보니 남편 선우는 집에 들어오면 "밥 줘!" 밖에 모른다. 그래도 성실하고 묵묵한 남편을 믿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이 남자, 결혼 전 헤어진 여자 화진과 불륜을 저지른다.


부부생활을 하면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던 두 사람이지만 화진이 이혼을 하고 귀국한 후 곧바로 불륜의 불씨를 당긴다. 이것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인데 이 두 사람이 영란에게 대하는 태도에 더욱더 분노가 치밀게 만든다.

남편 선우는 한 마디로 사이코 패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뻔뻔하다. 영란이 불륜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하자 '이혼불가'를 외친다. 이혼도 못하겠고 불륜도 멈출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 대게 불륜을 들킨 남자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불륜을 저지르던 것에 반해 이 남자 대체 무엇이 당당한지 부인 영란에게 뻔뻔하다.

영란의 식구들이 화진을 압박하고, 자신의 말을 번번히 무시하자 외려 화를 내기까지 한다. 며칠 전에는 부부강간을 의심케 하는 장면까지 등장하면서 선우란 캐릭터가 대체 실제로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을 정도로 상식을 넘어섰다.

적어도 <아내의 유혹>의 교빈(변우민)의 캐릭터는 우유부단하면서 여색을 밝히는 그런 남성으로 등장했지만 선우만큼은 아니었다. 선우의 캐릭터가 이렇다보니 영란의 반란도 상식을 넘어섰다.

남편이 서재에 잠을 자자 새벽부터 일어나 감금시키고, 몸싸움으로 생긴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며 생글생글 웃으며 남편 회사를 찾아가 "남편이 바람이 나더니 폭력까지 행사한다"고 이야기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밥줘!>의 인기전략은 불륜 조장

내연녀 화진은 더하다.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잘라 영란의 집에 불청객 손님으로 와 선우가 영란과 이혼을 하지 않는 이유를 열거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비상식적인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 특이한 것은 불륜을 즐기는 선우와 화진의 태도이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주장하면서 가정을 만들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란에게 이혼을 요구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륜의 짜릿함과 스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화진은 선우가 이혼을 소유욕과 대외용으로 이혼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이혼을 부추기지 않는다. 그저 불륜 상대로 자신들의 만남을 사랑으로 포장하며 즐기고 있다. 남편 선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모습은 분명 이제껏 드라마에서 나온 불륜의 유형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가 차별화하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을 색다르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불륜의 내성이 강해진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좀 더 자극적이며 좀 더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들을 탄생시킨 듯싶다. 그래서 <밥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들로 넘쳐나고 불륜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자극적이다.

영란이 복수를 다짐하며 반격에 나서 앞으로 세 사람 간의 얽힌 일들의 진행이 불 보듯 뻔하다. 드라마에서 대체 부부가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선우와 영란 부부를 제외하고 등장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비중이 높지도 않을뿐더러 그들의 부부의 모든 패턴은 선우와 영란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보다 선우와 영란 그리고 화진의 관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란의 큰 언니는 영심(김혜선)은 초반부터 두 부부 문제에 개입해 화진을 폭행하고 집안 살림을 부수는 등 동생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영란의 동생 영미(오윤아)도 이미 화진을 찾아가 따귀를 때리며 일갈하고 섬뜩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형부 불러. 난 널 죽이지 않을거야. 보는 앞에서 죽을만큼 패줄거야!"라며 언니를 위해 역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부부 이야기보다 영란을 위한 도우미를 자청하며 폭력적인 모습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 <밥줘!>는 대체 과연 무슨 부부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조차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온전히 불륜에 치중해있다. 그리고 그 불륜이 시청자들에게 지루하지 않도록 느끼게 하기위해 더 강도가 높아진 불륜극을 펼쳐 보이고 있다. 결국 또 하나의 막장드라마가 탄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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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에 대응하는 영란의 모습도 가히 섬뜩한 복수를 선보이고 있어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로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 imbc


서명명 작가의 비상식적인 스토리 전개

특히 드라마의 전개방식과 캐릭터는 역시 서명명 작가 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이 작가 역시 막장드라마계의 대모 임성한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허황된 내용전개와 상식을 넘어 선 캐릭터가 주무기이다.

그래서인지 전작 <있을때 잘해>의 남자, 여자주인공의 캐릭터가 비슷하다. 오순애(하희라)와 하동규(김유석)의 캐릭터와 선우와 영란이 오버랩된다. 순애 또한 한평생 남편만을 보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당당하게 바람을 피는 남편을 알게된다. 동규 또한 선우처럼 아주 당당하다 못해 비열하기까지 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초반부터 불륜을 저지하기 위한 폭력이 <밥줘>의 주요 내용이다. 영란을 비롯해 언니 영심, 동생 영미, 친구까지 화진에게 폭력을 가한다. 폭력의 수위는 날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영미에게 맞은 화진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따귀 한 대를 맞았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선우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으리.

이처럼 서명명 작가 특유의 무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밥줘>는 불륜조장극으로서 명실상부 우뚝서고 있다. 더 이상 내용을 돌이켜 보기엔 너무 많이 진행되어버렸고 그렇다 보니 불륜을 강도높게 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밥줘 #하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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