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등록 2009.07.14 14:29수정 2009.07.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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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디어 수첩과 얇은 네임펜 하나를 샀다. 불현듯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그리거나, 긁적여 놓았다가 블로그에 올리기 위함인데, 게시판 이름은 '단촐한 상상 아이디어'다. 아직 아이디어에 자신이 없어서 '단촐한'이라는 머쓱한 수식어를 붙였지만, 누군가와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콩당콩당 뛴다.

요즘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된다. 얼마 전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다음 까페에는 '집단지성-사이트 새단장'이라는 게시판이 떴다. 한겨레 21에는 친노 신당세력이 "촛불의 집단지성을 모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경제 정규재 칼럼은 촛불집회의 집단지성론을 두고 웃기는 이야기라며 지혜로운 대중은 시위현장이나 군중집회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된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일컫는 용어'(네이버 백과사전)를 뜻한다. 왜 '집단지성'이 떴을까. 그것은 불온한 시대에 민중의 타는 목마름을 대변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열망이 '집단지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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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찰스 리드비터 지음. 이순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 21세기북스


이러한 열망을 잘 해설해 준 책 한 권이 있다. 바로 찰스 리드비터가 지은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필자는 솔직히 '더디가도 사람생각'하는 것이 덕(德)인 줄만 알았지 그게 궁극적으로 효율적이고 똑똑하다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필자의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생각을 바꿔주었다.

책은 펀투(Funtwo)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국인 기타리스트 임정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유튜브에 올려진 그의 기타 동영상은 2008년 말, 전세계 5100만명의 사람들이 보았다. 전통적 방식의 좁은 관문을 거치지 않고 펀투는 단박에 스타가 되었다. 책의 저자는 엄청난 '펀투 현상'을 두고 새로운 방식의 조직화 가능성을 점쳤다. 집단적인 자기표현, 자체 조직화 능력은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을 꾸리고 협업활동으로 새로운 대안을 창조한다.

집단지성의 확립에 중요한 것은 사회조직화다. 협업적 사고를 위한 아이디어는 '특별한 장소에서 일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며, 서로 다르지만 서로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는 통찰력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근거로 찰스 리드비터는 60만 명이 참여한 '아이러브비즈 게임'과 2억 5000만개의 단어를 갖고 있는 '위키피디아'의 사례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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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본문내용 ⓒ 21세기북스


책에 나와 있는 집단지성 이야기를 잠깐 살펴보자.


집단지성은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확고한 핵심 그룹과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걸러내는 다수의 사람들 간에 끊임없이 교류함으로써 아이디어를 더 폭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더 빠르게 검증한다.(p.117)

다양하기는 하지만 조각조각 분열된 공동체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p.119)

필자는 의문이 들었다. MBC 100분 토론도 힘이 드는데, 과연 집단지성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분단된 조국에서 애초 '분열된 공동체'는 예민한 부분이다. 책의 저자는 집단지성 사업모델를 통해 현실에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넘보고 있다. 현장에 맞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 그것이 답이었다.

책은 집단지성의 기원, 성공조건, 사업모델, 미래를 다루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함께 생각하라'라는 말이 나오는데, 아주 메시아적으로 들리는 말이라 나는 절로 충실한 신도가 되었다. '함께'의 원칙. 당신도 나와 같이 집단지성의 종교생활에 기꺼이 빠져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동세상> 8월호 서평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노동세상> 8월호 서평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찰스 리드비터 지음, 이순희 옮김,
21세기북스, 2009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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