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씌운 게 아닙니다!

수줍게 피었다가 이내 사라지는 망태버섯

등록 2009.07.16 15:58수정 2009.07.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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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 삼총사가 곱게 피어 가진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 조정숙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 기슭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용암사. 요즈음 새벽이면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조용했던 사찰이 시끌벅적하다. 환호성 소리가 정적을 깨고 온갖 새들과 풀벌레들까지 잠을 깨워 자연의 합창소리와 함께 이른 하루가 시작된다.

용암사 근처 주위에 노랑망사치마를 활짝 펼치고 수줍게 피어 사진가들을 유혹하고 있는 범인은 바로 망태버섯이다. 때문에 망태버섯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새벽이슬을 맞으며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진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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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 포자와 펼쳐진 망태버섯,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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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망사치마를 펼쳐 고운 속살을 가리고 있는 망태버섯 ⓒ 조정숙


망태버섯은 7~8월 장마철에 주로 핀다. 숲속의 잡목림 사이에서 자생하며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피어나기 때문에 망태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으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새벽 6시쯤 피기 시작하여 2~3시간에 걸쳐 자루가 성장하고 망태가 펼쳐지는데, 레이스 모양의 망태가 곱게 펼쳐진 모습을 담으려면 아침 일찍 나서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2시간가량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다가 사그라져 버리는 하루살이 버섯이기에 자칫 시간을 놓치면 망태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기에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사진가들은 화려하게 펼쳐지는 노랑치마를 만나는 순간 그동안의 더위와 모기와 싸웠던 고통은 순간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뱀알처럼 생긴 포자에서 자루가 솟아나와 망태가 퍼지는 속도는 급속히 이루어지며 강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 때문에 곤충들이 많이 모이는데 습하고 어둡기 때문에 특히 모기들이 극성을 부린다. 유난히 모기들이 좋아하는 체질을 타고난 나 같은 사람은 온몸을 돌돌 감싸고 눈만 빠끔히 나올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망태버섯이 펼쳐지는 모습에 감탄하며 화려한 레이스를 쓴 것 같은 망태버섯을 찍느라 기쁨에 넘쳐 정신을 놓으면 극성스런 모기들에게 헌혈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사진을 찍느라 열중하다 보면 낙엽 속에 숨겨져 있던 포자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밟고 지나가는데 세심한 주위 살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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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알처럼 생긴 망태버섯포자. 낙엽으로 다시 덮어주어야 레이스 모양의 치마를 펼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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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 점점 곱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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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과 낙엽 사이에 망사치마를 활짝 펼쳐 곱게 피어 있는 망태버섯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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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리본을 달고 있는 망태버섯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 조정숙


대나무 숲에서 자라는 망태버섯은 식용으로도 쓰이는데 당류, 아미노산, 미네랄 및 섬유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폐와 간을 보호해주고 혈압강하, 콜레스테롤 저하, 지방질 감소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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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로 쌍미륵이라고도 하며 11세기 작품이라고 한다. 두 개의 불상으로 나누어 새겨져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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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사 대웅전, 아담하고 작은 사찰이다. ⓒ 조정숙


동트기 전  아름다운 망태버섯을 감상하고 작품으로 담았다면 돌아가기 전 용암사 주위를 조용히 돌아보는 것도 좋다. 절 뒤편에는 천연바위에 새겨진 두 개의 커다란 석불입상이 있는데 그 웅장함이 대단하다. 

마애불로 쌍미륵이라고도 하며 11세기 작품이라고 한다. 바위 사이에 세로로 생긴 자연 틈을 이용해 두 개의 불상으로 나누어 새겨져 있는데, 전체 높이가 불두까지 합쳐 19.85m에 이른다고 한다. 천연 암벽을 이용해 불신을 만들고 그 위에 목·머리·갓을 따로 만들어 올린 특이한 형태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른 아침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찾아오는데 조용히 해야 할 경내 주위에서 시끄럽게 떠들기 때문에 불공을 드리는 스님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망태버섯 #용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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