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살아남기 2

교사의 길을 걸어가고 싶어하는 교사들에게

등록 2009.07.20 12:17수정 2009.07.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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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동료교사들에게 보내는 이야기

 

  교사의 길은 힘듭니다. 세상의 모든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들은 힘이 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정말로 힘이 드는 것은 가치 없는 힘든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입니다.  교사의 길은 한번 뿐인 삶을 걸고 도전해서 이루어 낼만한 의미 있는 길입니다.  한평생 교사의 길에 서서 최고의 스승이 되도록 끝없이 스스로를 단련시켜 가는 길은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몰입해 볼만한 일입니다.

 

  교사는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길입니다. 교사의 길에서 다른 어떤 길로 더 나아가지 않아도 되는 교사는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 교사로 한평생 교단에 서는 것이 교사의 길이고 그 길은 교단을 떠나는 날까지 의미 있는 길입니다. 교단에서 교사로 서 있는 매일 매일이 의미 있는 삶의 하루하루입니다.

 

  교사들은 방황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길에 대해 확신이 없습니다. 교사의 길을 걸어 나가는 자신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인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동료들도 교사의 길을 어서 벗어나는 일에 모두들 몰두해 가고 있습니다. 교사의 길에 그대로 서 있는 교사는 어느새 뒤쳐진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교사의 길에 서있는 교사를 정체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세상은 교사의 길에만 서 있지 말라고 자꾸 이야기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교사의 길을 버리고 다른 길로 나아가라고 매일 압박해 옵니다.

 

  교사가 되고 싶었고, 교사가 되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교사의 길을 걸어가고 싶은 수많은 교사들이 매일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리고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벗어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날마다 어서 교사의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젠 평생 교사이고 싶다는 말은 희귀한 철부지 교사의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교사의 길을 벗어나는 길에 대한 칭찬과 격려와 환호가 우리 주위에 가득합니다.

 

  교사가 될 후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인 우리들이 있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매일 빨리 교사의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과연 지금 교사인 우리는 무엇입니까? 교사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교사가 가치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매일 살아가게 되는 우리들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입니까?   교사란 인간을 가르치고 스스로 배워나가는 일을 평생 반복해가며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완성해 가는 존재입니다. 즉,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벗어난 교사는 교사가 아닙니다. 그것들은 모두 교사와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체계일 뿐입니다. 교감도 교장도 장학사도 교육장도 교육감도 엄밀히 교사는 아닙니다. 교단에 서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육의 본질은 교실에 있는 교사와 아이들입니다. 그것이 교육의 최고의 가치이자 최고의 목표이며 바로 교육 그 자체입니다.

 

 교사는 선생이고 스승입니다. 교사는 스승이 되기 위해 선생의 길을 가는 존재입니다. 교육에 있어 교사는 가장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자리입니다. 인류를 이끌어 온 위대한 스승들 모두 교사였습니다. 선생이었습니다. 그 자체로 최고의 스승이었습니다. 세상의 의미 있는 일을 해내는 모든 사람들은 바로 그 일에 몰입하여 자신을 최고의 경지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스스로 교사로서의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스승이 되는 것입니다.

 

 김연아가 매일 고되게 훈련하면서 수백 번 수천 번 얼음 위에 넘어져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어서 빙상을 떠나 빙상연맹회장이 되고 싶다고 기도하고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박지성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아가며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마음속으로는 어서 이 지겨운 그라운드를 떠나 나도 축구연맹회장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너무나 복잡한 여러 가지 문제로 얽혀 있고, 삶의 상황이 점점 더 불안해지고 치열해지면서 교사란 직업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에 대한 세상의 요구에 엄청난 변화가 있습니다. 이미 국가와 사회는 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보다는 살아남는 일에 몰두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삶의 가치와 보람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옳은 길과 현실적으로 강요되는 삶의 길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고, 교사 개인도 그것을 감당해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모든 교사가 순교자이거나 혁명가일 수는 없습니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도 일단 살아남아야 교사도 할 수 있고 의미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해 스스로를 완성시켜 나가고, 자신의 깨달음과 학문을 제자들에게 전해주고, 그 과정을 반복해 가며 가르치고 배우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교사와 제자가 삶을 함께 나누어간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교사의 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절대로 쉬운 길이 아닙니다. 우선 교사 스스로 자신이 교사인 것을 행복해 해야 합니다. 사회적인 분위기, 교육계 자체의 분위기와 압력은 둘째치고, 교사 스스로 교사인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교실에 들어서는 매일이 지옥 같다면 애초에 교사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자고 하는 말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어도 교실에 들어서는 매일이 두렵고 힘들 때가 많은 것이 바로 교사입니다. 교실 속에서 아비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 스스로를 자학하며 우울증에 걸리는 교사도 많습니다. 너무나 다양하게 표현되는 아이들의 개성과 행동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교사의 길을 버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욕을 먹고 교사의 지도에 폭력적으로 반항하는 아이에 상처받고, 막무가내인 학부모의 항의를 받다보면 교사의 자리란 이내 정나미가 뚝 떨어져버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사이기보다는 학교 아이들을 청소용역으로 가진 청소팀장 같은 역할에 시달리기도 하고, 하루 종일 말도 안 되는 공문들을 말이 되게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못 만들었다고 관리자에게 욕을 먹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교육청에 공문 한 장만 달랑 보내면 학교는 아무 소리 안하고 수도 없이 표어와 포스터를 생산해내고 교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매년 매월 의미 없이 그리고 만들어 냅니다.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배우는 일은 어느 샌가 저리 치워져 버리고, 하루 종일 별 잡스러운 일들과 씨름하고 얽히다 보면 하루가 가버립니다.

 

교실과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일이 고스란히 교사 개인의 몫입니다. 어느새 절로 이 지긋지긋한 교사의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너무도 당연한 인간으로서의 결정이고 생각입니다. 누가 지금 이 시대에 교사이면서 교사의 자리를 벗어나려는 수많은 교사를 욕할 수 있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아이들에게 몰입 할수록 바보 교사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누가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교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교장이 되던 장학사가 되던 교단에 서는 교사의 길이 교사로서의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교사의 길을 챙겨주고 지원해주는 관리자가 되는 것도 의미 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단에 서있는 그 순간까지는 교사의 자리에 몰입하며 스승이 되려는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매일 매일 아이들에게서 얻는 작은 기쁨과 보람으로  너무도 힘든 교사의 길을 버티어 나가는 수많은 아름다운 교사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든 교사의 자리의 가치를 지켜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 보고 싶어 하는 수많은 교사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배우며 정을 나누는 일이 너무 행복해 한평생 교단에 서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마음만으로는 한평생 교단에서 교사로서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갈 수 없습니다. 교사로서 인생에 승부를 걸고 최고의 교사가 되고 스승이 되고 싶은 교사들이 모여야 합니다.  교사의 길을 걷는 그 보람과 행복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 격려하고 서로의 배움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교사로서 또 인간으로서 인간과 삶에 대한 폭넓은 철학적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2. 학급 담임으로 한 학급을 일 년 동안 관리하고, 아이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교육적이고 인간적이지만 아주 실전적인 학급 운영 전략과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합니다.

 

3. 각 교과에 대한 그리고 그 중에서 어느 한두 교과에 대한 최고의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개인적 업적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4. 이 모든 것들을 통해 학급 담임 이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어가며 아이들의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과 가르치고 배우며 정을 나누면서 내 삶을 교사로서 완성시켜가며 제자가 되고 스승이 되는 삶의 길에 몰입하겠다.> 는 생각과 마음을 가진 교사들과 함께 모여 모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로의 깨달음과 학문적 전문성을 서로에게 가르치는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교사들이 여기서 저기서 전국적으로 모여 나만이 이 힘든 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이면 이제 그것이 교사의 흐름이 되고, 그것이 교사의 길이 될 것입니다.

 

(http://school.new21.net  으로 오셔서 연락 주신다면 우리의 모임은 시작될 것입니다.)

 

2009.07.20 12:17 ⓒ 2009 OhmyNews
#교사 #교육 #승진 #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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