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나홀로 떠나는 여행, 혼자라도 좋다

전라남도 월출산과 해남 땅끝마을을 가다

등록 2009.07.26 10:14수정 2009.07.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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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여행을 가다 그토록 꿈꾸던 혼자만의 여행을 가게 되었다. ⓒ 정대희

▲ 나홀로 여행을 가다 그토록 꿈꾸던 혼자만의 여행을 가게 되었다. ⓒ 정대희

 

나홀로 여행, 꿈을 이루다

 

25일 새벽 6시 26분. 나홀로 떠나는 여행이 시작된 시간이다. 사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생각은 20대 초반부터 간절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어느덧 세월이 훌쩍 지나버려 30대가 돼서야 겨우 이루게 됐다.(사실 기자는 7살에 학교를 들어 현재 한국나이로 스물아홉이다^^:)

 

어쨌든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왔던 여행. 물론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해 3박 4일 동안의 일정으로 우리나라 동서남북 땅끝 마을가기로 여행계획을 세웠다. 비록 기존 자전거로 땅끝마을가기에서 단순 확대한 것에 불과하지만...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짐이 많다. 혹시라고 필요할까봐 이것저것 잔뜩 챙겼더니 이 모양이다. 운전석을 제외한 나머지 좌석은 만원이다. 심지어 이렇게 글을 쓰려고 노트북도 챙겨왔으니까 말이다.

 

어제는 어린 시전 소풍가기 하루 전날 잠을 뒤척이는 아이처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많이 흥분했나보다. 짐을 챙기고 밖에 나와 보니 밤새 비가 왔는지 세상이 온통 젖어 있다. 약간 불안하다. 혹시 휴가 때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닌지...

 

차에 올라 주행거리 계기판에 적힌 '33817'이란 숫자를 기록하고 시동을 걸었다. 아직은 불안하고 실감이 나지 않지만 그렇게 처음 떠나는 나홀로 여행이 시작됐다.

 

날씨가 좋지 않아 불안했던 내 마음을 달래준 건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였다. 출발하고 처음 듣게 된 영화 접속의 주제곡은 가라앉아 있던 기분을 한껏 띄워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속에 나오는 대사를 읽던 DJ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마치 오늘의 여행이 이미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었고 오늘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도 내가 반드시 만나야할 사람들이란 생각이 불연 듯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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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풍경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찍은 군산 금강하구 ⓒ 정대희

▲ 고속도로 풍경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찍은 군산 금강하구 ⓒ 정대희

아름다운 고속도로 풍경, 눈으로만 기억하다

 

충남 태안군에서 출발해 AB방조제를 지나 홍성IC, 보령, 서천, 군산까지 달리는 동안 비는 '멈췄다, 내렸다.'를 반복해 1차 목적지인 전라남도 영앙군 월출산 국립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좀처럼 '와이퍼'를 쉬게 하지 못했다.

 

또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그런지 전라북도 군산까지는 풍경이 아름다워도 차량이 많아 갓길에 잠시 주차하고 감상할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허나 군산IC 일대를 지나서부터는 한 두 차례 잠시 경치가 꽤 좋은 곳에서 고속도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거의 이정표에 의지해 별 무리 없이 영암군에 위치한 월출산으로 향하던 여행은 목포시에서 순간 네비게이션을 믿는 실수로 일명 목표 시내바리를 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잠깐, 평소 라디오를 즐겨듣는 사람이라면 지역마다 각 방송사의 주파수를 알고 가는 것이 좋다. 나름 라디오 애청자인 기자도 주파수를 찾느라 고생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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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월출산 천황사 주차장에서 촬영한 월출산. ⓒ 정대희

▲ 월출산 월출산 천황사 주차장에서 촬영한 월출산. ⓒ 정대희

남한의 금강산, 월출산에 가다

 

월출산을 1차 목적지로 계획한 것은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하기 전 들러볼만한 곳이 있는지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우리나라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지자체 홈페이지 둘러보느라 꽤 고생했음)

 

사실 군대를 제대한 이후 산을 싫어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군부대를 제대한 기자는 '강원도처럼 높은 산이 없어서 힘들지 않았지?'라는 질문을 이따금 받는데 항상 '강원도는 산 하나만 올라가면 하루가 지나지만 서쪽은 하루에도 3~4개 기본으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며 성질을 내곤 했다.

 

그래서 높은 산은 군 제대 이후 대학교 재학시절 한라산을 등반한 것 이외에는 없다. 당시도 산을 올라가는 것이 싫었지만 다시는 한라산에 못 오를 것 같아서 억지로 갔다.

 

이후 동네 뒷산도 잘 올라가지 않았는데 준비도 없이 '구름다리'를 한 번 지나가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월출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올려다 본 산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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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산에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게 된 산행이었다. ⓒ 정대희

▲ 힘들다. 산에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게 된 산행이었다. ⓒ 정대희

힘겨운 산행, "아이고, 아이고, 죽겠다"

 

월출산의 정상인 천황봉까지 비교적 짧은 거리인 출발점인 월출산 천황사주차장에서 출발한등산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코스별 시간을 살펴 봤을때만 해도 가장 긴 코스로 6시간 동안 등산을 해야 하는 코스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평소에도 조기축구를 하고 있고 체력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는 입구에서 만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에게도 6시간 코스를 하려한다고 자신만만하게 떠들었다. 그러나 결국 '약 3킬로미터 등반'이라는 저조한 성적과 함께 3분의 1지점인 '구름다리'까지도 못 올라가 '중도포기'를 생각하게 됐다.

 

힘들지 않고 등반을 한 시간은 겨우 10~20분 정도. 이후부터는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것이 힘들었다. 탐방로가 잘 정비돼 오르는데 불편은 없었지만 산이 가파라 힘들었다.

 

산 입구에서 약 1.5킬로미터 구간에 위치해 있던 구름다리에 도착하기 전 이미 녹초가 됐다. '내가 여길 왜 올라왔나?'라는 후회감이 물밑듯이 밀려왔다.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이 무모한 등반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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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구름다리위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흔들거리는 구름다리를 건너던 순간의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 못한다. ⓒ 정대희

▲ 구름다리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구름다리위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흔들거리는 구름다리를 건너던 순간의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 못한다. ⓒ 정대희

안개속 구름다리를 건너 천황봉에 가다

 

스스로에게 투덜투덜 되며 계속된 등반은 '구름다리'에 도착해 한순간에 풀렸다. 길이는 비록 길지 않았던 구름다리는 마치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팜프파탈과 같았다. 구름다리 주변에 자욱한 안개로 바닥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이 건널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 구름다리 중간에서 밑을 쳐다 보니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기까지 했다.

 

순간 밀려오는 의문, 다리는 어떻게 설치했을까?란 궁금증. 그래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 힘들게 가지고 올라간 카메라를 꺼내 사진촬영을 하는 일을 빼놓지는 않았다. 물론 가방에 하나 더 가지고간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지는 못했지만...

 

그야말로 개고생이라고 표현할만큼 힘든 시간은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까지 올라가는 구간이었다. 이따금씩 비는 내리고 안개로 경치를 감상할 수 없다보니 혼자서 올라가는 산행길은 묵언수련에 들어간 스님처럼 고된 시간이 됐다. 이때 이미 온몸은 샤워를 마치고 목욕탕에서 나온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다보니 등산객도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만나는 등산객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곤 했다.

 

산행을 하면서 얻은 것도 많다.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비켜주어야 하고, 무리하게 등반했을 경우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자주 조금씩 쉬었다 올라야 하며, 짐은 최소화해서 등반해야 하는 등 마치 세상의 이치와도 같은 지식을 얻게 됐다.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죽을 힘을 다해 천황봉 정상에 오를 것은 산행이 시작되고 약 3시간. 중간에 사진촬영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었다고는 하지만 코스별 시간대에 나타난 시간보다 두 배 이상이 걸렸다.

 

정상에 올라 산행에 앞서 산 김밥을 꺼내 먹으려고 펼치자 김밥은 이미 찌그러질대로 찌그러져 있었다. 물도 500ml 한 통이상 비워져 있었다. 헌데 그토록 죽기 살기로 올라온 정상인데 안개로 인해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다. 진짜 입밖으로 욕이 나오기 일보직전인 순간이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월출산 정상 비석에 서서 주변 등산객에게 부탁해 기념촬영을 하고 30분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산을 싫어하는 이유는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점도 있다. 산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도 잠시 반드시 또 다시 비슷한 시간에 걸쳐 하산을 해야 한다. 이 점이 참 싫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등산가들을 존경한다. 900미터도 되지 않는 산을 기자는 죽을 것만 같은데 몇 천미터나 되는 산을 오르는 등산가들은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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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폭포 뒷걸음 하산의 종지부를 찍게 해준 바람폭포 ⓒ 정대희

▲ 바람폭포 뒷걸음 하산의 종지부를 찍게 해준 바람폭포 ⓒ 정대희

뒷걸음 하산, 부르르 떨리는 다리

 

하산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 체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풀릴대로 풀린 다리는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한겨울 추위에 온 몸을 떨 듯 그렇게 부르르 떨려 몇 발짝 걷기도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뒷걸음 하산이다. 발 뒷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하고 허리를 숙이니 떨리는 현상이 조금 나아졌다. 허나 올라올 때처럼 몇 번씩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창피함은 감수해야 했다. 물론 주변에 등산객이 없어 혼자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 했기만...

 

그렇게 뒷걸음 하산을 1시간 정도 했을까? 월출산의 명소인 바람폭포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바람목포 이외에도 책 바위라는 신기한 모양의 바위를 확인해 볼 수 있기도 했는데, 주변에 암석들이 참 신기해 꽤 오랜 시간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이후부터는 다시 앞걸음 하산을 하게 됐다.

 

오후 3시 26분. 하산을 마치고 주자창에 세워진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때 시간이다. 이로써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산행은 장장 5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코스별 시간대로라면 3시간이면 끝나는 코스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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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해남 땅끝마을에 있던 땅끝을 표시한 비석에서 기념촬영 '촬칵' ⓒ 정대희

▲ 땅끝에서 해남 땅끝마을에 있던 땅끝을 표시한 비석에서 기념촬영 '촬칵' ⓒ 정대희

해남 땅끝마을을 향해

 

산행으로 인해 다리에 힘이 빠져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월출산 주차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님의 설명을 참조해 여행 첫날의 최종 목적지인 해남 땅끝마을로 향했다.

 

오후 5시가 조금 못되어서 도착한 해남 땅끝마을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가장 먼저 숙소를 잡고 짐을 풀고 산행으로 인해 땀으로 찌든 몸을 씻었다. 목욕재계에 앞서 인근 분식점에서 뼈 해장국으로 저녁도 해결했다.

 

여행 첫날을 보내게 될 곳은 인상이 좋아 들어선 가정집과 흡사한 민박이다. 인심 좋은 주인할머니를 만나 1만5천 원에 방을 잡았고 이후 본격적인 땅끝마을 관광에 나섰다.

 

땅끝마을은 우리나라의 육지의 남쪽 끝이라는 상품을 내세워 유명해진 관광지다. 관광유명지답게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꽤 많은 숙박업소와 식당이 분포돼 있었다.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주로 눈에 띄었는데 저마다 땅끝을 표시하는 비석과 같은 곳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다른 관광객처럼 주요 지점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땅끝 전망대로 향했다. 땅끝 전망대로 향했다. 땅끝 전망대를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도보를 이용하는 방법과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다.

 

첫날 오전부터 시작된 무리한 산행으로 다리가 아파 왕복 탑승권을 끊고 전망대에 올랐다. 모노레일은 네모난 상자 두 개를 높이를 달리해 붙여놓은 형태였는데 수송시 한정된 인원만이 탑승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티켓에는 비행기, 버스, 배 등 기타 운송수송과 같이 탑승시간이 기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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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 해남 땅끝마을에 위치한 땅끝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다도해의 모습 ⓒ 정대희

▲ 다도해 해남 땅끝마을에 위치한 땅끝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다도해의 모습 ⓒ 정대희

다도해의 아름다움, 그저 '와~'할 수밖에...

 

예상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였던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로 오르는 길. 땅끝 마을 전체와 멀리 바다 위에 각양각색의 크기의 섬들이 연출한 아름다운 다도해가 펼쳐졌다.

 

한창 다도해의 경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눌러대던 그때 모노레일이 멈춰서며 전망대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전망대에 입장하기 위해서 또 다시 입장권을 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상위층인 9층 전망대에 올랐다.

 

9층 전망대는 전 벽면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데 이 곳에서는 망원경과 눈을 이용해 끝었이 펼쳐진 바다위에 떠 있는 섬들이 연출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펼쳐졌다.

 

순간, 숨이 '헉' 하고 막혔다. 그리고 언젠가 여행전문가의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봤지만 우리나라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었다'란 말.

 

함께 올라갔던 사람들도 '와~'하며 저마다 사진촬영을 하기 바쁘다. 그래 더 이상의 표현이 없다. 그저 '와~'할 수밖에.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첫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다시 허기진 배를 라면으로 채우고 맥주 한 캔으로 피로를 풀었다.

 

두 번 째 일정인 김해시 봉화마을과 포항에서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또 다시 부푼 가슴을 달래며 잠자리에 든다.     

 

#월출산 #해남 #땅끝마을 #나홀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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