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년간 방폐장부지 보고서 공개 안한 이유

진보신당-환경단체, 내용 공개... "유치지원금 앞세운 정치적 결정"

등록 2009.07.28 12:09수정 2009.07.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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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4월부터 2007년 7월까지 경주 등에 방사성폐기장(방폐장)을 건설하기 위한 네 차례의 조사가 실시됐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후보부지 조사 ▲처분방식 결정을 위한 보완조사 ▲건설․운영 인허가 서류작성을 위한 부지특성조사 ▲처분시설 상세설계․인허가 보완 부지조사 등이 차례로 이루어진 것.

 

총공사비 1조5228억여 원이 소요되는 방폐장 공사는 2007년 11월부터 시작돼 오는 2012년 12월 끝날 예정이다. 애초 올 12월이 준공일로 잡혀 있었다는 점에서 원래 계획보다 무려 3년이나 늦어진 셈이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후보부지조사 보고서 등 방폐장과 관련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28일 조승수 의원과 녹색연합·환경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공개한 보고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날 보고서 분석자료 공개에는 환경정의·기독교환경연대·생태지평·불교환경연대·기독교환경연대·여성환경연대·청년환경센터·환경과 공해연구회·에너지나눔과평화·부안시민발전소 등도 참여했다.

 

불량암반상태인데도 '적합한 지질을 가졌다'?

 

이들이 이날 4년 만에 공개한 부지보사 보고서(1․2․3차) 분석자료에 따르면, 경주 방폐장은 부지 안전성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4개월간이라는 짧은 후보부지 조사기간은 물론이고 4개의 시추공으로 후보부지의 지질안전성을 조사했다.

 

특히 조사가 진행되면서 방폐장 부지로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단열대와 파쇄대까지 확인됐다. 특히 파쇄대는 작은 단층이 많이 생기면서 암석이 잘게 부서진 곳으로 침식이나 붕괴가 빠르다.

 

그럼에도 산업자원부와 부지선정위원회는 "경주시 양북면 일대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적합한 지질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후보부지조사의 시추공 조사 결과를 보면 해당 부지는 단열대와 파쇄대가 발달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으므로 후보지 선정에 앞서 지질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추가 세부조사가 필요성을 제기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완조사와 부지특성조사, 상세설계조사를 통해 '처분장의 기반암 또는 지층은 균열이 많은 곳이어서는 아니된다'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단열대, 파쇄대(작은 단층이 많이 생기면서 암석이 잘게 부서진 곳) 등 불량 암반상태가 관련보고서를 통해 재차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방폐장 건설의 경우 지질조사 등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기초조사가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는 핵폐기장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핀란드가 지질조사에만 20년을 걸린 것과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조사단은 이렇게 불량암반상태를 확인하고도 '성실시공으로 노력하면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기술주의'에 경도된 황당한 평가를 내렸다. 안전성 확보보다는 부지선정에만 급급했음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를 공개한 조 의원과 환경단체들은 "일단 공사를 시작하고 시공기술로 보완하는 본말이 전도된 사업"이라며 "최소한의 부지안전성을 확보한 후에 공학적인 안전성을 보완하는 부지 안전성 확보의 기본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주 방폐장은 3000억원의 유치 지원금과 추가 개발사업을 약속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돈과 권력을 앞세운 잘못된 국책사업의 선례"라고 주장했다. 

 

"공사 중단하고 안전성 확보 위한 세부조사 실시해야"

 

이와 함께 처분동굴공사 진행률이 20%에 불과한 경주 방폐장에 울진 방사성폐기물을 반입하려고 하는 점도 문제다.

 

원래 경주 방폐장 준공일은 올 12월이었다. 계획대로라면 7월부터 울진의 방사성 폐기물을 경주에 들여올 수 있었다. 하지만 공사는 3년 더 연장됐다.

 

그 이유와 관련, 공사지연보고서는 "울진핵발전소의 임시저장고가 포화되는 시점으로 준공일정을 맞추기 위해 부지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일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과 환경단체들은 "중간기착지인 인수기지를 3년간 핵폐기물 저장고로 쓰겠다는 셈"이라며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용성이 확인된 경주로 폐기물을 우선 모으고 보자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중요한 일은 울진 폐기물의 이송이 아니라 경주 부지 일대가 방폐장 부지로 적합한지 재조사를 벌이는 것"이라며 공사중단과 추가 세부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2009.07.28 12:09 ⓒ 2009 OhmyNews
#경주 방폐장 #조승수 #환경연합 #녹색연합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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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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