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

[서평] 김열규, 곽진석의 <한국인의 돈>을 읽고...

등록 2009.08.03 09:39수정 2009.08.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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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돈 김열규, 곽진석 지음. 이숲 ⓒ 윤석관

돈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막연하고 무책임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뭐긴 뭐야 세종대왕이고 신사임당이지. 아 바다 건너 어떤 나라에 가보니까 거기에는 링컨이고 벤저민 프랭클린이더라?

그래. 그것이 돈이라고? 돌아서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따위의 어처구니가 줄줄 흘러 넘쳐나는 대답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대체 그것이 돈이 아니면 무엇이 돈이란 말인가?


"이런 게 돈이고, 이따위가 돈이다. 귀하고, 천하고, 값지고, 더럽고 전지전능하고, 항쇄이며 족쇄인 것이 바로 돈이다. 이런 게 돈이다. 대충 이렇게 긴가민가한 게 돈이다." (8쪽)

돈의 정의를 묻는 나의 물음.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는 나의 대답에 <한국인의 돈>을 쓰신 두 분의 저자들(김열규ㆍ곽진석)은 머리글의 긴가민가한 메시지를 통해서 어쩌면 박수를 쳐주고 계신 것은 아닐까? 자못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 돈이라는 것. 우리나라의 위인들이 미소 짓고 있는 그것들이 가진 위력은 단순히 웃음으로 넘길만한 부류의 물건은 아닌 듯싶다.

돈이란 어떤 재화가 가진 가치에 따라서 그것을 지불하는 수단이요. 그 가치가 올바르든 올바르지 않던 간에 일단 정해진 값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생각일 것이다. 자본주의에 있어서 돈이란 삶을 윤택하게 이끌어주는 튼튼한 동아줄과 같은 효과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고전에서는 이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개신교도들의 신앙심과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개신교도들이 하느님에 대한 신앙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더 많은 재산을 끌어 모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막대한 부가 곧 그들의 신앙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었음을 막스 베버는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부를 쌓기 위해서 사람들은 더 많은 노동을 필요로 했고 그들은 기꺼이 신앙의 힘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노동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의 반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돈이라는 것이 조금 더 독실한 신앙심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돈이 곧 노력에 대한 대가요.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서양의 자본주의 사상을 우리들은 광복이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  받아들였고 그 이후에는 서양의 그 어떤 민족들 보다 더욱 그것이 주는 마력에 집착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불행스럽게도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한 성공을 통해서 우리는 자본주의가 더욱 견고해져 버린 이 사회를 마주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그것에 중독되어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이 책 <한국인의 돈> 또한 우리의 성장 중독증 사회.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회.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를 바라보면서 돈이라는 것을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제일 먼저 지금 우리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돈의 개념을 부정한다. 그리고 태초의 기원에서 부터 다시금 밟고 올라간다. 

저자는 저 먼 옛날 우리들은 단순히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돌멩이, 조개껍질, 물물교환을 통해서 살아갈 수 있는 정도의 물자만을 가지면서 안락하게 살아왔음을 가장 먼저 일러준다. 그 사실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돈이라는 것이 지위가 아니요, 독실한 신앙심의 증거도 아니요, 단순히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돈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된 것이 사실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세상에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믿고, 돈과 인간이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며, 돈은 인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우리는 드물게 만난다." (81쪽)

또한 저자는 우리에게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면서 돈이 인간을 위한 도구였음을 많은 사례를 들어서 증명한다. 그 속에는 인간보다 더 값어치 없다고 생각했었던 돈에 관련된 우리들의 선조들의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그것을 읽고 곱씹어보면서 스스로 우리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독려한다.

나는 이 책을 뱃속에 탐욕의 기름이 그득한 불특정 다수들에게 권한다. 그들은 행복의 조건이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얼마 전 모 그룹의 '형제의 난'이라는 표제어로 실린 한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면서 과연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돈이라는 것 때문에 형제간에 반목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전 국민이 보는 공간에 낱낱이 까발리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그들은 저 잘났다고 계속해서 목에 힘주면서 싸우겠지 쯧쯧쯧)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이들에게도 권한다. 돈의 노예가 되어 그릇된 것을 쫒으려는 잘못된 생각으로서 한탕주의를 일삼고 자신의 몸을 담보로 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중에 다시 되돌아볼 때 그들은 자신의 행위에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렇게 나는 돈의 가치관에 대해서 또 다시 깊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한국인의 돈이라는 제목이 가지는 우리의 입맛에 맞는 이야깃거리가 가득 찬 이 책을 통해서……. 오래간만에 달러, 환율, 주식시장 이런 소음에서 벗어나서 호젓한 산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돈

김열규.곽진석 지음,
이숲, 2009


#한국인의 돈 #김열규 #곽진석 #이숲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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