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민영화와 관련된 행보?
'YTN 장악 실패' 청와대의 문책?

1년 넘게 버티던 구본홍 사장, 왜 갑자기 사퇴했나

등록 2009.08.03 15:13수정 2009.08.03 18:26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해 10월 24일 출근을 시도한 구본홍 YTN 사장이 피켓을 들고 저지하는 YTN 노조원들에 가로막혀 사옥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보강 : 3일 오후 3시 25분]

구본홍 YTN 사장이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촉발된 'YTN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구본홍 사장은 이날 낮 실국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대표이사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장 취임 1년이 지났고 그동안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된 것으로 보고 이제는 대표이사직을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며 "본인의 사퇴를 계기로 그동안 YTN이 겪었던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회사가 발전적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적지않은 심적 고통을 받았으며 갈등을 겪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서 이제는 쉬면서 안정을 취하고 싶다"며 "앞으로 갈등을 치유하고 발전적으로 나간다면 뉴스전문 채널로서 어떤 미디어 환경변화에도 상관없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구 사장의 사퇴 소식을 접한 YTN노조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구 사장의 사퇴를 '사필귀정'으로 규정했다. 노조 측은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정권은 민영화 압박, 심지어는 YTN에 대한 승인 취소 협박까지 동원했지만 YTN 보도를 틀어쥐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선택할 카드는 결국 '교체'뿐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어떠한 사심도 배제한 채, 오로지 '공정방송'의 가치에 기대어 차분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방침"이라며 "해직자 복직 문제도 현재 진행 중인 법적 투쟁을 통해 당당히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지난해 7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됐지만 YTN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결국 지난 12월부터 정상 업무에 들어갔지만 7개월여만에 낙마하게 됐다.

YTN은 "구 사장이 사퇴함에 따라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경영공백 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 사장 사퇴엔 청와대 의중이? 후임 사장 누가 될까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구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 배경과 후임 사장이 누가 될 지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법 개정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교체 등 MBC 민영화와 관련된 행보라는 의심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낙하산 사장' 논란으로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은 물론 외부의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음에도 1년여를 버텨온 구 사장이 갑자기 자리를 내놓은 것은 아무래도 청와대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취임 이후 정권이 바라던 YTN 내부 장악에 실패했고 최근엔 노사간에 법정 공방도 계속되고 있어 구 사장의 업무 추진 능력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YTN 노사 양측이 고소 취하에 합의했지만 검찰이 노종면 위원장 등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고 9월 쯤 1심 판결이 나온 후에는 노조측이 제기한 '징계무효소송'이 뒤를 이을 예정이었다.

결국 3년 임기의 반환점에 돌 무렵까지도 사장 선임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소송 결과에 따라 YTN 내부에서는 또다시 극심한 갈등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지난 7월 16일 법정에 나온 한 조합원은 "업무방해 재판과 징계무효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노사는 앞으로도 법정에서 진실공방을 계속해야 한다"며 "재판으로 인해 지난 1년이 계속해서 사내외적으로 복기되고 있는데 재판이 모두 마무리될 때쯤 되면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구본홍 사장은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도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밖에서 보기에는 YTN 내부가 조용한 것으로 비춰졌겠지만 그동안 보도 내용과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해서 쉼 없는 싸움이 있어왔다"며 구 사장의 사의 표명까지 첨예한 내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때문에 구 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치더라도 어차피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한번 더 사장 선임을 해야하는 청와대가 이미 리더십을 상실한 구본홍 사장의 조기 교체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관심은 자연스레 후임 사장으로 누가 올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당시 이명박 후보의 '특보'를 지낸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했다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청와대가 차기 사장으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YTN 사태는 새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미디어법 개정과 방문진 이사 전원 교체, 이에 따른 MBC 경영진 교체 가능성 거론 등 전방위적인 방송장악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가 후임 YTN 사장 선임에 자율성을 부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본홍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YTN은 다시 한번 투쟁이냐 내부 화합이냐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구본홍 #YTN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