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순천 메타세쿼이아길, 주민들은 어찌 생각할까

[09-014] 생각하기 나름, '위기를 기회로 활용' 하는 것은 사람 몫

등록 2009.08.07 19:37수정 2009.08.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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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외서면 메타세콰이어길 고민하는 주민들 ⓒ 서정일


외서면 '메타세쿼이아길'은 보기 좋은 떡인가 애물단지인가


순천시 외서면 홈페이지에서 보면 외서면에서 유명한 것을 세 가지로 압축해 놨다. 전국 최우수 딸기묘 생산단지, 월평리 구석기 유적지 그리고 메타세쿼이아길이 그것이다.

이미 두 가지 것은 필자가 연재 과정에서 다뤄봤기에 마지막 남은 것은 메타세콰이어길 뿐이다. 하지만 그 주제를 가지고 겨루기를 하려는 지금, 솔직히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실토하고 싶다. 한마디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냐'다.

'최우수 딸기묘 생산단지'는 행정과 주민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져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줬고, 10년째 삽질도 않고 관리도 엉망인 국가문화재 '월평구석기유적지'는 이건 아니다 싶어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자판을 두들겨 아름다움을 노래하려 했던 메타세콰이어길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것이 아니라 '보기는 좋은데 먹으면 체할 것 같다'는 농부들의 상반된 생각 때문에 주저하며 고민의 시간을 좀 갖게 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란 외서면  메타세쿼이아길 에서 차를 운전하며 지나가는 드라이브 족들이 환상적이라며 감탄사를 터트리는 것을 의미하며, '먹으면 체할 것 같다는 것'은 그 아래에서 농사짓는 농부들이 "제초제라도 뿌리고 싶다"고 토로하는 괴로운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다.


분명, 주변이 콘크리트 벽으로 쌓인 황량한 도로에 비해 울창한 산림이 우거진 길은 낭만과 운치를 더해주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로 인해 일조량이 줄어들고 낙엽과 뿌리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불평하는 농민들의 호소도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영원한 추억으로', 한편에서는 '영원한 고통으로' 여기고 있는 물건(?)에 대한 해결점은 없는 것일까?"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보다 더 나은 곳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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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외서면의 메타세쿼이아길은 천연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 서정일


메타세쿼이아가 가로수로 심어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0여 년 전인 1970년 초, 담양, 보성 등 몇 군데에서 시범가로수로 조성해 본 후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곧게 자라 이후 널리 보급됐다. 이 무렵에 외서면에도 가로수가 심어지기 시작했다.

송광면에서 외서면을 관통하는 길은 2차선 지방도로인데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도로를 감싸 안은 구간은 총 1킬로미터 남짓하다. 가장 멋스러운 구간이라면 외서면사무소 앞길 약 300여 미터 길이다. 이 길을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살려보자는 의견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하다지만 그곳은 인적 드문 곳에 나무만 덩그러니 남아있는데 반해, 외서면의 경우에는 본래 가로수 역할도 하고 있고 그 옆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식당, 찻집, 민박 등으로 전환하면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향후 외서면의 월평구석기유적지가 개발될 것이 확실하고 또, 인근 낙안읍성이 숙박시설과 놀이문화가 없어 스쳐지나가는 관광지가 된지 오래된 입장에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활용한 음식, 숙박, 놀이시설 등을 유치한다면 대형 관광지의 배후단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사람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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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외서면에는 광주-고흥간 도로가 고가로 신설되고 있는데 위에서 보면 메타세쿼이아길은 더욱 아름답다 ⓒ 서정일


인근 보성군 벌교(옛 낙안군땅)도 마찬가지지만 이곳 외서면 또한, 갈수록 사람이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광주-고흥간 도로가 외곽으로 신설되면서 앞으로 찾는 이도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트리며 심각한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외서면은 신설 도로가 땅 위로 놓여 외서면은 잠긴 동네가 될 것을 걱정하는 측이 있다. 하지만 결코 위기가 아니다. 도로가 고가로 놓이게 되면 외서면을 위에서 내려다보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메타세쿼이아의 운치가 드러나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런 홍보다.

뜻있는 지역민들은 "외서면 메타세쿼이아길 중 가장 아름답고 기존 상가조성이 조금이나마 돼 있는 외서면사무소 앞 300미터 구간을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만들고 그곳에 음식과 숙박과 놀이문화를 체계적으로 갖춘다면 지역 명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일리 있어 보인다.

필자가 처음 서두에서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냐"라며 반문했던 그 종이 문득 '메타세쿼이아길도 살리고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관광 배후단지로서의 외서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물론 그 생각이 구체화되고 실현되는 것은 행정과 주민들의 몫이겠지만 충분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15] 뒤집에 보면 해결점 보이는 조정래길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예고: [09-015] 뒤집에 보면 해결점 보이는 조정래길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낙안군 #남도TV #스쿠터 #외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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