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당을 기대한다

등록 2009.08.10 13:17수정 2009.08.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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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을 배제한 온라인 신문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온라인 전문 증권사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때가 있었습니다만, 오마이뉴스와 키움증권은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꼭 오프라인과 연계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정당, 오프라인 당사를 운영하지 않는 온라인만의 정당은 어떨까요?

요즘 진보정치, 진보세력을 어떻게 모으고 그 의지를 결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물론 그런 고민과 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좀 더 폭넓은 관심과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는 비단 노무현 지지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진보주의자 전체의 고민이고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거의 양분되다시피한 정치지형에서 많은 수의 진보주의자들은 사실상 딱히 지지하는 정당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민주당이 겉으로는 진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순간마다 진보에 등을 돌리는 모습을 연출하곤 했고, 그로 인해 민주당을 참다운 진보정당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민주당의 스펙트럼은 좌우로 너무 넓어 비판자들의 말마따나 잡탕정당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민주당의 색깔이 진보로 일관되기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민주당의 성격이 그나마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당' 정도로는 인정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정체성만으로 민주주의 이후를 고민하는 작금의 정치현실을 담아내거나 대변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듯합니다.

한편, 이제 막 맹아기를 벗어나 도약을 꿈꾸는 진보신당이 있습니다만, 그 선명성에도 불구하고 진보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대중성은 여전히 약해 보입니다. 진보신당은 범진보세력에 참여하는 부분집합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진보진영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는 물론 진보신당 내부의 역량부족에 기인하는 측면보다는 당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각과 인식, 그리고 하루하루 생계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적인 생활여건 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진보의식을 가지고 있고 자기 생활에 매달려야 하는 제약이 따르는 평범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면서도 못내 개운치 않은 심정을 갖게 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소위 느슨한 연대나 역사적인 터닝포인트 시점에 일시적으로 분출시키는 결집행동 같은 게 아니라, 정치인이 아닌 일반 시민으로서 평소에 생활정치를 모색하고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단체는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일종의 대안정당의 일환으로 인터넷 전문 진보정당을 설립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물론, 기존의 정당이 인터넷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만, 오프라인 정당활동을 보조하는 차원에서의 온라인 활동이 아니라, 아예 온라인 전용 정당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오프라인 증권사들이 온라인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증권사가 성공했듯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오프라인 신문사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신문이 성공했듯이, 진보의식을 가진 거대한 규모의 네티즌들을 그러모을 수 있는 인터넷 정당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체육관이나 강당 따위에 시간 내서 모일 필요 없이 자기가 일하고 있는 현재 위치에서 자유롭게 당의 대표와 일꾼들을 선출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든 활발하게 정책토론을 벌이고 정책개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생활정치에 대한 모색과 함께 이를 몸소 실현해 가는 것이죠.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 의원 선거에도 당을 대표할 후보자를 선출하고 공식적으로 의원 후보자를 냅니다. 다만, 다른 정치인들처럼 거리유세를 하지는 않고 철저히 인터넷을 통한 유세활동만 전개합니다. 물론, 투표일에 투표장에 나가는 정도의 수고(?)는 아끼지 말아야 하겠죠. 이런 활동만으로 과연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결코 적다할 수 없는 네티즌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공감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당선자를 낼 수 있다고 보는데, 과연 무리일까요?

인터넷 정당의 장점은 많으리라 봅니다. 우선,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당사가 필요 없고 당 운영을 전담하는 전문 정치인도 필요 없습니다. 당원이나 주요 당직자들은 모두 자기 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을 통해서만 활동하면 되니까요.(물론, 가끔 번개모임 같은 거야 있을 수 있지만요.) 선거를 치를 때에도 오프라인 유세를 하지 않으니 비용 들어갈 일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무비용 선거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돈이 들어간다고 해봐야 고작 사이트 유지비용 정도인데, 그것은 당원의 자발적인 회비로도 충당이 가능하고 광고유치를 통해 모든 비용을 해결할 수도 있으니 걱정할 만한 사안이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명실 공히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무비용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평소의 생활과 생각들을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생활정치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통해 개발되는 각종 정책이나 아이디어들을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실행하고 동참할 수 있습니다. 가령, 홍수로 인해 재해를 당한 곳이 있고, 당원들의 의견으로 이를 돕기 위한 모금이 이루어지면, 이를 곧바로 해당 지역에 기부합니다. 복구활동에 직접 참여하여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겠죠. 이런 일련의 과정이 그 어느 정당보다 신속하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일상에서 펼칠 수 있는 미시적인 생활정치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서는, 더 나아가 시민 그 자체가 되는 정당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미시적인 생활정치 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개발되는 거시적인 정책이나 관련 법률도 얼마든지 개발하고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모든 정치행위들이 전문 정치인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인터넷 정당의 차별화이고 장점이며, 정당정치의 대안이 아닐는지요? 혐오와 조롱거리로서의 정치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생활 정치. 이를 구현해주는 인터넷 정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마음. 이것이 과연 한 여름 밤의 꿈에 불과한 것일까요?
#인터넷 정당 #대안정치 #생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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