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즐기며 껴안다가 살포시 찍는 사진

[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 1] 이해문 사진, <한국현대사진가선 : 이해문>

등록 2009.08.10 18:02수정 2009.08.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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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 첫 글을 띄우며
[사진에 말을 걸다] 서른두 꼭지와 [사진은 삶이다] 스물네 꼭지에 이어, [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을 새로운 꼭지로 '사진 이야기'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은 사진책을 메마르고 딱딱한 비평 틀에 가두지 않고, 사진책을 우리가 좀더 넉넉하고 살갑게 받아들이고 즐기고 배우면서, 우리가 손쉽게 찍고 즐기는 사진삶을 한결 푸지고 아름다이 가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려고 합니다. 나 스스로 다른 이 사진을 꾸밈없이 읽어내고 사랑할 수 있다면, 저절로 내 사진을 더 사랑하고 더 꾸밈없이 즐기며 빛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들려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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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이해문> 겉그림. ⓒ 최종규


- 책이름 : 한국현대사진가선 : 이해문
- 사진 : 이해문
- 엮은이 : (사)민족사진가협회
- 펴낸곳 : 포토넷 (2008.12.30.)
- 책값 : 15000원


 (1) 사진을 보는 눈

사진기는 우리가 단추를 누르는 대로 찰칵찰칵 찍어 줍니다. 사진기는 우리가 바라보는 대로 얼마든지 담아내 줍니다. 우리가 곱다고 느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진기를 들이민다면, 사진기는 어김없이 곱다고 느끼는 대로 담아내 줍니다. 다만, 빛과 빠르기와 그늘을 잘 맞추어 준다면. 아무리 있는 그대로 담아내 준다는 사진기라 할지라도 기계 다루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초점이 어긋나거나 흔들리거나 뿌옇거나 날아가거나 합니다.

사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온갖 모습을 골고루 찍어 줍니다. 우리가 반갑게 맞이하려는 모습이든, 우리가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이든, 우리가 돋보이도록 하고픈 모습이든, 우리가 내리누르려 하는 모습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어느 높이에서 어디를 보고 어느 쪽에 중심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모습을 찍는다 하여도, 마음속에 품은 생각에 따라 사뭇 다르게 느낄 사진을 찍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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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이해문 님 사진은,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또한, 사진은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가운데, 찍는 사람 느낌과 생각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몸싸움하는 두 사람이 치고박고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지만, 사진쟁이가 '어느 한쪽이 아흔아홉 대를 몹시 아프게 흠씬 얻어맞는 모습'은 멀뚱멀뚱 구경만 하다가 '딱 한 번 어쩌다 뻗은 손이 다른 편 얼굴에 가닿은 모습'을 잽싸게 찍어냈다 했을 때,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이때가 어떤 흐름이었는가를 깊이 따지면서 사진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맙니다. 게다가, 사진쟁이가 사진 밑에 사진말을 어떻게 달아 놓느냐에 따라서 사진은 대단히 다르게 받아들여질밖에 없습니다.

이는 시위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시위 현장이 아닌 우리 삶터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파트를 찍을 때에도 찍는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루빨리 '재건축허가'가 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파트를 찍을 때, 수십억에 이르는 집을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을 때, 아파트 문화를 비판하고 싶을 때, 외딴 시골에서 살다가 처음 아파트를 보는 사람 눈으로 바라볼 때, 나라밖 사람들이 한국에 나들이를 와서 아파트를 찍을 때, 언제나 다 다르게 찍을밖에 없습니다.


골목길을 찍을 때에도 매한가지입니다. 골목길 삶터가 '남이 아닌 바로 내가 살아가는 터전'일 때 담는 사진하고, '구경꾼으로 잠깐 찾아와서' 담는 사진에다가, '어릴 적에 살던 추억을 떠올리며 지나가는 길에' 담는 사진은 모두 다릅니다. 여기에, 도시재정비를 하려는 공무원 눈길로 골목길을 바라본다면 어떠한 사진이 될까요. 가난한 살림집이라고 하나 가난만 있는 골목집이 아니고, 어느 만큼 변두리라고 하나 삶과 마음과 넋이 변두리이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데까지 찬찬히 헤아리거나 짚는 가운데 사진기 단추를 누르는 분은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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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따로 '리얼리즘' 사진이라 하지 않더라도, 수수하게 바라보고 즐길 사진이 이해문 님 사진이라고 느낍니다.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제가 사진을 처음 배우던 1998년에 저를 가르친 분도 말씀하셨고, 저 스스로도 사진을 찍는 동안 뼛속 깊이 느끼는 이야기인데, 어느 누구라도 사진을 이제 막 배워서 찍겠다고 한다면 다른 머나먼 좋은(?) 곳으로 나들이를 떠나서 찍을 생각을 하지 말고, 바로 내가 사는 집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식구부터 찍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내 삶터를 먼저 찍고 내 식구를 먼저 찍은 다음, 내가 사는 동네를 찍으면서 나와 이웃한 동무를 찍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차츰 테두리를 넓혀 '내가 내 깜냥껏 나 스스로 즐길 사진감은 무엇으로 잡을까'를 찾아나서야 비로소 옳고 바르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한편, 첫마음을 끝마음이 되도록 곱게 붙잡으면서 사진길을 걸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내 사진감은 내가 사랑하는 사진감일 테니까요. 내 사진기에 담으려는 모습은 내 일거리일 뿐 아니라 내 삶이요 내 생각일 테니까요. 내 눈길이고 내 몸짓이며 내 넋이요 내 마음일 테니까요. 내 다리품이고 내 땀방울이며 내 손자국과 손때일 테니까요.

사랑하는 만큼 내 집과 식구를 껴안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내 동네와 이웃과 동무를 부둥켜안습니다. 사진은 내 마음그릇만큼, 또는 내 사랑그릇만큼, 아니면 내 믿음그릇만큼 손가락에 힘을 주어 단추를 꾸욱꾸욱 누르는 춤사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날갯짓을 하듯이, 신나거나 구슬픈 노래를 부르듯이, 무더운 날 부채질을 하다가 까무룩 단잠에 빠져들 듯이 단추를 살몃살몃 누르는 손놀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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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이해문 님은 당신 삶터와 일터 둘레에서 사진감을 하나하나 얻어내어 찍었습니다.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우리 스스로 제대로 못 느껴서 그렇지, 우리가 높이 사거나 훌륭하다고 여기는 숱한 사진 작품은 '내 삶' 아니면 '네 삶'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을 나 스스로 담아내지 못했을지라도 누군가 나한테 찾아와서 내 삶을 '꾸밈없이 꾸준히 알알이' 담아낸다면 훌륭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 이웃이 살아가는 모습과 자취를 내가 가까이 다가서면서 지긋이 바라보고 껴안고 보듬고 어깨동무하면서 차근차근 사진으로 담아낸다면, 나는 '내 이웃 삶' 그러니까 '네 삶'을 사진작품으로 아름답게 새로 태어나도록 이끌어 낸 셈입니다. 브레송이 담은 한때이든, 살가도가 담은 한동안이든, 모두모두 '내 삶' 아니면 '네 삶'입니다. 다만, 이 모습들이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땅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리 스스로 못 느끼거나 못 깨닫고 있을 뿐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라고 다르겠습니까. 연극은 어떠하지요. 춤이나 노래라고 아주 새로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문화와 예술은 바로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얼우고 사귀고 고꾸라지고 일어서고 스러지는 이 땅에서 샘솟습니다. 이 땅에서 샘솟지 않는 문화란 없고, 이 땅에서 비롯하지 않는 예술이란 없습니다. 여느 한국사람이 부러워해 마지 않는 서양 문화라 해 보았자, 하나같이 '서양사람 여느 삶'입니다. 스티글리츠 눈에 담긴 사진은 '스티글리츠 삶'이거나 '스티글리츠 이웃이 꾸리던 삶'입니다. 구와바라 시세이가 담은 1960년대 청계천은 '구와바라 시세이가 이웃으로 여기던 사람들 삶'입니다. 그리고 이 삶은 바로 '우리 삶'입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사진으로 안 담았을 뿐입니다.

이리하여 나라 안팎 모든 거룩하거나 훌륭하다는 사진쟁이는 '내 삶'을 찍는 사람입니다. 또는 '네 삶이지만 내가 꾸리는 삶으로 곰삭이고 받아들여서' 찍는 사람입니다. '네 삶이라 할지라도 내 삶처럼 녹여내고 껴안으며' 찍는 사람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대로 '내 삶'을 담고, 내가 살아가는 대로 '네 삶을 내 삶과 같이 바라보며' 찍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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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누구나 찍을 수 있던 사진이나 '누구나 안 찍었기' 때문에 이해문 님 사진이 빛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2) 《한국현대사진가선 : 이해문》에 담긴 사진

1922년에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서 태어나 1956년에 '신선회'라는 사진모임을 함께 열어서 꾸린 뒤, 1981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리얼리즘' 사진 하나를 붙잡았다는 이해문 님 사진책 《한국현대사진가선 : 이해문》을 봅니다. 나라안 사진밭에 그다지 이름이 나지 않은 분이요, 살아 있는 동안에 당신 사진책이 나온 일은 없지 않느냐 싶은 분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취를 사진으로 담던 일을 마무리지어야 하던 1981년부터 스물일곱 해가 지난 뒤 비로소 당신 이름을 걸고 사진책이 하나 나와 주었습니다.

지난 2008년 12월에 나온 사진책 《한국현대사진가선 : 이해문》에 비평글을 실은 박평종 님은 이해문 님 사진을 놓고, "이해문의 사진이 50∼60년대 생활상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지니는 가치는 점차 커져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그 시대 다른 사진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염두에 둘 점은 리얼리즘 사진이 지니는 사진사적 맥락에서의 문제이다. 리얼리즘 사진의 흐름 속에서 활동했던 사진가들의 차별성을 말해 주는 개인적 시각은 50∼60년대 작가들에게서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덧붙여, "1950년대부터 이해문이 기록해 온 한국의 생활상은 크게 몇 가지의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작가 주변의 가족, 친척들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이는 가족들의 모습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진 활동을 했던 작가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피사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가족들의 일상을 일반적인 기념사진의 형식이 아니라 리얼리즘적인 기록의 형식을 빌려 촬영함으로써 그것을 동시대의 보편적인 생활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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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이해문 님은 당신 여느 삶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담아내며서 '생활사진'이 곧바로 '리얼리즘 사진'이 되는 길을 찾았습니다.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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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혼인사진은 어디에서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기념사진'으로만 머물 수 있는 가운데 '기념이자 기록 사진'이 되느냐가 갈립니다.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어느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맛살을 찌푸렸습니다. 1950년대 사람들이 1950년대를 그때에 찍었을 때 그때 값어치는 어떠했느냐 궁금하고, 2000년대 오늘날 바로 오늘 모습을 담는 사진을 오늘날에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이해문 님 사진들이 값어치가 있다는 셈인지, 세월이 흐르지 않았어도 이해문 님 사진이 값어치가 있다는 셈인지, 또렷하게 갈라서 밝혀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값어치가 있다는 사진이라면, 사진쟁이 스스로 먼 앞날만 바라본 사진이었다는 소리인지, 아니면 그때그때 사람들과 숨결을 같이할 만한 사진작품으로까지 빚어내지 못했다는 소리인지를, 제대로 나누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과 연구만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손쉽게 '1950년대'이니 '1960년대'이니 읊지만, 참 역사에는 1950년대나 1960년대란 없습니다. '1958년 4월 7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몇 번지, 그날 몇 시 몇 분, 아무개하고 어디에서'라고 하나하나 밝히는 가운데 비로소 참 역사가 있습니다. 좁다란 양철통에 누나랑 동생이랑 멱을 감는 사진이든, 추운 겨울날 동네 꼬마가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진이든,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가운데 엄마 따라 나온 아이가 멍석을 깔고 낮잠에 빠져 있는 사진이든, 그 모습 하나하나가 '몇 년대 어찌어찌한 역사'가 아니라, '어느 해 어느 날 어느 곳 누구네 어찌어찌한 역사'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참된 역사는 세월이 지난 뒤에만 값이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진이 한낱 '기념사진'이라 할지라도, 이 사진을 찍은 바로 그날 그때부터 값어치가 있습니다. 찍힌 사람과 찍은 사람 모두한테 값이 있는 가운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때 그런 사진을 기막히게 하나 찍었단 말이야!' 하면서 더욱더 높은 값이 쌓입니다. 찍힌 사람부터 스스럼없이 웃으면서 사진을 들여다보고, 찍은 사람 또한 눈물겨운 웃음으로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이해문 님 사진을 보면서도 느끼지만, 이무렵 사진쟁이들은 한결같이 비슷했을 텐데, 사진찍기로는 먹고살 수 없을 뿐더러 필름값 대기에 만만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진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을 터이며, 부지런히 집 바깥으로 짬을 내어 사진찍기를 나섰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해문 님은 바깥에서도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 가운데 집 안쪽에서도 사진을 신나게 찍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대목이 '이해문 님 리얼리즘 사진'을 그무렵 다른 사진쟁이하고 갈라 놓을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식구들한테 '사진을 좋아하는 남편'이자 '사진을 좋아하는 아빠'로서 바깥에서 맴돌이만 하지 않고, 집에서 식구들하고 오붓하게 지내는 가운데 사진을 담았거든요. 이러는 가운데,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이 붙는 사진은, 사람들 삶을 꾸밈없이 담는 사진이어야 할 테지만, 바로 이 리얼리즘은 남들을 구경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나부터 내 삶을 꾸밈없이 들여다보고, 이런 눈과 몸짓을 바탕으로 내 이웃을 껴안는 데에 있지 않겠느냐'는 깨달음까지 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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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숱한 사진쟁이들이 집식구 사진을 곧잘 찍지만, 《한국현대사진가선 : 이해문》에 담긴 사진처럼 싱그럽거나 짠하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이해문 님 '삶 사진'은 억지스럽거나 어설프다는 느낌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살아가는 집과 동네를 '부끄러움 없이' 보여줍니다. 딱히 숨기지 않으며, 굳이 내세우지 않습니다. 감출 구석 없고 자랑할 구석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사진쟁이 스스로 삶이 사진이 되고 사진이 삶이 되었습니다.

〈팽이〉나 〈꼬마도서관〉 같은 작품이 퍽 돋보인다 하지만, 이런 돋보이는 사진이 있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멀리 나가서 여느 사람 수수한 모습'을 찾으려 아둥바둥하기보다, '바로 내 집에서 내가 바로 여느 수수한 사람임을 깨달아 나와 내 식구부터' 찍는 길을 걷고 나서 사진을 넓게 바라보아야겠다고 느끼는 매무새가 고스란히 사진에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또한 제 삶마디에 따라서 헌책방을 찍고 골목길을 찍고 자전거를 찍으며 우리 아기를 찍습니다. 아기를 돌보고 집 안팎 살림을 꾸리느라 집은 온통 어질러져 있는데, 이런 어질러진 모습을 사진눈에서 슬쩍 빼놓을 수 있는 가운데 더 잘 들어오도록 찍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따로 빼지 않고 굳이 더 넣지 않습니다. 꼭 그만큼, 제가 찍어야 하는 만큼만 찍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어떤 '적바림(기록)'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그날 좋아서 찍습니다. 좋아서 찍은 사진을 좋아서 두 장씩 찾은 다음, 음성에 살고 있는 부모님한테 한 장씩 모은 꾸러미를 띄우고, 저는 저대로 집에 차곡차곡 한 장씩 갈무리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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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사진. ⓒ 이해문 (c) 민족사진가협회


오늘도 집에서 몇 장 담았고, 골목길마실을 하면서 몇 장 찍었습니다. 다음날도 그 이듬날도 매한가지로 사진과 함께 살아갈 생각입니다. 이해문 님은 이해문 님이 살던 그무렵 당신이 사랑하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진을 즐겼듯, 저는 저대로 제가 발딛고 있는 터전에서 제 둘레 사람을 아낌없이 사랑하면서 제 사진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당신 첫 사진책 《한국현대사진가선 : 이해문》 같은 작품을 하나하나 장만해서 제 도서관 책시렁에 고맙게 꽂아 놓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한국현대사진가선 이해문 - 1950~70년대 사진들

박평종 글, 이해문 사진,
포토넷, 2008


#사진 #사진책 #사진찍기 #이해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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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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