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이 왜 완장 차고 강공드라이브?
노조 반격 시작...제2의 YTN사태 빚어지나

[진단] YTN 또다시 격랑예고...배석규 직무대행 '불신임 92.8%' 압도적

등록 2009.08.20 17:27수정 2009.08.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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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오전 10시 YTN 1층 로비에서 열린 '전면 제작거부 출정식'에 참여한 200여 명의 YTN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모형 카메라맨의 목에 '언론악법 철회하고 국민에게 항복하라'고 쓰인 피켓이 걸렸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 YTN 1층 로비에서 열린 '전면 제작거부 출정식'에 참여한 200여 명의 YTN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모형 카메라맨의 목에 '언론악법 철회하고 국민에게 항복하라'고 쓰인 피켓이 걸렸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YTN이 또 다시 파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YTN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타진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구본홍 전 YTN 사장이 지난 4일 '사실상 경질'된 뒤, 사장 직무대행을 맞고 있는 배석규 대표이사(사장 직무대행·전무)가 '완장' 노릇을 하면서 내부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YTN노동조합(위원장 노종면)은 지난 12일과 13일 양일간 실시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92.8%가 불신임을 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구본홍 YTN 사장의 경질 이후 인사태풍으로 YTN을 새롭게 장악하려던 배 대행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YTN노동조합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재적인원 410명 가운데 277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67.6%를 나타냈다"며 "이중 257명(92.8%)이 불신임을, 9명(3.2%)이 신임을 표시했고, 나머지는 무효표(4%)"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YTN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이제는 행동"이라며 "배석규 대행으로는 안 된다는 민심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언론사 역사상 유례 없는 폭거를 자행해 사내 공포심을 조장하고 조합원 투표에 대해 불법과 사규위반, 징계 등 온갖 협박을 늘어놓고 조직적으로 투표불참을 이끌어 투표율을 끌어내렸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끈질긴 투표방해에도 실질 득표율은 위원장선거(64.6%)와 1차 파업(69.6%), 2차 파업(62.8%) 때와 비교할 때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회사의 방해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사내 구성원들은 배석규 직무대행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강하게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YTN노동조합은 "배 대행은 사심 없이 회사 구성원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대로 행동해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기간이 끝나는 즉시 노동조합은 사측이 예상하기 힘든 수준의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24일 YTN보도국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총의를 모아 향후 대응방향을 모색할 방침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유신 YTN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회사는 공지를 띄워 투표하는 조합원들을 징계하겠다, 투표소를 설치하면 용역을 동원해 뜯어내겠다 등등 공개협박을 했다"며 "회사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70%에 육박하는 조합원들이 투표에 임해 불신임을 표출한 것은 그만큼 배 대행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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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YTN 사장이 보도국장 선출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를 배제하고 2위를 한 보도국 간부를 새 보도국장에 임명한 데 반발해 YTN 노조원들이 지난 1월 1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앞에서 구본홍 YTN 사장에게 보도국장 파행 임명 철회를 요구하자 되돌아 가고 있다. ⓒ 유성호

구본홍 YTN 사장이 보도국장 선출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를 배제하고 2위를 한 보도국 간부를 새 보도국장에 임명한 데 반발해 YTN 노조원들이 지난 1월 1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앞에서 구본홍 YTN 사장에게 보도국장 파행 임명 철회를 요구하자 되돌아 가고 있다. ⓒ 유성호

YTN 사측 "투쟁일변도 노조방침에 사원들은 회의적...동요 없을 것"

 

노동조합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YTN 회사측 관계자는 "회사의 생존과 이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투표"라고 지적하고 "1차 파업 때는 91.9%, 2차 파업 때는 87.2%가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번 투표율이 67.6%로 낮아지니 실질 득표율 운운하면서 투표율 하락을 눈가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투쟁 일변도의 노조 방침에 사내 구성원들은 회의적 입장"이라며 "이번 투표를 독려하고 주도한 사람들은 사규에 따라 징계 등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투표율이 20% 빠진 것으로 미뤄볼 때 사원들이 크게 동요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지금 YTN은 사장이 존재하지 않는 대행체제"라며 "신임 사장이 정식으로 선임될 때까지는 회사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게 정상인데 배 대행은 임시체제인줄도 모르고 자기 권한 밖의 일들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배 대행이 이명박 정권에게 신임을 받아 또 다른 낙하산이 되고 싶어서 무리하게 노조와 충돌을 빚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불필요한 내부 분란을 삼가고 마찰을 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재 YTN 구성원들이 신임투표를 제기한 것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빠른 시일 안에 주주총회를 열고 후임 사장을 선임하는 쪽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 3월 23일 오후 3시 30분 '미디어행동' 주최로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YTN 조합원들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전관석

지난 3월 23일 오후 3시 30분 '미디어행동' 주최로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YTN 조합원들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전관석

강상현 시청자위원장 "배 대행 무리수 두지 말고 겸허히 물러나야"

 

강상현 YTN 시청자위원장(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도 "사장대행 체제인데 문제를 수습하지는 못할지언정 무리수를 둬서 문제를 더욱 비화시키지는 말아야 하는데 점점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강 위원장은 "YTN 정상화를 위한 1단계 조처로 우선 노조원들과 기자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며 "그것이 사태를 수습하는 바른 방향인데 대행체제가 이를 역행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덧붙여 배 대행이 너무 사사로운 개인적인 욕심으로 무리수를 두는 것 같고, 문제를 일파만파 악화일로로 확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YTN 내부 구성원들이 압도적으로 배 대행을 불신임하고 있는데도 이 상황을 겸허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공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사과를 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정권이 '낙하산' 구본홍을 투하했지만 결국 YTN 장악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외부카드 대신 내부카드를 통해 내분조장행위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YTN노조가 아주 현명하게 싸움을 잘 풀어가야 할 것 같다"고 노조 측에 조언했다.

 

구본홍씨는 'MB의 낙하산'이라는 딱지가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동력이 크게 붙을 수 있었지만, 배 대행은 내부 사람이기 때문에 싫든 좋든 십수년 같이 해온 사람을 배척하기 어려운 풍토가 있는 게 사실일 거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노조 입장에서는 싸움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게다.

 

무엇보다 조직 내부에 '젊은 기자 대 OB' '보직 대 비보직' '노조 대 비노조' 식의 대립갈등이 첨예화 되고 이에 따라 전략이 약화되면 자연스럽게 MB정권에 장악된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 교수는 "노조가 매우 합리적으로 싸움을 풀어가야 할 것"이라며 "내부 소모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돌발영상 보도가 편파적? 개인견해로 대기발령하다니"

 

임장혁 YTN <돌발영상> 팀장. ⓒ 권우성

임장혁 YTN <돌발영상> 팀장. ⓒ 권우성

한편, 임장혁 YTN <돌발영상> PD는 같은 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배석규 대행의 대기발령 조치에 대한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임 PD는 신청서를 통해 "대기발령은 쌍용차 관련 돌발영상이 편파적으로 제작됐다는 사장직무대행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그 사유가 인사규정상 대기발령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기소만 되면 무조건 대기발령을 명할 수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기발령은 급여 등 불이익이 클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본인과 협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그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다"며 "따라서 무효"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배 대행은 임 PD에 대한 대기발령 처분을 중지하고 직무를 부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날로부터 위반행위 1일당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배석규 대행은 지난 10일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대기를 명할 수 있다는 사규에 따른 인사조치"라며 임장혁 PD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쌍용차 관련 <돌발영상>이 편파적으로 제작됐다", "공정성을 잃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9.08.20 17:27 ⓒ 2009 OhmyNews
#제2의 YTN사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 #임장혁 돌발영상 PD #YTN 시청자위원회 #구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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