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불참도 투표의 한 방법이라구요?

제주지사의 주민소환투표를 지켜보며

등록 2009.08.22 18:17수정 2009.08.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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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를 실행하기 위해 단식투쟁까지 하며 그토록 애를 썼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내일이면 이별한다. 또 우리는 며칠 후면 풀뿌리 민주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지방자치제의 사전적 설명을 보면

 

"지방자치제란 일정한 지역에서 주민의 의사를 기초로 하여 그 지역 지방 공공 단체가 자주적으로 행정을 펴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가와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일반적인 원리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로 나와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시·읍·면 의회의원선거(4. 25)와 시 도의회의원선거(5. 10)를 실시함으로써 시행되었다고 한다. 1956년에는 시·읍·면장선거(8. 8)까지 실시하여 기초자치단체의 민선단체장체제가 출범했다. 이후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 뒤 장면 내각은 1960년 시장·도지사선거(12. 29)까지 실시하여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1961년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지방자치제를 전면 중단함으로써 이후 30년간 지방자치 없는 중앙집권 시대를 보냈고, 1991년에 이르러 구·시·군 의회선거(3. 26)와 시·도의회의원선거(6. 20)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1년에 부활된 지방자치제는 임명제 단체장체제가 존속하는 상황의 유명무실한 것이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1995년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됨으로써(6. 27) 한국의 지방자치는 새로운 출발을 맞게 되었다. 지방분권·권력균형을 의미하는 지방자치는 3권 분립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의 하나다.

 

지방의 정치와 행정을 그 지방 주민들 스스로에 의해 또는 주민의 대표자를 통해 자율적으로 처리해나가도록 한 제도,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가와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일반적인 원리로부터 나온 이 지방자치제가 그동안의 운영 잘못으로 많은 이견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똑같은 것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주지사의 주민소환투표이다. 제정된 이후 한 번도 실행해보지 않았던 주민소환제도가 제주도에서 진행 중에 있다.

 

고등학교 정치경제 교과서에서 배웠던 주민소환제도는 아주 멋진 제도처럼 보였다. 내가 뽑은 일꾼이 잘못하면 투표한 주민들이 언제든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멋진 제도를 실제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주민들이 투표만 할 뿐 맡긴 임무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감시기능에 너무 소홀했던 까닭이 아닌가 싶다.

 

지방자치제의 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지역실정에 맞는 행정의 실현, 정책의 지역적 실험, 분업을 통한 효율행정, 지역 안의 종합행정 등을 실행해야 한다.

 

제주도는 광역단체장인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오는 26일 실시한다. 이는 김태환 지사가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들(해운기지 결정 등)을 주민들과 대화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도정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로 시민단체들이 유권자 행동을 선언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공동선을 위해 사용하는 자유투표의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 주민들은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투표에 직면해 제주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투표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국민의 소중한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민주시민으로서 행사하도록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소환 당사자인 김태환 제주지사는 투표불참도 권리행사의 한 방법이라며 투표불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 한 지방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언행인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제주도는 지금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쓰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어 많은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단체장은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내가 뽑은 단체장이 맡은 임무를 잘 하고 있는지 감시 기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제는 단체장을 뽑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이나 추진 과정에서 주민과 소통하면서 수정 보완돼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제주도,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제주 주민들이 성숙한 민주의식,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2009.08.22 18:17 ⓒ 2009 OhmyNews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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