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년 전 청동기 사람들과 동무하다

경남 진주시 대평면 <진주청동기박물관>을 다녀와서

등록 2009.08.26 15:25수정 2009.08.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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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대평면은 우리나라 최대 청동기시대 유적지가 발견된 곳입니다. 청동기 시대 400동이 넘는 집터와 6곳의 환호, 4천제곱미터가 넘는 밭이 발굴되었습니다. 하지만 남강댐 건설과 증축으로 수몰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청동기 유적이 수몰되자 진주시는 2005년부터 청동기박물관을 짖기 시작하여 지난 6월 11일 개관했습니다.


개학을 6일 앞두고 조카들이 왔습니다. 더운 날씨에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조카들과 함께 청동기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청동기 박물관은 평일에는 600-700명, 주말은 3,000명이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청동기 박물관에는 BC1500년 전 사람들이 살았던 움집과 무덤, 솟대, 밭을 만들어 놓아 3500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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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마을 전경 ⓒ 김동수


움집을 보니 어릴 적 초가집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초가집에 살았습니다. 초가집은 민속촌에서는 볼 수 있지만 움집은 보기 힘듭니다. 막둥이 녀석이 움집 앞에서 주인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빠! 이 집 이름이 무엇이에요?"
"움집이냐."
"아빠도 이런 집에서 살아봤어요?"

"아빠는 초가집에서는 살았지만 움집에서는 살아보지 못했어."
"아빠! 내가 이 집 주인이다. 사진 한 번 찍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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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시대 대평마을에 있었던 움집 앞에서 주인 행사를 하고 있는 막둥이 ⓒ 김동수


움집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는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3500년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구조는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닥을 유리로 만들어 놓아 입체감을 들게했습니다.

"아빠 여기 들어와보세요. 유리예요. 유리."
"정말 신기하다. 막둥아 옛날 사람들도 유리를 만들었을까?"
"옛날 사람들도 유리를 만들었으니, 여기 유리가 있잖아요."
"그래 3500년전 사람들도 유리를 만들었으니 지금 이 바닥이 유리다."



한참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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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마을 움집 안. 유리바닥을 만들오 놓아 청동기 시대 움집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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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집 안 모습 ⓒ 김동수


천장을 보면서 비가 많이 오면 새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초가집을 생각하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초가집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비가 새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 콘리크트는 방수를 잘못하면 비가 샙니다. 조상들 지혜를 초가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움집도 비가 새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마냥 신기합니다. 움집을 태어나서 처음보니 신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헌아 너도 움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 아빠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초가집에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파트보다 훨씬 더 시원하고, 따뜻했다. 지금은 에어컨이 없으면 살기 힘들잖아."

"잘 모르겠어요. 안에 들어와보니까. 많이 불편할 것같아요. 진짜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어요?"

"아마 그럴 거야. 청동기 시대를 공부한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무조건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밥하는 체험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막둥이와 딸, 조카가 밥을 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3500년 전으로 다들 돌아갔습니다. 그 때는 논농사를 짓지 않았는데 무엇을 해 먹고 살았을까요. 대평마을에도 논이 아니라 밭이 발견되었습니다. 옥수수와 조 따위로 밥을 해 먹었을까요? 딸이 물었습니다.

"3500년 전 사람들은 밥을 무엇으로 해먹어요?"
"아빠도 잘 모르겠다. 쌀?"
"아빠는 그것도 몰라요. 쌀이 없었으면 옥수수와 조로 밥을 해먹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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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집 안에서 아이들이 청동기시대 조상들이 밥을 어떻게 해먹었는지 체험을 하고 있다. ⓒ 김동수


움집에 나와 보니 대평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을 맞아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야외 아궁이 밥을 하고 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아줌마, 아저씨 무엇하세요."
"응,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단다."

"아줌마, 우리는 새참으로 과자와 피자, 햄버거를 먹을 때가 있어요? 아줌마는 아들과 딸에게 새참으로 무엇을 주세요."
"피자? 햄버거? 과자? 그것이 무엇인데. 우리는 아침과 점심, 저녁에 밥을 해먹어."


3500년 전 아줌마와 3500년 후 아이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3500년 전 아줌마가 피자와 과자를 알 수 없듯이 아이들도 3500년 전 아이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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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시대 대평마을 사람들과 함께 한 우리 집 아이 셋과 조카 셋 30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함께 함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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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마을 사람들과 함께 찰각 ⓒ 김동수


대평마을을 지나니 마을 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음력 정월 대보름에 동제(洞祭)를 올릴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위하여 마을 입구에 세우는 솟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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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 김동수

"아빠 저기 세워져 있는 막대기가 무엇이예요. 막대기 위에 새가 있어요"
"응 솟대라고 하는 거다."

"솟대를 왜 세워요?"
"솟대는 하나만 세우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여러개를 세웠구나. 옛날 사람들은 장승·선돌·탑·신목 따위와 함께 세웠는데. 오리를 맨 꼭대기 달았다. 오리가 물새잖아, 자기 마을을 지켜주고, 풍년을 빌기 위해 만들었다. 아빠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옛날 사람들은 다들 하늘과 물에 대한 신앙을 가졌습니다. 자기 자신, 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생각했던 것같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그것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솟대 위 새들은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믿었던 신앙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었습니다. 3500년 전 사람들이 가졌던 자연을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금도 우리들이 가지고 있다면 삽질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은 하지 않겠지요.

솟대 앞에는 무덤군이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슨 돌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해 합니다. 이 무덤군은 대평면에서 발견된 무덤군이 아니라 경남 진주시 가호동에서 발견된 무덤군을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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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마을에서 발굴된 무덤들 ⓒ 김동수


무덤은 보는 것만으로 삶을 뒤돌아 보게 합니다.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훨씬 삶을 살아가는 데 유익합니다.

"아빠, 왜 무덤을 돌로 만들었어요?"
"여기 큰 돌을 고인돌이라고 하는데. 고인들은 높은 자리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무덤이야."
"여기 넓적한 돌무덤도 있어요?"
"그것은 석관묘 또는 돌널무덤이라고 불러. 돌널무덤은 시베리아, 중국의 동북지방, 우리나라, 일본에서 발견되고 있어 청동기시대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는데 아빠도 더 이상은 모르겠다."

"인헌이 너 더 배우고 싶으면 고고학 공부해라."
"고고학이 무엇이에요."
"응 바로 이런 것 공부하는 것다.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만들었고, 무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공부하는 학문을 고고학이라고 해. 어때 공부하고 싶어?"


대평에는 옥도 유명합니다. 옥이 무덤에서 많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지배자들 장신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진주청동기 박물관에는 이런 유적뿐만 아니라 입체상영관도 있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3500년 전 사람들과 함께 동무하기 위해 경남 진주시 대평면에 있는 진주청동기박물관을 견학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바로가기☞ 진주청동기박물관
#청동기 #대평마을 #움집 #솟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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