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의심하라

[서평] 후퇴하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들여다 보기

등록 2009.09.05 12:05수정 2009.09.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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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역사의 진정성을 믿으면서도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는 것은 일부 '지식인'뿐인가. ⓒ 철수와영희

▲ 책표지 역사의 진정성을 믿으면서도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는 것은 일부 '지식인'뿐인가. ⓒ 철수와영희

지지율 40%를 상회하는 이명박은 대한민국의 희망인가. 일반의 기대에 못미치고 그 증거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던 것이 국정 운영을 잘해서 국민의 지지가 그리도 높아진 것일까?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4대강 죽이기를 넘어서 민주화운동의 두 거물이 저 세상으로 떠나면서 남긴 '화해'와 '통합'의 정신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라도 한 것인가.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부동산 경기도 그 좋았던(?) 80년대 말을 보는 것 같이 들썩 거리는 것에 다수가 행복해지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 747까지는 아니더라도 (7%성장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지만) 이명박의 경제정책이 꾸준한 효과를 발휘 하고 있는 것일까.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의 정책적 허술함이 드러나고 세종시와 같은 지방분권화의 약속은 어디론가 흔적을 찾기 힘든 때에 위기 극복 카드로 총리 인사가 일부에게 심어줄 '희망'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생존을 위해 싸우다 숨진 용산의 주검들은 아직도 싸늘한 곳에 얼린 채 8개월여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고, 쌍용차대량해고에 이은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의 해고로 이은 폭력 사태. 노동자의 대다수인 비정규직에 대한 대우가 '노예'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와 자유로 대표되는 21세기의 자유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타오르던 촛불은 꺼지고 소통의 광장이 막혀있는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40%의 국민이 땅한 평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17%의 상위계층 가구가 전체 주택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땅에서 매일 뉴스에 땅값이 오르네 아파트값이 오르네 하는 이야기를 당신은 즐겁게 볼 수 있나요.

 

평등하지 못한 조건의 경쟁을 통해 계급을 세습화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대한민국의 '교육'에서 출발선이 까마득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성큼성큼 달리고 있는 일부의 유복자들을 바라보는 서민 부모가 느끼는 절망감은 '나'와는 무관한가.

 

그저 착하고 바르게만 커라. 그리고 돈이 없더라도 나쁜 짓만은 하지 말아라 라는 말이 학벌 없이 취업이 원천 봉쇄되고 '서울대'가 아니면 '학벌'이라고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그래서 하층민에서 상층민으로 상승과 출세를 꿈꾸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나라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말이다.

 

'왜 40대인 아버지가 일하고 쉬는 시간보다 초등학생인 내가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나'라는 한탄의 유서를 쓰고 자살한 의정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일화는 오늘날 '교육'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징한다.

 

인간답지 못한 삶을 강요당하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좌절만을 맛보게 만드는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 성적을 비관해서 이달에도 한명, 다음 달엔 두 명이 죽게 만들고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또는 못 갚아서 죽는 대학생, 실업을 비관해서 죽는 가장을 낳는 사회는 개혁이 필요하다. 아니, 혁명을 꿈꿔야 한다.

 

국가의 위기는 애국심 충만한 국민이 '금 모으기'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으로 감당하며 IMF때 대량해고와 감원, 경기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직원들의 감원과 해고를 반복하며 임원진의 감원이나 감봉은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태는 몸 바쳐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일 해온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파렴치함의 극한을 보여준다.

 

'국익'은 과연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이익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국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기부양'의 이익은 주가상승과 기업매출의 향상으로 소수 상위 기득권층에게 돌아간다.

 

재벌가의 주가 보유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대한민국 평균수입의 수백 명의 노동자가 평생 먹고 살 돈을 보유한다. 나도 주식이 있다며 위로하고 작은 희망을 가지는 것은 노동자가 연대하는 것을 방해한다. 분열하고 개인화하는 마음이 모여 이룬 '민심'은 결국 대한민국을 '잘 살지 못하는' 대중의 피만을 먹고 사는 파렴치한 괴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의 머리에 등장하는 손석춘은 가장 낮은 단계의 '학습모임'을 주장한다. 마르크스가 이야기 했던 '학습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를 떠올리면 된다. 이런 연대가 모여 진보정당을 집권하게 하고 끊임없이 개혁을 요구하고 이루어내는 과정이 진정한 민중을 위한 발전이다.

 

이런 구호가 생경하게 느껴지고 빨갱이 라고 댓글을 달고 싶은 당신, 스스로가 과연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희망을 가지고 살며 그것을 내 주변의 다수가 공유하는 지 그리고 자손의 대로 물려주게 될 지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blog.naver.com/soil05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손석춘, 김규항, 박노자, 손낙구, 김상봉, 김송이, 하종강, 서경식/ 철수와 영희/ 10,000원

2009.09.05 12:0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blog.naver.com/soil05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손석춘, 김규항, 박노자, 손낙구, 김상봉, 김송이, 하종강, 서경식/ 철수와 영희/ 10,000원

후퇴하는 민주주의 - 서른 살, 사회과학을 만나다

손석춘 외 지음,
철수와영희, 2009


#민주화 #민주주의 #이명박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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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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