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엔 명문고 하나로 줄어 경쟁 치열"

민생민주창원회의 "마산-창원-진해-함안 행정통합 무조건 좋은가" 토론회

등록 2009.09.17 19:43수정 2009.09.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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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통합의 흐름은 개판이다. 절차와 과정은 비민주적이다." "인센티브며 교부세를 더 준다고 하는데, 달라질 게 없고 빛좋은 개살구다." "공무원 숫자며 국회의원 선거구는 그대로 둔다는데, 힘있는 데는 손대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민생민주창원회의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연 "마산-창원-진해-함안 행정 통합 무조건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행정안정부가 마창진(함)을 대표적인 행정구역 통합 대상으로 꼽은 뒤, 시장·군수와 일부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역사회 등에서 갖가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토론회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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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민주창원회의는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마산창원진해함안, 행정통합 무조건 좋은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승해경 창원여성의전화 대표는 "통합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주민생활과 관련한 자료는 없고, 통합 논의가 남성 중심으로 되는 것 같으며, 여성을 비롯한 모든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승 대표는 "통합이 되면 지역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은 없고, 오히려 고비용 저효율이 나타날 것이며,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시민들은 왜 통합하지, 라는 말을 한다"며 "통합을 경제논리로만 갖고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원은 다른 자치단체와 통합하면 시민들은 편의보다 불편이 많을 것"이라며 "공무원의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나고, 부동산 투기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병철 창원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행정통합을 강제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은데, 지난해 촛불과 올해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뚜렷하게 한 게 없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행정 개편이라도 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마산, 창원, 진해, 함안을 통합하면 인구 100만 명이 되는데, 일반 시민들은 광역시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하나의 일반 도시가 되는 것"이라며 "통합하면 하나의 '행정구'가 생겨나는데, 그러면 행정단위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되고, 주민들의 행정 접근성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위원장은 "정부는 자율통합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안되면 2013년에 강제통합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해당 지역을 찍어 놓았으며 주민 투표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같다"면서 "행정자치부 통합팀장한테 인센티브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서너 개 자치단체가 통합하면 평상시에 주던 교부세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말이었는데, 그러면 통합 안 해도 그만큼의 교부세는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부에서는 동일 생활권을 강조하는데, 수돗물이나 택시·버스는 이미 하나로 되어 있어 통합하지 않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창원과 마산 등은 별도로 홍보해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는데, '마창진함시'가 생겨날 경우 다시 홍보해야 하는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임영대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은 "환경문제는 행정구역 통합 여부와 크게 상관은 없고, 우리 단체는 이미 통합했다"면서 "행정통합은 한 분야만 갖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마산 수정만 매립 문제로 시와 주민들이 격렬하게 싸웠는데, 행정이 시민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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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민주창원회의는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교육적인 시각으로 행정구역 통합 문제도 짚었다. 양재욱 전교조 창원초등지회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명문고 키우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며, 지금도 창원의 많은 아이들이 김해 장유로 튕겨나가는데 통합하면 더 많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지회장은 "자치단체는 고등학교 한 곳만 명문고로 만들려 하고, 학부모들도 그 지역에서 제일가는 명문고에만 자녀들을 보내려고 한다"면서 "통합 시가 생겨나면 명문고는 하나만 있게 되는 셈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통합이 되면 명문고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괴감과 패배감을 갖게 되고, 아이들도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부모의 부가 아이들에게 세습되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 행정통합도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인구 100만명의 도시가 되었다고 해도 자율권은 별로 없고, 단지 교부세 몇 푼 더 받는 정도다"면서 "통합시가 되면 간판도 바꾸어야 하고 직인이며 명패까지 바꾸어야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왜 따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통합하면 쓰레기소각장이며 공설운동장, 문화공연장 등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여러 시설들은 다 자치단체마다 들어서 있으며, 통합한다고 해서 특별히 줄어들 게 없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여론조사도 주민들에게 정보를 정확히 주고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면서 "다른 지역의 경우 정보를 정확히 주지 않고 한 여론조사와 어느 정도 정보를 준 뒤 다시 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달랐다.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서는 안되고, 통합하면 무엇이 이로운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구역 통합 #민생민주창원회의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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