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진솔함을 이야기하는 <자기야>보다 못한 <밥줘>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95] 드라마 <밥줘> VS 토크쇼 <자기야>

등록 2009.09.19 10:53수정 2011.08.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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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란 알 수 없는 사이이다. 사랑을 시작해 정이 쌓여 만들어진 관계는 부부 사이 아니면 모른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또한 인간에게 있어 사랑과 결혼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에서 숱하게 남녀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해불가능한 <밥줘>의 조영란 정선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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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막장 부부 드라마의 이야기 <밥줘> ⓒ imbc

그리고 각양각색의 사랑과 결혼생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아주 기묘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부부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밥줘>가 그러하다. 막장드라로서 분류되어 지금까지 많은 질타를 받은 <밥줘>지만 엽기잔혹극에서 벗어나 도저히 상식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이야기가 <밥줘>이다.

<밥줘>는 부부살이의 저편, 환희와 고통이 교차되는 부부관계의 질곡을, 주인공 조영란의 시각을 통해 조영란 자신의 인생은 물론 그녀 주변에 포진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철저하게 추적하고 해부하여 진솔하게 보여줄 겠다고 기획의도에서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허나,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부부관계의 질곡은 불륜으로 점철되고, 다양한 인물군상과 부부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겠다는 점은 미스터리한 인간관계, 부부관계를 보여주는 막장이 드러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10여 년을 넘게 '밥줘' 한 마디만 하는 남자를 과묵하다고 믿고 산 조영란(하희라). 하지만 남편 정선우(김성민)은 이미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가 있고, 외도를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영란은 분노하지만 남편 정선우와 차화진(최수린)은 너무나도 뻔뻔한 불륜을 펼친다. 그리고 이혼을 강요하지 않는 두 불륜남녀의 모습이 선보이고, 급기야 조영란은 가출을 감행한다.

여기에 조영란은 연하남 유준희(조연우)와 사랑에 빠지고, 이혼을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남편 정선우는 화진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라 오해하고 이혼을 감행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조영란의 자매들은 앞 다투어 차화진을 찾아 폭력행사를 하고, 촤하진은 폭력에 잠시 실성(정확히 실성은 아니지만 실성한듯 보인다)한다.


또한 화진의 아들은 선우의 아들이 아님을 밝혀지고 이혼을 감행한 선우는 쓰러진다. 그 사이 조영란의 어머니는 청부업을 감행하며 화진을 납치·감금시킨다. 그리고 다시 컴백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게 되고 선우와 화진, 영란과 준희의 얽힌 관계는 더욱 꼬여만 간다.

그런데 여기서 알 수 있듯, 이미 상식을 넘어선 진행과 스토리가 과연 부부의 어떠한 진솔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된다. 더 나아가 이 부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행동 또한 이미 상식을 넘어 독특한 행동양식을 보여주는 '신인류'의 출연이라 말할 정도로 신기하다.

이미 부부의 모습이 아닌 조영란과 정선우가 다시 살길 학수고대하는 친정엄마는 살인청부업을 감행하고, 폭력행사를 하는 데 앞장선 조영란의 큰 언니 조영심(김혜선)네 부부는 그토록 경멸하던 화진과 사업 파트너가 된다.

또한 조영란의 딸 은지(하승리)는 화진의 아들과 친구 사이가 되고, 그토록 싫어하던 화진이를 만나 식사를 한다. 또한 영란은 준희와 집을 나갈 것처럼 하더니 다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챙긴다. 한 마디로 이해가 불가능한 인물들이 넘쳐나는 드라마가 <밥줘>이다. 이제, 부부관계의 질곡 따위는 관심이 없다.

그저 꼬이고 꼬인 이야기를 푸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이러한 사태를 의도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쉽지 않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부부 사이의 강간, 불륜, 폭력, 납치 등 그야말로 막장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밥줘>를 이해하는 시청자들은 별로 없을 듯싶다.

<밥줘>보다 더 진솔한 성인토크쇼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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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부부의 일상적인 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자기야> ⓒ SBS


오히려 금요일밤을 장악한 <자기야>의 부부 모습이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부부관계의 질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부의 모습에 <밥줘>의 부부보다 더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욱더 진솔한 감동과 웃음을 느낄 수 있으며 '부부로 살아간다는 건?'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상 드라마와 토크쇼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부 관계의 이야기를 다룬 다는 점에서 비교가 아주 엉뚱한 것만은 아니다. <자기야>의 경우 연예인 부부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자기야>에는 그 흔한 불륜, 즉 부부관계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인 불륜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히려 다른 여타의 부부관계를 다룬 드라마보다 더 스펙터클하다. 특히 <밥줘>와 비교한다면 <자기야>의 부부모습은 진솔함이 묻어난다.

사실상 결혼생활에 있어 부부관계 만큼 갈등이 많은 관계는 없다. 성장배경, 생활패턴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한평생 희노애락을 한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신혼 초에는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지만 현실이 닥쳐올 쯤 '아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저 말투는 뭐야' 등으로 시작해서 남편의 역할, 아내의 역할 등 시시콜콜하게 부딪히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자기야>에서는 그러한 모습들이 보여진다. 남녀 출연진들이 서로 나눠 앉아 결혼생활을 하면 그간 힘들었던 일, 섭섭했던 일들을 연예인이지만 진솔하려고 애쓴다. 일례로 개그맨 김경민 부부는 김경민의 생활고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면서 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행동으로 인한 갈등의 모습이 그대로 표출되기도 했다. 또한 일만 하고 대화가 부족해 서운했던 이세창 부부의 모습도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즉 <자기야>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부부의 관계에 있어 일상적인 이들을 조명하는 데 치중한다. 극적인 장치나, 반전은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끼는 부부의 이야기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밥줘>는 도저히 <자기야>의 진솔한 부부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밥줘>는 절대적으로 부부관계에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불륜이라는 아주 흔한 소재를 통해 자극적으로 풀어내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주인공 부부의 모습은 일상생활 속 우리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자기야>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돈도 잘 버는 연예인들의 부부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왠지 모르지만 연예인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그들이기에 부부관계의 별다른 갈등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다.

물론 그들이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우월할 수 있으나, 일상에서 겪는 갈등은 우리와 닮아 있고, 그것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출연진의 용기가 가상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러한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어느 정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밥줘>는 기이하게도 시청률을 올리는 데 일등공신한 불륜 이야기가 이제는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어디까지 얼통당토 안한 이야기를 끌고 갈지 모르지만 작가가 부디 <자기야>를 한 번쯤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자기야 #밥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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