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우는 소리와 우리는 다르다는 거지"

[대한민국 진짜 서민⑦] 소도시 재래시장 김치찌개집 아줌마의 분노

등록 2009.10.05 09:29수정 2009.10.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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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어 5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중도실용 정책과 대통령의 서민행보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지율의 급등과는 대조적으로 서민생활은 여전히 팍팍하고,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가는 치솟고, 집값을 올라가는 데 살림살이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사는 진짜 서민들이 과연 어떤 얼굴 무슨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편집자말>

나는 지방출장이 잦은 편인데, 찜질방에서 자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차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한다. 그렇게 자고 나면 몸이 찌뿌드드하다.

 

그러나 돈 아끼려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걸 부인은 못 한다. 잠자리는 그렇다고 쳐도 음식도 문제다. 설렁탕 등 혼자서 시키기에 덜 불편한 것만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창 붐빌 시간대를 피하다 보니 점심은 대개 오후 1시 이후에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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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때문에 영세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한 재래시장 모습. ⓒ 김한영

대형마트 때문에 영세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한 재래시장 모습. ⓒ 김한영

"우리 같은 서민들, 다 굶어죽게 생겼어요"

 

"손님이 많이 빠져 나간 모양이죠. 혼자라서 좀 늦게 들어 왔는데 다행이네."

 

얼마 전 출장길, 시장 통 입구에서 김치찌개를 잘 한다는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생각 외로 조용하다.

 

"손님은 무슨 손님요, 요즘 밥들도 안 먹고 사는지 나 원 참, 이거 큰일 났습니다."

 

1인분 주문이 미안했지만 젓갈을 비롯해 기본반찬이 한상 가득 나온다.

 

"미안합니다. 혼자서 출장을 다니다 보니…."

"아이고 무슨 말씀을요. 혼자라도 많이만 오시면 좋을 텐데, 요즘은 영."

 

"손님이 그리 없습니까. 경기가 좋아져 회식이나 외식들도 많이 한다던데요."

"경기 좋아졌다고 어느 놈이 그래요? 우리 같은 서민들 다 굶어죽게 생겼는데."

 

주가도 '쭉쭉 빵빵' 잘 올라가고 기름 값이 1700원 넘어가도 도로마다 차들은 넘쳐난다. 뭐 예전 같으면 한두 대 보이던 외제차들도 요즘은 동네 개 밟히듯 보이는 세상이다. MB정부가 주장하던 747정책 즉 '7% 경제성장에 4만 불 국민소득 7대강국 진입'이 바로 우리 코앞에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왜 너나없이 못살겠다고 그러는지. 중산층은커녕 이제는 서민마저 무너졌는데 "경기가 좋아졌다"는 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며 아주머니의 음성이 높아진다.

 

"이놈의 정부 하는 꼴이 결국 우리 같은 사람 때려잡은 꼴 아닌 겨? 부자들 징징 울고 아우성치니 세금 내려주고 하루 밥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에게는 전기세 가스요금 다 올려 놓고는 뭘 어쩌라는 건지. 좀 전에 747 뭐라고 했소? 대통령 전세보잉기 그거 구입하는 게 747이요."

 

"그래도 잘하겠죠. 4대강 사업으로 실업자도 많이 해소하고."

 

"아니 이 아저씨가 시방 뜨신 밥 먹고 왜 자꾸 쉰 소리 하신데, 잘하기는 뭔 개뿔 잘해요. 혹시 아저씨 공무원이요?"

 

이거 잘하면 내 돈 내고 먹는 밥상 앞에서 한대 맞겠다.

 

지난 10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지난 10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재래시장이 장사가 안 되는 이유

 

"내가 손님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집 장사가 왜 이리 안 되는가 하면 이 앞에 지랄마튼지 뭔가 들어오고 부텁니다. 시장 보러 나온 아주머니들 거기서 다들 밥 먹는다 이겁니다. 인구 5만도 안 되는 이 촌동네에 저런 게 들어오니 우리 같은 재래시장 사람들은 다 죽게 생겼는데 내가 시방 좋은 소리 나오겠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다. 길 건너 보이는 시장통 입구에 자금성 같은 대형마트가 때깔 좋은 홍시마냥 배시시 웃고 있다. 마치 '너네들 이제 다 죽었어' 그런 표정이다.

 

"낼 모레면 추석이지요. 이럴 때 되면 머리통 큰 사람들 뭐합디까. 재래시장 살려야 한다고 우 몰려와 시장 아주머니들 손잡고 기념사진 찍어 제낍니다. 대형슈퍼 들어오게 허용해 놓고 무슨 서민경제 살린다고 재래시장 방문들 하는지. 요즘 애들 말로 '저것들 미친 거 아녀' 그 소리가 내 목구녕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구 나 원 참!"

 

하긴 요즘은 박정희, 전두환 때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단다. 물론 식당 아지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말이 바로 민심이고 서민들의 삶이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보다가 열통 터져 죽겠더라구요. 서울대 총장까지 한 교수라는 양반도 병역면제에, 위장전입에, 탈세라잖아요. 그런 사람이 국무총리라니... 이제 사전에 '서민'이라는 단어조차도 사라질 거예요. 있는 놈들이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 세상 사는 거 알기나 하겠어요. 누굴 믿고 누구에게 의지하면서 삽니까. 죽는 수밖에."

 

'서민'이란 무엇인가. 아무 권력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사람.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 이것이 사전적 '서민"에 관한 해석이다. 사회적 의미로는 권력 기관에 있지 아니한 모든 평민들의 계급. 중류 계급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계급. 중소 상공업자, 봉급 생활자, 노동자 들을 칭한다고 되어 있다. 이 서민들과 서민계층이 무너지고 있다.

 

아침 해 뜨는 것이 두렵다는 서민들. 오늘은 또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서민들이다. 환경개선 명목으로 한쪽에서는 어묵과 떡볶이 좌판을 패대기친다. 그러면서도 어묵 먹는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은 서민경제 살피기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식당 아지매의 육두문자 쓴 소리가 없는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점심상이었다.

2009.10.05 09:29 ⓒ 2009 OhmyNews
#그냥얼떨결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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