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미 삼백 석' 모으는 현대판 심청이들

25일 코스모스 활짝 핀 섬진강기차마을서 '곡성심청축제' 시작

등록 2009.09.24 21:45수정 2009.09.2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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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에 있는 섬진강기차마을. 철길 옆으로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 이돈삼


꽃구경은 봄에만 떠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꽃구경은 봄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을 꽃구경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 하여 가을분위기 물씬 느껴볼 수 있는, 가을 꽃구경 한번 가본다. 코스모스 흐드러진 전남 곡성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코스모스가 계절을 잃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피어 가을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코스모스 핀 풍경은 아직까지 대표적인 가을풍경이고 또 가을의 정취를 안겨준다. 비록 외래종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에 들어와 100년도 넘게 꽃을 피워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코스모스 핀 풍경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는 이맘 때 남도땅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중에서도 전남 곡성에 코스모스가 많이 피었다. 그것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길가에 가녀리게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아니다. 사람이 푹 빠져들 만큼의 굵직함이 있고 풍성함이 있는, 그런 코스모스의 세계다.

보성강변으로 가본다. 곡성 석곡 사람들은 이 강을 '대황강'이라 부르는데, 이 곳에 코스모스가 많이 피었다. 보이는 것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뿐이다. 강둑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도 가을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곡성읍 장선리 섬진강자연생태공원 앞 강둑에도 코스모스가 많이 피었다. 연분홍빛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갈대와 어우러져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곡성의 코스모스는 이처럼 강변과 어우러져 있다. 보성강, 섬진강과 함께…. 그래서 더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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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겸면천 둔치의 코스모스. 물길을 따라 활짝 핀 코스모스가 운치를 더해 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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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겸면천 둔치의 목화밭. 목화꽃과 다래, 솜꽃이 모두 피어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 이돈삼


코스모스는 겸면천 둔치와 섬진강기차마을에도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겸면천 둔치는 목화밭이 있는 곳. 목화 다래와 솜꽃을 보러 가는 길목에 코스모스가 줄지어 피어 있다. 이 곳의 코스모스 역시 천변 둔치에 줄지어 피었다. 한쪽은 물과, 다른 한쪽은 누렇게 물든 들판과 어우러져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해준다.

코스모스 길 끝은 또 목화밭과 목화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여기에 목화꽃과 다래, 솜꽃이 다 피어있다. 이들 세 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다. 메밀꽃밭과 조롱박터널도 운치를 더해준다. 높이 10미터가 넘는 대형 지게도 눈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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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을 따라...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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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기차마을. 여행하기 좋은 가을을 맞아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 이돈삼


섬진강기차마을에도 코스모스가 많이 피었다. 코스모스 밭이 수만 평에 이른다. 기차마을이 온통 코스모스다. 증기기관열차가 달리는 철길 가에도 코스모스가 줄지어 피었다. 해바라기 꽃밭도 조성돼 있어 가을의 정취를 안겨준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둥지를 튼 생태체험장과 생태체험연못도 멋스럽다. 음악분수대도 새롭게 단장돼 있다.

기찻길 옆에는 또 밤이 무르익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대봉 감은 주황색으로 변하고 있다. 강변에 억새도 많이 피었다. 이름 모를 들꽃도 부지기수다. 옛 추억을 실어 나르는 증기기관열차가 그리움으로 가는 추억열차를 연상케 한다.

여기서 심청축제도 열린다. 축제는 25일 시작돼 27일까지 계속된다. '심청이 기차 타고 떠나는 섬진강 마을축제'라는 주제로 공양미 삼백석 모으기, 가족이 함께 느끼고 체험하는 효행체험, 심청 마당극 공연 등 심청의 효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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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송정마을. 심청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오는 마을이다. ⓒ 이돈삼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공양미 삼백석 모으기'. 이 운동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할 목적으로 공양미 삼백석 대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의 효성을 되새겨 저소득 노인들에게 무료 개안수술을 해주자는 취지다. 녹내장, 백내장 같은 노인성 시력 저하로 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는 저소득 노인들에게 개안수술 비용은 심봉사에게 공양미 삼백석 만큼이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을 감안한 것이다.

공양미 삼백석 모으기는 심청축제추진위원회와 곡성청년회의소,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단체가 주축을 이룬다. 이들이 독지가와 일반인,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편다. 모금은 쌀이나 성금품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축제 때마다 계속되는 이 운동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모금함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은 고사리 손으로 쌀을 직접 가져와 내놓거나 돼지저금통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농민들은 직접 지은 쌀을 포대에 담아 내놓기도 하고, 서울 등지에 사는 출향 인사들도 은행계좌를 통해 십시일반으로 참여한다.

심청축제는 '공양미 삼백석 모으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심청골 동물농장 먹이주기, 심청 판화 찍어보기, 심청 나무목걸이 만들기, 효 관련 테마그림에 병뚜껑 붙이기, 입체형으로 표현한 심청 스토리텔링, 장미꽃 염색체험 등이 상설프로그램으로 준비된다.

심청마당에선 심청마당극 공연과 여자광대 줄타기가 펼쳐진다. 짚풀공예 같은 전통의 농경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즐기는 축하쇼와 음악회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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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레일바이크. 섬진강, 국도와 나란히 달려 경치 좋고 운치도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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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물길을 따라 달리는 증기기관열차. 섬진강물에도 추억이 두리둥실 떠다닌다. ⓒ 이돈삼


섬진강 기차마을에 가면 증기기관열차와 레일바이크도 타볼 일이다. 섬진강변 철길을 달리는 증기기관열차는 추억을 실어 나른다. 하여 어른들에겐 옛 향수를, 어린이들에겐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다.

레일바이크도 특별한 멋이 있다. 예전엔 기차마을 안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끝났는데, 지금은 기존 노선 외에도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따라 5킬로미터 구간을 달리는 레일바이크가 생겼다. 드라이브 코스로 소문 난 국도 17호선과 섬진강 물길이 나란히 달려 한껏 멋스럽다.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증기기관열차가 멈추는 가정리 역에서 내려 현수교를 건너면 섬진강변을 따라 도는 자전거전용도로가 놓여 있다. 이 도로를 따라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멋이다.

기차마을 주변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특히 녹색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이 여러 군데 있다. 기차마을과 가정역 사이에 봉조체험마을이 있고, 가정역 건너편에 가정마을과 두계마을, 다무락마을이 있다. 섬진강천문대도 있다. 울창한 숲길을 자랑하는 동리산 태안사와 동악산 도림사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여행지인 만큼 먹을거리도 실속 있다. 섬진강에서 잡은 참게로 끓인 참게매운탕은 대표적인 먹을거리. 갖은 양념에다 들깨를 갈아 만든 국물에 시래기와 민물참게를 넣고 푹 끓이는데,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다슬기, 은어회, 볼테기찜, 흑돼지불고기를 맛있게 하는 집도 여러 군데 있다. 곡성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전통 재래시장에서 맛보는 국밥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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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열차에서 내려 바라본 섬진강 풍경. 맑고 깨끗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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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과 8일에 서는 곡성 전통시장. 한옥형으로 새단장을 하고 최근 문을 다시 열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섬진강기차마을은 곡성읍에서 가깝다. 호남고속국도 곡성나들목으로 들어가 곡성버스터미널을 지나면 순창과 구례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구례방면으로 우회전해서 700여 미터만 가면 바로 기차마을이다.


덧붙이는 글 ☞ 섬진강기차마을은 곡성읍에서 가깝다. 호남고속국도 곡성나들목으로 들어가 곡성버스터미널을 지나면 순창과 구례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구례방면으로 우회전해서 700여 미터만 가면 바로 기차마을이다.
#코스모스 #섬진강 #섬진강기차마을 #곡성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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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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