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왜놈'인 이유는 속이 좁아터져서?

[서평]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등록 2009.09.27 12:36수정 2009.09.2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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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최근 수년간만 해도 크고 작은 지진이 빈발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의 지진에 대한 대비는 '의외로' 느슨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략) 일본인들은 "대비를 하는 게 작은 지진에는 도움이 되지만 거대 지진이 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신의 처분에 맡길 뿐"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 큰 지진이 일어나면 비상용품을 챙기는 것보다는 탈출로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진 피해 경험자들은 증언한다. 리히터 규모 7을 넘는 거대 지진이 오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진성이 높은 주택조차 크게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 지진학자는 말했다. 정작 큰 지진이 오면 인간의 대비가 무력해진다는 이야기다. -책속에서

우리들에게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다.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어떤 지진에도 끄떡없을 만큼 건물들을 튼튼하게 짓는다거나 정부나 국민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신속하게 대처 한다더라"등의 소문들을 (필자는) 참 많이들은 것 같다. 이는 필자뿐일까?


일본인 80%는 지진에 무관심, 대비하기 귀찮다?

대체나 그렇다면 그들은 평상시 지진에 대해 관심도 많고 집을 보수한다거나 관련 보험을 드는 등의 대비책에도 적극적일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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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겉그림 ⓒ 강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강 출판사 펴냄)은 저자(이춘규)가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아 3년간 일본에서 머물며 취재하고 공부한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한 것들인데, 이 책을 보면 이런 우리의 상식과는 너무 다르다. "정말?"이라고 반문하고 싶을 만큼.

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 80%는 지진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하지 않는단다. 지진이 많은 나라 국민의 기지(?)를 발휘해 기발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 테면 와봐라. 신의 처분에 맡긴다.' 라나.

아울러 덧붙이자면, 지진에 대비하여 내진공사를 한 경우는 12%, 대지진에 대비하여 가구나 냉장고 등을 고정하고 있다는 사람 20% 가량, 나머지는 "귀찮다" "별 효과가 없다" "고정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단다.  보험이나 공제조합 가입률로 대략 20%선이라고.


시대가 변하면서 지진 대비에 관한 상식도 변하고 있다. 지금도 일본은 재해 관련 교육을 할 때 3일분의 식량과 물 등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교통, 통신의 발달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요강이나 어른용 기저귀, 일회용 변기 등 '간이 화장실 확보'가 우선이라고 한다. 이런 물품이 식량보다 훨씬 절실하다는 것이다.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면, 보통 이틀 정도면 구호물품이 도착하기 때문에 먹는 것은 쉽게 해결되지만 용변 문제 해결은 단수 등의 영향으로 피해자 스스로 해결해야…-책속에서

'요강이나 어른용 기저귀, 일회용 변기 등 간이 화장실 확보'가 우선이라? 일본인 80%가 지진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지만 '일본이 지진의 나라인 것이 분명하구나!'의 생각을 할 만큼 책을 통해 만나는 일부 일본인들의 지진 대비책들은 독특하고 다양하다. 국가의 재해에 대한 대책과 관심도는 높은 것 같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강한 지진들이 빈발하는지라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만일의 경우 100% 차단된다는 일본의 가스 시스템이나 지진과 태풍 등의 재난 훈련, 평소에는 정보·생활·건강 상식 등을 알려주고 비상시에는 신속하게 대처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마을방송 이야기는 한 번 더 읽은 부분들이다.

후지산을 오르고 1000여장 명함을 건네며 만난 일본과 일본인 발품취재기

 ▲일본의 전철, 취객으로 가득해 술 냄새가 진동? ▲후지산에 올라본 일본인은 얼마나 될까?▲일본열도가 불법투기 쓰레기로 신음한다? ▲사기꾼이 들끓는다? 심지어는 주택가에도? ▲일본에도 지역감정이 있을까? ▲흡연천국 소규모 식당, 비흡연자가 식사를 못할 정도다?▲수돗물을 믿고 그냥 먹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미인은 왜 간토에 많을까? ▲일본, 이사하기 정말 힘드네!▲일본 국민병(病) '카훈쇼', 정말 재앙이 되려나? ▲일본에서 사용 중인 성씨만 무려 15만 개? 쓰지 않는 성까지 합해 30만개? ▲일본의 입시전쟁과 사교육 열풍, 그 정도와 실태는? ▲망년회 손님 유치에 사활을 걸어라? ▲일본 최대 담수호인 비화호, 개발이냐? 보존이냐? ▲'고마(고구려를 뜻하는 일본말)신사'가 왜 '출세신사'? ▲왜 '왜놈'인가? ▲게이샤,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책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필자는 '일본(인)은 질서 있고 깨끗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이런 터라 저자가 들려주는 무단투기 쓰레기로 신음하는 일본 열도나 술 냄새와 담배로 진동하는 전철과 식당 등의 이야기는 참 의아하다. 그런데 저자가 3년간 도쿄특파원으로 취재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현실들이란다.

'사기꾼이 들끓는다.'란 글과 일본의 지역감정 이야기도 귀 기울여야 할. 해마다 급상승 한다는 인터넷사기, 인지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악질적인 기업형 리모델링 사기가 들끓는단다. 최근 수년간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는 '오레다요, 오레(저예요, 저) 사기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수법. 아예 경찰이나 보험직원을 사칭한 사기도 많다고.

일본에서 현재 사용되는 성씨를 통해 본 일본의 근대 역사, 신용을 잃은 일본의 수돗물을 통해 알게 되는 일본의 상수도 역사, 간토에 유독 많은 미인들과 간토와 간사이에 존재하는 지역감정을 통해 만나는 일본의 지역적 특성 등도 재미있게 읽은 부분. 좋은 자료이다.

일본인이 '왜놈'인 이유는 속이 더럽게 좁아터져서?

"그래서 우리 일본을 '왜(倭)'라고 하는 겁니다. '왜'자에는 속이 좁다는 뜻도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잘되는 것을 보면 배 아파 합니다....우리 일본인은 조선(북한)인, 한국인, 중국인 등 동양인을 무시하지요. 안중에도 없습니다. 흑인은 더 그렇고요. 무시하지 않는 건 오직 미국인, 그것도 미국 백인뿐일 겁니다. 아마도 그게 보통 일본인들의 생각일 겁니다."-한국인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한 일본인이 저자에게

이런 글이 실려 있는 '왜 왜놈인가?란 제목의 글은 흥미로운 한편 분노스럽기도 했다. 저자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메달을 딴 한국 선수를 바라보는 일본인을 통해 본 일본인의 속성인데, 스포츠 경기 때마다 어김없이 표출될 수밖에 없는 골 깊은 국민감정이나 독도와 역사교과서에 대한 일본인들의 근성 등을 다분하게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

최근 2~3년, 일본의 부끄럽고 추악한 면을 알려준다거나 일본의 현실을 알리는 의도의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관심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 피 속에도 흐르고 있을 일본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 나도 어찌 희석하려야 도무지 희석할 수 없는 본능적인 분노의 감정 때문이라면 혹자들은 어이없다고 할까?만. 민족적인 감정을 어찌 후련하게 털 수 있으랴!

솔직히 이 책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도 이런 의도로 선택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필자가 일본의 추악한 면을 엿보고자 그간 읽었던 책들과 좀 많이 다르다. 앞서의 책들이 중요하고 큰 문제들을 대체적으로 다루는 반면 이 책은 그동안 대부분의 책들이 미처 다루지 않은 세세한 것들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흔히 누군가의 사정을 잘 알때 "그 집 숟가락이 몇 개 인지까지 다 알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 이런 표현과 비슷하다. '일본인과 일본에 대한 참 소소한 것들까지 알려주는 구나' 책을 읽으며 종종 생각했다. 저자는 일본인 가까이에 파고들어 그들을 알려준다. 누군가를 제대로 알려면 작은 것까지 주시해야 한다. 우리는 일본을 가급 많이 알아야만 한다.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고 되풀이되고 있기에.

"2004년 봄에 <서울신문>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쉼 없이 취재하고 보도했다. 특히 오프라인 신문에 보도하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들을 온라인 판에 '특파원 리포트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리포트를 정리하면서도 독자들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제공하자'는 데 초점을 맞춰 발품을 팔았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 관련 정보들과 차별화된 관점과 정보를 얻기 위해 일본 전국을 부지런히 다니며 기업인, 언론인, 경제학자, 회사원, 농민, 어민 등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일본인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천 장  정도의 명함을 교환하면서 각계의 일본 사람들을 만나 공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대화하며 일본과 일본인의 참모습에 다가가려고 애썼다.-'저자의 말'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 이춘규 (지은이) | 강 | 2009-08-25


덧붙이는 글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 이춘규 (지은이) | 강 | 2009-08-25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이춘규 지음,
강, 2009


#일본 #일본인 #지진 #왜놈 #후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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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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