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파리의 짝짓기 알루미늄과 파리의 색상은 비슷합니다. 보호색이겠죠? ⓒ 박병춘
파리 한 쌍이 옥상 알루미늄 울타리를 침대 삼아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작은 검정색 파리가 아니라 몸통에 은빛 문양이 새겨진 소위 똥파리라고 하는 큰 파리입니다.
a
▲ 파리의 짝짓기 육안으로는 생식기 관찰이 불가능합니다. ⓒ 박병춘
파리와 알루미늄 색상이 비슷한 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저들 파리는 나름 보호색을 띠고 있는 듯하네요.
a
▲ 파리의 짝짓기 암컷과 수컷이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박병춘
아무리 이름이 흉하고 미물의 짝짓기라도 훔쳐본다는 건 죄악일까요? 제 마음 속 악성인 관음증이라도 발동한 것일까요? 육안으로는 식별이 힘들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 보니 암수 생식기가 눈에 띕니다.
a
▲ 파리 생식기 파리가 짝짓기 하는 모습은 자주 보지만 생식기를 보는 일은 처음입니다. ⓒ 박병춘
살면서 파리가 짝짓기를 하는 모습은 수없이 봐 왔지만 그 은밀한 부분까지 본 것은 사십 년 넘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게 뭐 대수라고 호들갑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이란 '스스로(自) 그러하다(然)'였던가요? 지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마다 생존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할 것입니다. 그냥 스스로 그러하도록 내버려둬야 할 터인데, 인간인지라 디지털 힘을 빌어 파리 자존심에 상처를 준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치밀하게 접근해 보면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묘한 쾌감도 있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보아온 파리 짝짓기련만 그 은밀한 부분을 보며 신비감에 젖습니다. 놀랍습니다. 똥파리도 저토록 신비하게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는 것! 파리야, 훔쳐봐서 미안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