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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전남 울돌목서 2009명량대첩축제

등록 2009.10.08 16:07수정 2009.10.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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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해남과 진도 사이를 흐르는 울돌목. 412년 전 명량대첩의 전적지다. 지금은 연륙교가 놓여 두 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 이돈삼


13 대 133. 도저히 어깨를 견줄 수 없을 것 같은 숫자다. 그러나 이는 지금으로부터 412년 전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에서 13척의 수군으로 왜선 133척을 물리친 선박의 숫자다. 이른바 '명량대첩'으로 불리는 이 전투는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고 있다. 13 대 133의 신화가 재현될 울돌목으로 가본다.

해남과 진도 사이를 흐르는 울돌목에서는 9일부터 명량대첩축제가 시작된다. 축제에서 세간의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해상전투 재현. 해상전투는 재현행사는 10일 오후 4시와 11일 오전 10시30분 두 차례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민간어선 100여 척과 주민 3000여 명이 동원된다. 영화 '해운대'에 출연했던 스턴트맨과 '신기전'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팀들이 참여해 해상전투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해상전투는 북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봉화가 피어오르고 구루시마가 이끄는 왜선 133척이 동편바다에 모습을 드러낸다. 맞은 편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 13척이 물살을 가르며 나타나 포탄을 뚫고 왜선의 중심부를 돌파한다. 조선 수군의 돌진에 당황한 왜군들이 흐트러지면서 왜선이 불에 타고, 왜병들은 갈팡질팡하며 바다에 뛰어든다.

그 순간 이순신 장군이 적장의 수급을 들어 올리고, 이를 확인한 왜선들이 뱃머리를 돌려 달아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승전보를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조선 수군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진다. 조선 수군의 승리가 확인되는 순간 바다 위에 이를 축하하는 축포가 발사된다. 해상에선 선박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바닷가 무대에선 전남도립국악단의 승전무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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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명량대첩축제의 최대 이벤트는 해상전투 재현이다. 13대 133의 울돌목 신화는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명량대첩축제 때 재현된 해상전투 장면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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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돌목의 신화 13대 133. 해상전투는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 바다에서 재현된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때 해상전투 재현 장면이다. ⓒ 이돈삼


10일 오후 5시 해상전투 재현행사가 끝난 직후 진도대교에서 명량해협에 국화꽃을 바치는 헌화의식도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 당시 전란에 휩싸였던 한국과 중국·일본의 장수 후손들, 그리고 해남과 진도의 의병 후손들이 참석한다. 특히 명량해전 당시 왜군의 장수였던 구루시마의 현창사업회 사무국장을 비롯 일본인 관광객 1000여 명도 참석해 평화를 기원하며 국화꽃을 바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장행렬과 노제도 명량대첩축제의 볼거리다. 축제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3시에 울돌목에서 위령씻김굿이 펼쳐지고 만가행진과 평화노제가 이어진다. 위령굿은 울돌목에서 숨진 조선의 수군은 물론 의병, 일본 수군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진혼굿. 이 굿이 끝나고 4시부터 만가행진이 이어진다.

진도만가보존회가 참여하는 이 행렬에는 상여 7기가 동원된다. 상여꾼만도 700여 명이 참여한다. 해남과 진도지역 780여개 마을 주민들은 직접 만든 만장을 들고 나온다. 관광객들도 만장을 들고 행렬을 따를 수 있다. 이 만장의 행렬이 장장 2㎞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 행렬이 진도대교를 넘는 모습은 요즘 보기 드문 광경이 될 것이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사라져가는 우리의 민속문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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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대첩축제는 해상전투 외에도 남도의 전통민속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때 만가행진 모습이다. ⓒ 이돈삼


명량대첩축제는 해상전투 재현과 만가행렬, 위령굿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진도 녹진에서 해남 우수영까지 초대형 입성 퍼레이드인 약무호남 입성식을 비롯 강강술래 경연대회, 울돌목 바다쇼, 키다리 수문장 교대식, 풍등 날리기 등이 있다. '칼의노래' 저자인 김훈 작가와 함께하는 충무공 이순신과 명량대첩을 주제로 한 역사교실도 운영된다. 우수영 부녀농요와 강강술래, 진도 강강술래, 얼쑤 공연 등 여흥을 즐길 수 있는 공연과 사생대회, 백일장, 길거리 마술 등도 준비된다.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이순신 함거 타기를 비롯 수병훈련소 체험, 신호연 날리기, 말타기 등이 있다. 바다체험과 로봇바이크, 소망띠 달기, 열기구 타기, 명량 하이킹 등도 해볼 수 있다. 갖가지 허수아비를 볼 수 있는 전시회도 마련된다. 명량대첩 미니어처관, 해양전시관, 이순신영화관 그리고 수작업으로 제작한 판옥선과 안택선, 수군 지원어선 200여척을 전시하는 테마관도 운영된다.


이순신 장군상도 볼거리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10월 진도 녹진 바닷가에 '지휘하는 이순신상'을 세웠다. 이 동상은 기단부 15m, 동상부 15m 총높이 30m로 국내 이순신 동상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명량해전의 승전을 기리기 위해 왼손에 칼을 잡고 오른손은 지휘를 하는 형상이다.

이 동상 맞은편 해남 우수영 바다에 '고뇌하는 이순신상'도 새로 들어섰다. 높이 2m, 폭 65㎝로 실물과 비슷한 크기로 제작됐다. 바다 속 주춧돌 위에 세워진 이 동상은 밀물 때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마치 바다 위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상복 차림에 칼 대신 지도를 들고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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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돌목에 선 이순신 장군상. 왼쪽은 '지휘하는 이순신상'이고 오른쪽은 지휘하는 상을 배경으로 선 '고뇌하는 이순신상'이다. ⓒ 이돈삼


축제가 열리는 해남과 진도엔 가볼 만한 곳도 많다. 해남은 강진과 함께 '남도답사 1번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 땅끝을 비롯 두륜산 대흥사, 공룡박물관 등 부지기수다. 기품 있는 전통과 조상의 얼도 곳곳에 서려 있다. 한반도 육지부의 가장 끝인 땅끝은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전망대가 있는 사자봉까지 모노레일도 운행되고 있다. 38m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쪽빛 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여기서 보는 일몰과 일출도 그림 같다.

많은 문화재를 지니고 있는 두륜산 대흥사는 문화유산 답사를 겸한 산행지로 좋다. 가을 산하는 물론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까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해남청소년수련관에서 고계봉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있어 많은 발품 팔지 않고도 다도해 풍광 감상할 수 있다. 황산면 우항리에 있는 공룡박물관과 달마산 미황사, 고택 녹우당, 혁명시인 김남주의 문학공원도 가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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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공룡박물관.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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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문화유산 답사를 겸한 산행코스로 좋다. ⓒ 이돈삼


진도도 자랑거리가 참 많은 곳이다. 특히 풍류에 있어서는 감히 대적할 곳이 없을 정도다. 서화와 민속 부문에서 전국 최고의 명인들을 줄줄이 배출해 냈으며 예부터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워 온 고장이다. 시·서·화에 능했던 조선시대 대표적인 화가 소치 허련에서부터 그의 아들 미산 허형, 손자 남농 허건, 증손자 임전 허문, 고손자 오당 허진까지 화가 5대가 그림을 그려온 곳이다. '진도에서는 개도 붓을 물고 다닌다'거나 '허씨들은 빗자루만 들어도 명필'이라는 말도 이 양천 허씨 일가에서 유래된 말이다. 운림산방 안에 이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미술품 경매도 흥미롭다. 미술품 토요경매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이곳 운림산방 내 진도역사관에서 열린다. 전라남도가 설립한 남도예술은행이 주관을 한다. 진도엔 또 전쟁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다. 용장산성(사적 제126호)은 고려가 몽고와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개경환도를 강행하자 이에 불복한 장군 배중손이 이끈 삼별초군이 내려와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쌓은 성이다. 남도석성(사적 제127호)은 배중손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최후까지 대몽항쟁을 벌였던 석성이다. 성 길이 610m, 높이 5.1m로 성지가 거의 원형으로 보존돼 있다.

진도 서부해안을 타고 도는 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가사도를 넘어 황해로 침몰하는 장엄한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세방낙조도 빼놓을 수 없는 진도의 명소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해상전투를 보면서 축제를 즐기고, 남도문화와 민속의 속살까지도 접해볼 수 있는 해남과 진도를 찾는 발길은 그래서 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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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운림산방. 한옥과 작은 연못이 어우러져 멋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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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임회면에 있는 남도석성. 배중손 장군이 이끄는 삼별초군이 최후까지 항전을 했던 곳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명량대첩축제가 열리는 울돌목(진도대교)은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에서 자동차로 50여분이면 거뜬히 닿는다. 목포나들목에서 영산강하구언을 지나 오른쪽, 대불산단 방면으로 화원, 문내를 지나면 된다.


덧붙이는 글 명량대첩축제가 열리는 울돌목(진도대교)은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에서 자동차로 50여분이면 거뜬히 닿는다. 목포나들목에서 영산강하구언을 지나 오른쪽, 대불산단 방면으로 화원, 문내를 지나면 된다.
#울돌목 #명량대첩축제 #진도 #해남 #해상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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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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