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자)- 靈(영)을 맞아야 참된 삶이 시작된다

한자로 보는 세계(29)

등록 2009.10.12 16:21수정 2009.10.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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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신약 누가복음 4장 18~19절 말씀은 이렇다.

"주의 靈(영)이 내게 임하셨도다.
주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심은
가난한 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심이라.
주께서 나를 보내심은
포로된 자들에게 解放(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자들에게 눈 뜨임을 선포하며 눌린 자들을 놓아주고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심이라"


원시인 혹은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들은 靈이 맞으면서 삶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위에서 인용했듯이 주의 영이 임하면서 예수(자연인)의 그리스도(구세주)적 삶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양의 속담에 "아기는 학이 물어다 주어서"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학은 신의 전령이므로 肉(육)으로써 아이가 아니라 靈(영)으로서 아이를 의미한다. 그래서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영이 들어와야 하며 이때 문제가 생기면 자폐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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字(자) 棄(기) 流(류) ⓒ 새사연


字(자)의 금문

한자의 세계에서 이를 표현한 글자는 字(글자 자)이다. 윗부분은 '집 면'이라 불리는 글자인 데 보통 조상신을 모시는 사당을 일컫는다. 子는 알다시피 남녀 구별 없이 아이를 뜻한다. 강보에 싸인 아이를 형상화한 문자이다. 아들이라는 의미로만 쓰인 것은 나중 일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조상신에 신고 의례를 치르고 씨족의 아이로 키우기로 결정이 되면 小字(幼名)가 주어졌다. 이때 조상의 영이 아이에게 임하여 영의 계승이 일어난다. 태어나서 제일 먼저 행하는 통과의례이다. 이를 거친 후 아이를 양육한다.

棄(기)의 갑골, 流(류)의 설문

아이를 기를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棄(버릴 기)는 윗부분이 거꾸로 된 아이(톨-子가 거꾸로 된 모양)를 표현한 것이고 아래 世는 키같이 담는 도구, 木은 양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世와 木은 원래 모습이 변하여 우연히 그리 되었을 뿐 세상이나 나무와는 관련이 없다. 棄(기)는 바구니 같은 곳에 아이를 담아 숲이나 들에 버리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이다. 流(흐를 류)는 아이를 강물에 버리는 모습이다. 톨(子가 거꾸로 된 모양) 아래 川은 머리털이다. 아이를 거꾸로 물 속에 담그는 모습이다. 이렇게 해서 살아남은 아이를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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保(보) 安(안) 名(명) ⓒ 새사연


保(보)의 금문과 安(안)의 금문

保(지킬 보, 기르다) 또한 아이가 靈(령)을 받는 의식을 형상화한 문자이다. 사람(人)이 아이(口가 머리, 十이 팔과 다리)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옛 글자를 보면 이 이외에도 삐친 획이 있는데 이는 옷깃을 의미한다. 영혼은 대개 옷에 의탁(依)하는 데 憑依(빙의, 신들림)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襲(세습)이나 裔(후손)에도 衣가 들어가는 데 조상의 영이 옷에 깃들어 후손(裔)으로 이어진다는(襲) 것을 말하고 있다. 保는 아이를 조상이 영이 깃들 수 있도록 강보(포대기)에 싸서 의례를 행하는 모습이다. 安(편안할 안)도 비슷한 형태인 데 여자가 시집을 와서 남자 씨족의 조상령을 받는 의례이다. 이도 옛글자에는 삐친 획이 있는데 역시 옷이다. 다른 씨족의 여자가 남자 가문의 조상으로부터 영을 받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본래 뜻이다.

名(명)의 금문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조상에게 알리는 의례를 행하는 데 그 모습을 표현한 것이 名(명)이다. 夕은 肉의 생략형으로 제사 때 올리는 고기이다. 口는 옛 모양이 ㅂ인데 축문을 담는 신주단지이다. 口가 입을 의미하는 경우는 초기 한자에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을 조상에게 보고하고 받는 이름이 名이다. 이것이 本名이 된다. 본명은 그 사람과 동일시 되었으므로 불러서는 안되었다. 심지어 남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악마가 나쁜 주술을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대 일본에서는 여자가 그 이름을 알려주면 결혼을 허락한다는 뜻이었다고 한다.그래서 字나 號를 만들어 불렀다.특히 字는 名과 관련이 있는 자를 선택하여 붙였다.

영혼 없는 삶은 식물인간처럼 공허하다. 생존 경쟁에 내몰려 정신 없이 살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이지만 가끔은 영혼이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지 살펴보면서 살자.

덧붙이는 글 |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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