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동대문운동장 노점상들

영업기간 5년 이상 약속 파기 당하고 강제철거 당하는 노점상특화거리

등록 2009.10.16 09:49수정 2009.10.16 10:36
0
원고료로 응원
10월14일 밤 10시 동대문운동장 옆 쇼핑몰 뉴존 앞에는 20여 명의 노점상인들이 거리에 앉아 동대문운동장 3000평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게 된 내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복원 사업을 하면서 주변 1000여 명의 상인들에게 동대문운동장을 세계적인 풍물시장으로 육성시켜 주겠다며 동대문 운동장 축구장으로 이주시켰다.

이들 1000여 명의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동대문운동장으로 들어오자 기존 동대문운동장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은 상권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여 반대하였다. 이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동대문운동장의 남아 있는 공간 중 3000평을 노점상인들에게 할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주변 노점상들도 동의하고 협조하여 청계천 주변 상인들은 동대문 운동장으로 이주하였고 청계천 복개 공사는 진행되었다. 오세훈 현시장도 이 안에 찬성하여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 직무인수위원회간 합의하였다고 <동아일보> 2006년 6월 26일자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취임 이후 서울을 세계적 디자인·패션 중심메카인 관광명소로 육성하기 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 조성사업을 진행하였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청계천에서 이주했던 상인들은 옛 동대문구청 옆 옛 숭인여고 자리로 약 850명 정도가 이전을 하였다.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노점상들은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동대문운동장 내로 이주하면서 상권이 약화되는 것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약속을 믿고 참고 견뎠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 직무인수위원회는 노점상과의 합의를 완전 무시하고 디자인 서울 깨끗한 서울을 내세우며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노점상을 정리하려 하였다.


이런 노점상을 정리하려는 시청에 대하여 운동장 주변의 노점상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격렬히 맞섰다. 노점상들은 대책마련을 위해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서울시와의 본격적인 협의를 거쳐 결국 한양공고 주변에 노점특화거리를 조성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가판대는 디자인 서울과 어울리지 않으므로 모두 폐기하고 새로운 가판으로 변경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요구사항이었다. 이에 노점상연합회와 서울시는 협의를 하여 320만원짜리 부스 모델로 정하고 50%씩 부담하기로 하여 개인이 160만 원을 지불하고 서울시에서 총 2억5천만 원을 지원하여 새로운 부스를 설치하였다. 이후 서울시에서는 노점상들과 약속했던 전기 가설을 서울시 예산을 들여 2009년 3월에 완료했다.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노점상 문제가 해결된 이후 동대문운동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현재 공사는 진행되고 있으며, 옛 축구장에 조성될 공원은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되어 10월 중 부분 개장을 앞두고 있다.

동대문 운동장 노점상들이 새로 자리 잡은 노점특화거리를 조성해주겠다는 중구 한양공고 뒷길은 한산한 길이다. 인적이 드문 길이다. 인적이 드문 길에 새로 자리 잡은 노점상들은 유인물을 돌리고 손님을 끌어들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지난 추운 겨울과 무덥던 여름, 한 평 정도의 좁은 부스에서 하루 한 명의 손님이 없던 적도 무수히 많았다. 또 공사업체인 삼성건설은 공사현장에 가림막을 하지 않고 밤낮으로 공사를 진행하여 분진과 소음 그리고 진동 때문에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동대문운동장터에 공원이 조성되면 그때는 좋아질 거라는 희망 하나로 견뎌내고 있었다.

a

한양공고 뒤쪽 노점상 특화거리는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산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원이 개장하기를 기다리며 혹독했던 지난 1년을 보냈다. ⓒ 박종무


a

동대문운동장 공사장 건설업체는 통행이 많은 대로변은 가림막을 하고서 공사를 했지만 노점상특화부스가 설치된 방향으로는 가림막을 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소음과 분진 그리고 진동에 노점상들이 직접 노출되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당했다. ⓒ 박종무


그러던 그들에게 마른 하늘에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에서 조성한 중구노점특화거리는 서울시와 합의시 5년 이상 10년 정도 보장을 해 준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DDP개장을 앞두고 서울시는 방침이 바뀌었다며 현 노점특화거리는 철거대상이라고 지난 9월 25일 새벽 강제철거가 진행되었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보조해주고 개인이 50% 부담하여 만들어졌던 노점부스를 강제철거하였다. 용역을 시켜서 경찰들도 입회하지 않고 영장없이 강제철거한 것이다.

또한 노점특화거리에 있는 부스는 등기부등본상 체육용지로 되어 있어 공유재산법에 의한 관리가 되어야 하는데 불법적으로 도로법을 적용하여 집행하고 있다.

a

노점특화거리의 부스들은 체육용지에 있지만 계고장에는 도로법을에 의해 강제철거하게 되어있다. ⓒ 박종무


한양공고 노점특화거리 비상대책위대표 은희령씨는 시청이 그동안 노점상과 약속한 것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점특화거리 영업을 5년에서 10년까지 보장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벽녘에 수시로 용역이 나타나 부스를 철거하는데 그러한 행위를 멈추고 불법으로 가져간 부스를 반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노점특화거리 부스에 상주하고 있는 노점상들은 일부 장애인들과 연로한 사람 등 대부분 저소득층들이다. 이들은 시청과의 약속을 믿고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상권을 청계천에서 이주한 상인들과 나누었고, 또 약속을 믿고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노점상을 정리하고 인적이 드문 노점특화거리로 옮겨갔다. 그런데 시의 방침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노점상들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a

노점상 특화거리에서 쫓겨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유서를 써놓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노점상. 지난 기간동안의 고생들과 억울함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 박종무


여기서 쫓겨나면 더 이상 갈 곳도 없다며 그래서 유서를 써놓고 농성을 하고 있다고 어느 연로하신 아주머니가 눈물 젖은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노점상은 도시와 공존할 수 없는가? 디자인 서울에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인가를 되뇌이게 한다.
#동대문운동장 #노점상 #오세훈서울시장 #청계천복개공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