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고무줄놀이·제기차기도 못 하네

해오름과 함께 한 우리놀이 한마당, 할아버지 어깨춤이 '덩실'

등록 2009.10.19 16:35수정 2009.10.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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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선

지난 10월 17일 오후 2시 30분, '제2회 해오름과 함께하는 우리놀이 한마당'이 안양시 석수2동 '갈뫼공원' 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곳은 '해오름 공부방'이다. 해오름 공부방은 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 2개월 전부터 운영위원 회의를 소집해서 의견을 모으고 행사 장비를 준비했다.

이날 열린 우리 놀이는 '길놀이와 대동놀이' '제기 만들어 제기차기, 딱지 만들어 딱지치기, 비석치기, 긴 줄넘기, 고무줄, 널뛰기, 새끼줄 꼬아서 줄다리기하기, 떡메치기다. 전통놀이는 아니지만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페이스페인팅'과 특별행사로 '문패 만들기'도 진행됐다.


조상들이 하던 놀이를 재현하다 보니 행사 장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널뛰기를 할 만한 큰 널빤지와 떡메치기 할 때 쓰는 떡메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구했고 새끼줄 꼬기에 필요한 짚단은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서 돈을 주고 구입했다.

행사는 풍성했다. 열 살도 안 된 아이들부터 칠순 할아버지들까지 어깨가 덩실거렸다. 이틀 동 안 내리던 비도 거짓말처럼 멈췄다. 자 이제 '우리놀이 한마당'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문패 만들기 '인기 짱', 새끼줄 꼬기 '썰렁'

문패 만드는데 이 정도로 관심이 높을 줄이야. 문패 만들기 부스(booth)는 '와글와글', 덕분에(?) 다른 부스는 '썰렁' 했다. 문패 내용도 수준급, "행복이 가득한 우리 집, 선생님 사랑해요, 사랑이란 함께 같은 곳을 보는 것" 따위다.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엄마들 입김이 들어간 모양이다.

'페이스페인팅' 부스도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덕분에 시화공예 이준호 작가 손놀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다. 이 작가는 해오름 공부방 운영위원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천방지축 이던 아이들이 페이스페인팅 할 때는 얌전하다. 얼굴에 꽃그림을 한 아이들이 웃으면서 뛰어 다니자 잔치 분위기가 올라간다.


가장 썰렁한 곳은 '새끼줄 꼬기' 부스다. 할아버지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부스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이들을 새끼줄 꼬기 부스로 불러 모았다. 드디어 할아버지들 얼굴에 활기가 돈다.

할아버지들이 꼬아 놓은 새끼줄로 행사 막바지에 줄다리기를 했다. 솜씨가 녹슨 탓인지! 줄다리기 시작한 지 10초 만에 새끼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널뛰기는 승부를 내야 하는 놀이, 경험 없는 자원 봉사자들이 어떻게 승부를 갈라야 할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높이 뛰어야 이기는 것일까 아니면 상대편이 뛰어 오를 수 있도록 보조를 잘 맞춰야 이기는 것일까. 높이 뛰면서 상대방과 보조를 잘 맞추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결론 냈다. 4학년 정은이가 널뛰기 놀이에서 우승했다. 

요즘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고무줄 끊고 도망간다는 것은 이제 먼 옛날이야기다. 고무줄놀이도 승부를 내야 한다. 어떤 식으로 승부를 가를까 무척 고심했다고 한다.

결국 발을 높이 올려서 더 높은 곳에 있는 고무줄을 잡아채면 이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물구나무 서는 어려운 동작을 보이며 끝까지 선전한 어머니를 물리치고 6학년 시연이가 우승을 했다. 시연이는 자기 키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고무줄을 잡아챘다.

고무줄놀이 볼거리는 엄마들이 만들어 줬다. 행사 짬짬이 보여주는 엄마들 고무줄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제기차기도 놀이 방식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과연 요즘 아이들이 제기를 찰 수 있을까! 해서다. 운동을 워낙 하지 않는 탓에 요즘 아이들은 한 발로 서기도 힘들다고 의견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많이 차는 아이가 우승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엄마와 아이가 한 모둠(팀)이 돼 대회가 진행됐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한 발로 서 있기도 힘들어 했다. 가장 많이 찬 아이가 '꼴랑' 3개였다.  반면 엄마들 실력은 놀라웠다. 제기차기는 28개를 찬 '엄마'와 '꼴랑' 한 개를 찬 모녀 모둠이 우승 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익숙한 우리놀이가 긴 줄넘기였다. 5명이 한 모둠이 되어 긴 줄을 넘었다. 해오름 공부방 아이들 5명으로 이루어진 모둠이 29번을 넘어서 우승했다.

역시, 먹는 것이 중요했다. 먹을거리가 있는 곳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인절미를 만드는 자원봉사자 손놀림이 바빴다. 옛날 방식대로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고 있었다.

인절미는 뻥튀기에 담아줬다. 인절미를 먹은 후 뻥튀기까지 먹어치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행사시작과 끝을 장식한 것은 '풍물'이다. 안양·의왕·군포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모여서 만든 '일과 놀이'라는 풍물패가 맹활약했다. 행사 직전에는 길놀이를 했고 행사 마지막은 대동놀이로 장식했다. 길놀이를 할 때, 공부방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풍물패와 함께 마을을 한 바퀴 돌며 행사를 홍보했다.  

우리놀이 한마당은 어른과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즐기는 놀이마당이었다. 이날 참가한 어른들은 대부분 '엄마'들이다. 엄마들 놀이 실력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특히 제기 차기 줄넘기에서는 '수준급' 실력을 뽐냈다. 잔치가 끝난 후 시화 공예 이준호 작가는 이렇게 소감을 밝힌다.

"아이들에게 우리놀이가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는 것을 더 많이 알려 주어야 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우리 놀이는 지루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첨 알았습니다. 제기도 한 개 밖에 못 찬다는 것도 첨 알았구요."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보냈습니다.
#해오름 #전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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