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한 입담으로 관객 휘어잡은 노 혁명가

10월 26일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 이야기' 공연 스케치

등록 2009.10.27 15:47수정 2009.10.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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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 이야기' 공연이 있었다. 이 날 공연은 문화다양성포럼(http://www.mundafo.org)에서 주최하였으며 백기완 선생이 무료 공연을 원하여 무료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공연장 벽에는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는 법이다'는 글귀의 현수막과 신학철 화백이 그린 백기완 선생의 얼굴 걸개그림이 걸려있었고 미처 좌석에 앉지 못한 관객들이 통로를 메우고 있었다.


사회는 배우 권해효씨가 진행하였으며 노래 반주는 기타연주자 김광석씨가 맡았다. 공연은 백기완 선생의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문화다양성포럼의 김정헌 공동대표 인사,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 이야기, 관객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그리고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여동생과 한 지키지 못한 약속이야기, 그리고 전쟁에 끌려간 형에 대한 추억 등 백기완 선생은 가족에 대한 가슴 시린 기억들을 이야기했다. 또 6·25전쟁 때 죽을 고비를 넘긴 이야기, 장준하 선생과 얽힌 이야기며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고문 받으며 고생한 이야기 등 인생역정도 생생히 풀어냈다.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방청객들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공연 내내 백기완 선생은 특유의 힘 있고 걸쭉한 입담으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눈물의 백년화', '세동무', '해방된 역마차', '비 내리는 고모령' 등 14곡을 직접 부르기도 하고 기타연주로 들려주기도 하였다. 또 '아, 나에게도'와 '젊은 날' 두 편의 시를 낭송했다.

아,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
회초리를 들고 네 이놈
종아리를 걷어 올리거라 이놈
그러구선 이 질척이는 항로를
살점이 튕기도록 내려칠 그런 어른이 한 분 계셨으면

아 나에게도
갈 데가 없는 나에게도
새해 새아침만은
쐬주병을 들고 가 큰절 올리면 엄하게 꾸짖는다는 것이
잔을 받거라
그러구선 아무 말이 없으시는
그런 이가 한 분 계셨으면


인고의 끝은 안 보이고
죽음의 끝과 끝까지 맞선
외골수의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
속절없이 엎으러져
목을 놓아 울어도 되고
한사코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어도 될
그런 밤이라도 한번 있었으면


이 날 공연은 관객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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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무

#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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