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 경계에 위치한 계방산(1,57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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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두령에서 계방산 등산을 시작하는 계단 앞에 마련된 안내지도 저 계단을 올라가면 계방산의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 강성구

▲ 운두령에서 계방산 등산을 시작하는 계단 앞에 마련된 안내지도 저 계단을 올라가면 계방산의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 강성구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하지만 운두령(1,089m)에서 오르는 까닭에 그

높이를 전부 다 실감하지는 못했다. 한창 가을 단풍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운두령이

비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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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두령 계단을 올라와서 바라본 가을 풍경 가을의 상징인 빈 나뭇가지에 빛망울이 맺혀있다. 마치 아침 이슬처럼. ⓒ 강성구

▲ 운두령 계단을 올라와서 바라본 가을 풍경 가을의 상징인 빈 나뭇가지에 빛망울이 맺혀있다. 마치 아침 이슬처럼. ⓒ 강성구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마치 호젓한 오솔길을 연상하게 한다. 가을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한 듯 빛나는 나무와 풀들과 단풍잎들이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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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젓한 오솔길 같은 등산로 이른 아침에 출발한 덕분에 조용한 산길을 오를 수 있었다. ⓒ 강성구

▲ 호젓한 오솔길 같은 등산로 이른 아침에 출발한 덕분에 조용한 산길을 오를 수 있었다. ⓒ 강성구

  등산로 옆의 수풀 사이로 빨간색 열매가 보였다. 앵두보다 작은 열매들이 가을 햇살

가득 안고 영글어가고 있었다. 풍성한 가을 잔치가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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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그늘진 곳에도 가을 햇살은 선물이 되고 있다. 가을의 한복판에서는 작은 열매들도 잔치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 강성구

▲ 조금은 그늘진 곳에도 가을 햇살은 선물이 되고 있다. 가을의 한복판에서는 작은 열매들도 잔치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 강성구

  붉게 익어 오그라드는 잎새를 보며 가을의 절정을 확인했다. 높은 해발고도로 인해

일찍 서리가 내리기 때문인지 돌돌 말린 단풍도 보였다. 한폭의 유화를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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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 이제는 기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린천으로 한강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 강성구

▲ 가을이 깊어 이제는 기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린천으로 한강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 강성구

  가을 단풍의 절정은 붉게 흐드러져 꽃잎 같은 뜨거운 나뭇잎들의 향연이 아닐까. 작게 틈입한 가을 하늘의 푸르름을 뜨겁게 익혀버리는 가을 단풍의 숨가쁜 단말마를 마음의 귀로 조용히 들어보았다. 여름 내내 참아내고 버틴 마지막 호흡을 이젠 맘껏 터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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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구름도 파란 가을 하늘도 다 붉게 물들고 있다. 계방산의 가을이 뜨겁게 익어가고 있었다. 우리의 발걸음도. ⓒ 강성구

▲ 하얀 구름도 파란 가을 하늘도 다 붉게 물들고 있다. 계방산의 가을이 뜨겁게 익어가고 있었다. 우리의 발걸음도.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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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시게 찬란한 단풍의 잔치 빈 나뭇가지로도 이렇게 뜨거울 수 있는 건 가을이기 때문이다. ⓒ 강성구

▲ 눈부시게 찬란한 단풍의 잔치 빈 나뭇가지로도 이렇게 뜨거울 수 있는 건 가을이기 때문이다. ⓒ 강성구

  다 익어서 너무 많이 영글어서 터져버린 열매의 외침이 가슴에 날아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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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익어 터져버린 붉은 열매의 속살들이 단풍을 익혔나 보다. 아스라이 구름과 가을 하늘이 보이는데 메마른 몸으로 열매는 벌써 겨울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강성구

▲ 다 익어 터져버린 붉은 열매의 속살들이 단풍을 익혔나 보다. 아스라이 구름과 가을 하늘이 보이는데 메마른 몸으로 열매는 벌써 겨울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강성구

  2009년의 가을은 작년과 다르게 주말마다 산에서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계방산이 벌써 열번째 산행이다. 매주 토요일 산에 오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다른 것들에 우선하는 중요한 일정으로 못박아두고 열심히 실천하다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단풍도 한아름 품을 수 있었다.

  올해를 돌아보면 거친 파도처럼 힘들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늘 그자리에 서있는 산처럼 제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노력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지금 이리 버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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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구름들 산 능선들 위로 잔잔하게 흐르는 구름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흘러가는 인생을 웅변하는 듯 하다. ⓒ 강성구

▲ 줄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구름들 산 능선들 위로 잔잔하게 흐르는 구름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흘러가는 인생을 웅변하는 듯 하다. ⓒ 강성구

파아란 가을 하늘에 한덩어리 또 한덩어리 구름들이 줄지어 헤엄치고 있다. 땅 위의 온갖 사연들과 심지어 달구어진 가을 단풍산들을 무심하게 내려다 보며 그렇게 자꾸만 흘러가고 있다. 계방산의 정상을 조금 앞둔 곳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먼 산들 위로 가을

하늘과 가을 단풍을 경계짓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줄지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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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인양 샛노랗게 피워낸 저 꽃잎은 가을 낙엽들 틈에 놓여있었다. 노란꽃만 보면 겨울을 이겨내고 힘겹게 피어난 봄꽃인 것 같다. ⓒ 강성구

▲ 봄인양 샛노랗게 피워낸 저 꽃잎은 가을 낙엽들 틈에 놓여있었다. 노란꽃만 보면 겨울을 이겨내고 힘겹게 피어난 봄꽃인 것 같다. ⓒ 강성구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노란꽃은 색다른 가을산의 정취를 선사했다. 일그러져 있는 가을 낙엽들 틈에서 환하게 피어난 꽃 한송이가 가을 이슬을 머금고 밝은 가을 햇살을 받고 있었다.

  계방산은 1500m가 넘는 우리나라의 다섯번째 높이의 큰 산이지만 운두령에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었다. 초보자들도 큰 무리없이 산행을 할 수 있어서 관광버스를 타고 운두령을 통해 올라 오시는 나이 드신 등산객들도 많았다. 물푸레나무 군락지로도 유명하고 곳곳에 자생하고 있는 주목들과 함께 철쭉나무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기도 해서 산림청 선정 '우리나라의 100 명산'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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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푸른빛이 남아있는 풀들 사이로 보이는 벌과 꽃의 융합 활엽수들이 낙엽들을 떨어뜨리는 동안에도 꽃은 또 피어나고 벌은 열심히 꽃을 찾아 날갯짓을 하고 있다. ⓒ 강성구

▲ 아직은 푸른빛이 남아있는 풀들 사이로 보이는 벌과 꽃의 융합 활엽수들이 낙엽들을 떨어뜨리는 동안에도 꽃은 또 피어나고 벌은 열심히 꽃을 찾아 날갯짓을 하고 있다. ⓒ 강성구

이렇게 불타는 가을 단풍들과 파란 가을 하늘의 구름떼와 터져버린 열매들 아래로 다시 노랗게 피어나는 꽃들과 부지런한 날갯짓의 벌까지 계방산의 조각들을 하나로 완성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퍼즐을 다 맞추고 내려온 기분은 구수한 가을 맛이었다.  

이제 다시 도시 한복판으로 돌아가도 한동안 가을의 힘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