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는 헌재 취지 따라 미디어법 무효 선언하라

[주장] 헌재 결정 취지 살리면 여야 처지 뒤바뀐다

등록 2009.11.01 13:23수정 2009.11.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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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언론관련법' 국회 표결의 정당성을 가리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9일 미디어 관련법 결정 후, 헌법재판소는 민주당 등 야당과 <조중동>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에게 몰매(?)를 맞다시피 했다. 심지어 조롱과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다. "절차는 위법하나 미디어법은 유효하다"는 결정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필자는 30일 <오마이뉴스> "헌법재판소에 십자포화 날릴 때 아니다" 기사를 통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인 민주당 뿐만 아니라 진보언론마저도 헌재결정문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누리꾼들의 비난과 패러디는 계속되고 있고, 진보언론들도 논조에 뚜렷한 변화는 없어 보인다.

"절차는 위법하나 미디어법은 유효하다"는 언론이 쓴 말일 뿐

지금과 같이 언론과 국민여론이 헌법재판소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과 관련해서는 헌재 재판관들이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도 않은 말로 욕을 먹을 때 심정이랄까.

"절차는 위법하나 미디어법은 유효하다." 과연 헌재는 이런 결정을 내렸나? 간단히 말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 우리 언론들이 그렇게 썼다. 미디어법의 가결이 유효하다는 것을 바라는 보수언론들만이 그렇게 쓴 것이 아니다. 진보언론들 심지어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인 민주당 등 야당대표 입에서도 나온 말이다.

누리꾼들과 국민들이 혼란스러운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지난 31일자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일부 언론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판결문을 검토해 본 결과 헌법재판소가 신문법과 방송법이 무효라는 것을 사실상 선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혼란의 책임을 일부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였던 민주당이 헌재결정에 분노하며 헌법재판소를 몰아붙였던 것도 사실이다. 혼란을 초래한 민주당 등 야당부터 국민들에게 머리 숙이는 것이 순서다.


지금 한나라당의 방침은 "더이상 미디어법 재논의는 없다"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침묵이다. 잘못이다.

위법위헌 초래한 국회의장이 시정하라는 뜻

헌법재판소 판결문 ⓒ 오마이뉴스 그래픽


재판관 조대현, 송두환, 김희옥은 신문법 등 가결선포행위 자체를 헌재가 무효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재판관 이강국, 이공현, 김종대는 절차상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위법위헌이므로 이를 초래한 국회의장이 스스로 시정하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는 절차상 위법상황이 있었고 그로 말미암아 민주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절차가 잘못되었으니 국회의장 김형오의 대리로 행해진 국회부의장 이윤성의 미디어법 가결선포행위는 위헌위법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 등의 주장처럼 '절차는 위법해도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헌재는 헌법원리에 충실하게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야당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한다. 국회의장도 예외는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가결선포행위시 위법위헌사항이 있었다고 결정한 이상 국회의장은 이를 시정할 의무가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앞서 "헌재의 결정에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 한 바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서 국회의장 자리도 사퇴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한편으로 이러한 발언은 헌법재판소에서 사건심리가 이루어지는 중에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잘못된 발언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없다.

헌재 결정의 취지, 국회에서 살리는 일만 남아

29일 미디어법 헌재결정 후 역설적이게도 청와대도 한나라당도 심지어 보수언론 '조중동'도 이구동성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민주당도 이번 헌재결정의 취지를 이제는 이해하고 헌재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이다.

미디어법 헌재 결정 후 잠시 혼선과 분노가 있었지만, 이제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국회 내에서 살리는 일만 남았다.

헌재결정문을 두고 벌어진 이번 소동이 준 교훈은 값지다. 야당의 역할, 언론의 역할 등도 새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다.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그의 대국민 약속을 믿고 그의 목숨을 살려준(?)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따라 위법위헌인 미디어법 가결선포를 무효로 해야한다. 그것이 국회의장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제 뜬금없는 웃음을 거두고, 민주당 등 야당과 미디어법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 조중동등이 야당에 한목소리로 이번 헌재결정을 존중하라며 야당을 압박하며 자충수를 두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에 기회다. 앞으로 야당의 통쾌한 반전의 반전을 기대해 본다. 
#미디어법 #김형오 국회의장 #절차적 민주주의 #국회심의표결권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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