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의 대형마트 규제 정책

공존(共存)을 위한 SSM 규제가 필요하다

등록 2009.11.01 20:45수정 2009.11.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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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한민국 대형마트 수 393개.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대신 골목상권을 주목하고 있다. 100평(330m²)에서 900평(3000m²)에 이르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SSM의 등장에 문을 닫는 재래시장과 골목가게들 또한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쾌적한 공간에,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좋다는 SSM. 그러나 'SSM의 경제적 효과'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2007년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총 매출액은 각각 28.9조원과 26.7조원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취업자 수는 11만 3607명과 36만 2960명으로 큰 차이가 났다. 매출규모는 비슷하지만 고용효과에 있어서 재래시장이 대형마트 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재래시장이 사라지고 중대형 규모의 SSM이 늘어날 경우 지역의 일자리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일자리가 줄면 지역경제는 휘청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SSM이 물건 값을 몇 백 원 낮출 수는 있어도 지역경제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

일자리감소와 지역상품 판매 부진 등 SSM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SSM의 입지제한과 영업 시간 규정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WTO조항과 영업의 자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미 여러 국가에서 이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라파랭법' 등을 통해 90평(300m²)이상의 대형마트 입점시 엄격한 허가절차를 요구하고 있으며, 아예 재래상가가 있는 도시 내 상권에는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도 대형마트 진입으로 인근 소규모 상가 매출이 10% 넘게 감소할 경우 입점을 백지화하는 '10%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일요일 폐점 등 시간적 규제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만 WTO를 이유로 규제에 손 놓고 있을 까닭이 없다.

문화적인 이유에서도 SSM 규제는 필요하다. '시장에 가면 그 나라의 현재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 등이 대형마트 규제에 힘쓴 덕분에 파리 시내에는 120여 개의 소규모 상가와 재래시장이 여전히 성업 중이며 나라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SSM 규제에 소홀했다면 이미 사라졌을 풍경들이다.

한 나라의 고유한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들은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문화적 이유로도 보호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사자와 소를 위한 하나의 법은 억압이다.(William Blake)"

지금 한국은 사자(대형마트, SSM)가 소(재래시장, 골목상권)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형상이다. 이대로 두었다간 소가 모두 사자에게 잡아 먹힐 위험이 크다. 늦기 전에 소를 보호할 울타리를 쳐야 한다.

공존(共存)을 위한 규제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SSM #기업형 슈퍼마켓 #재래시장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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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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