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유치원에서 어른들 먼저 달라져야 해요!

선생님 지시와 훈계없는 자유로운 숲에서 크는 아이들은..

등록 2009.11.03 17:12수정 2009.11.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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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와 개발의 시대에 '생명평화'란 화두를 던지고 지리산댐백지화 및 지리산살리기운동부터 북한산국립공원-새만금-천성산 살리기운동을 펼쳐온 불교환경연대와 연을 맺고 있던 지난 2006년의 일입니다. 늦은 봄부터 준비한 '불교생태교육 지도자연수회'의 첫날을 북한산 진관사에서 가졌습니다.

불교생태교육 지도자연수회는 각 사찰 스님과 종무원, 어린이-청소년 법회 지도교사, 종립 유치원 및 종립학교 교사, 생태교육에 관심있는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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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상대로 북한산 진관사에서 열린 생태교육 ⓒ 이장연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소중한 생명과 자연을 아끼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다들 잘 알지만, 어린 불자들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고 자유롭게 그것을 전해주고픈 마음에 사람들이 북한산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당시 초청된 생태강사로부터 '생태교육의 중요성과 방향'에 대한 기본강의를 듣고, 공양간 보살님들이 정성스레 마련해주신 점심공양 후 사찰 주변의 아름다운 숲 속으로 어른들이 빠져들었습니다.

"까르르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숲 속에서 손쉽게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시연-체험해 가며 교육참가자들은 정말 애들처럼 변해버렸습니다.

나무가지와 빨대를 이용해 벌레들을 채집하는 방법부터 채집에 이용한 빨대로 계곡물 연주를 하는 것까지 다들 천진난만한 동자승 그 자체였습니다. 이후 한차례 더 연수회가 있었고 짧지만 기억에 남는 숲 속 교육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때 생태교육 참가자와 프로그램을 준비한 일꾼들은, 우리의 미래세대들에게 자연과 생명, 생태를 벗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머리가 아닌 가슴과 몸으로 그것을 해보고 느껴본 어른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공감했습니다.


그런 녹색공감대가 이후 우리 사회에 점차 확산되었지만, 아직도 숲 속 아이들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사고-행동하는 이들은 쉽게 찾아 보기 힘듭니다. 거짓녹색을 외치는 이들도 많고, 진정한 의미의 녹색-생태-환경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들도 눈에 띕니다.

욕심많은 생태환경교육 대신 숲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태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초록책 한 권을 소개코자 합니다. 단순히 체험 프로그램과 준비물, 방법들을 나열한 지도서는 아닙니다.

* 숲에서 크는 아이들 / 안네테 마이자, 이마이즈미 메니코 / 파란자전거

이 책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서 균형 잡힌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선물하는 '숲 속 유치원'을, 정식 유치원으로 인정해 전국에서 150곳 이상을 운영하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와 근교 마을의 사례를 담고 있습니다.

회색빛 아파트단지와 아스팔트 도로 옆에 이름만 숲 속 유치원인 것이 아니라, 진짜 숲에서 자연과 매일같이 접하고 뛰노는 아이들의 마음과 느낌, 계절 따라 변하는 숲의 모습을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삽화에 담아 보여줍니다.

참 부러운 숲 속 유치원의 유래는 덴마크였다 합니다. 1950년대 중반 '아이들에게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어머니가 자기 아이들을 매일 숲에 데리고 가서 놀던 일이 계기가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숲 속 유치원은 책에 등장하는 것처럼 특정 건물 없이 매일 아이들이 숲에 나가는 유치원 외에도, 일주일에 몇 번만 열리는 <숲 어린이 그룹>도 있고, 평범한 보육원이나 유치원이 정기적으로 숲에 가서 활동하는 예도 있다 합니다.

한국의 유치원들처럼 비좁은 콘크리트 건물에 아이들을 가득 가둬두고 남의 말(영어)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유는 바로 일반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긍적적 효과가 숲 속 아이들에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숲 속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훈계와 명령, 지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공동으로 판단-결정해 행동하며 사회가 강요하는 성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도 많아지고 있는 유치원 내 폭력문제도 숲 속 유치원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아이들의 창조력과 상상력, 운동능력이 쑥쑥 자라는 것은 물론 학습능력이나 자주성, 사회성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평균 이상이라 합니다.

욕심 많은 어른들처럼 숲에서 이것저것 짧은 시간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한국의 환경-생태교육과는 거리가 멉니다. 환경교육이라고 특별히 따로 할 필요가 없이 아이들 스스로 자연 속에서 뛰어놀면서 자연의 대단함과 소중함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기다려줍니다.

이런 숲 속 유치원이 가능한 것은 역시나, 자연과 생명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조바심을 내지 않는 어른들과 사회 덕분입니다. 숲은 우리에게 숲을 어떻게 즐길지 잘 가르쳐 주는데, 어른들은 아이들만큼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그 자연스러움을 되찾는 일, 어른들이 변하는 일부터가 자연학습이나 생태교육에 앞서 필요한게 아닌가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태교육 #숲속유치원 #숲에서크는아이들 #환경교육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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