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이순신 동상, 그 사이를 걷다

통영의 '길' 3 : 남망산공원에서 이순신공원까지

등록 2009.11.15 13:43수정 2009.11.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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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사람들에게는 가족같고 오랜 이웃같은 이름이 남망산공원이다. 남쪽 바다를 바라보는 산에서 만난 이순신 장군은, 그래서 정겹다. 남망산에서 망일봉으로 시선을 두면, 바다를 향하고 선 또 하나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한산대첩의 바다를 호령하는 위풍, 이순신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이순신에서 이순신까지, 남망산에서 이순신공원까지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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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두 이순신 동상 중 어느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남망산 공원의 동상이라고 답하는 시민이 많을 것이다 ⓒ 정용재


남망산 이순신 장군 동상의 무게


남망산공원의 이순신장군 동상은 통영 향토사의 중요한 유산이다.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1952년 충무(통영)시민이 성금을 모아, 1953년 5월 31일 동상을 준공했다. 전쟁으로 피폐하고 모두 어려웠던 시절, 통영사람들이 뜻 깊은 정성을 모으고 미래를 개척하려는 의지를 모아 주조해낸 것이 바로 남망산 이순신장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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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산공원 이순신장군 동상의 모습 ⓒ 정용재


남망산 이순신장군상은 1950년대 당시 향토사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실제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 가깝도록 제작된 것이다. 청동제 동상의 높이는 2m40cm, 대리석제 자대의 높이는 3m40cm, 합계 5m80cm 높이로 조각가 김경승 선생의 작품이다.

요즘에는 남망산 이순신장군상에 대해, 충무공의 위풍이 약해 보인다는 견해도 있고, 오늘날 고증의 기준으로는 다소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1950년대 당시 학자들의 고증을 위한 노력, 조각가 김경승 선생의 노고, 무엇보다 전쟁으로 피폐하던 시절에 통영사람들이 주머니를 털어 재원을 마련했다는 것을 되새긴다면, 남망산 이순신장군 동상의 무게, 그 역사의 깊이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반세기가 넘게 통영앞바다를 바라보며 통영의 정기를 지켜온 남망산의 이순신 장군, 그 동상에는 통영사람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운 시절을 헤쳐나온 극기와 도전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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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향토사의 유산 중 하나인 충무공한산대첩비 ⓒ 정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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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 시민헌장비와 '통영' 군민헌장비 ⓒ 정용재


남망산 이순신장군상을 보고 계단을 내려오면 이충무공 시비, 충무공한산대첩비도 통영 향토사의 유산으로 자리하고 있고, 남망산공원 귀퉁이에 나란히 자리잡은 시민헌장비와 군민헌장비도 향토사의 자료로 의미가 크다.

남망산공원, 중요하지만 아쉬운 문화공간

남망산공원에 자리한 시립문화회관은 통영시의 가장 중요한 문화시설이다.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연예술 상연과 영화 상영이 가능한 극장이 있고, 사진전과 그림전 등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장이 있다. 그리고, 통영의 유일한 공용 상설전시공간 '남망갤러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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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산공원의 통영시민문화회관의 상설전시장 '남망갤러리' ⓒ 정용재


남망갤러리는 특별한 행사나 전시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재향 미술작가들과 출향작가들의 작품을 거장과 신진의 구별 없이 함께 전시중이다. 남망갤러리에서 한국미술협회통영시지부 황진 지부장을 만났다.

"남망갤러리는 그 의미와, 전시중인 작품들의 높은 수준을 생각하면 민망할 정도로 초라합니다." 남망갤러리만 초라한 것은 아니다.

"지금의 대전시실은 처음에는 창고였지요. 전시장으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문앞까지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전시공간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계단에서 아차 하면 미술작품이 끝장날 수 있는 불안한 조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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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문화회관 지하의 전시관, 원래는 창고용도 공간이었다 ⓒ 정용재


개인전이나 교류전이 열리는 전시관도 예향 통영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시회를 준비할 때, 미술품을 사람이 들고 계단을 걸어내려가서 전시실에 걸어야 한다는 상황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만 해도 불안해지는 장면이다. 중량이 나가는 조각품 전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각공원이 있고, 공연장이 있고, 전시공간이 있는 남망산공원이다. 얼핏, 있을 만큼 있다고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진정 내실 있는 '예향 통영'이 되려면, 독립된 상설 전시장 하나쯤은 통영에 있어야 할 것이다.

이순신공원 진입로 불편점 개선돼야

조각공원에서 남망산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면 편안한 분위기로 조성된 산책로와 함께, 남망산을 벗어나는 샛길도 보인다. 그 샛길을 내려가 이순신 공원을 향해 걸어간다.

통영시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한 남망산 급경사 하단부 지역은, 재해대비 정비작업이 진행중이며, 정비사업 이후 주차장 170면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대상지역 토지매입이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전한다. 철거 예정인 집들을 마주하고 길 건너편 바닷가에서는, 통영항 해경부두 축조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다.

이순신공원을 향해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눈이 따갑거나 목이 가려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인근 조선소와 공장시설에서 배출되는 분진이 대기를 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공원 찾아가는 길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탁한 공기만은 아니다.

남망산공원과 이순신공원 사이의 실제적인 거리보다 심리적인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공업시설이다.

이순신공원에 들어서서, 지금은 경기도 안산에 거주 중이라는 출향인 부부를 만났다.

"이순신공원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찾아왔습니다. 와보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입니다. 하지만, 들어오기까지가 어려웠습니다. 공장 사이 도로를 따라 오는 길은 관광지 가는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길이 너무 좁습니다. 이정표나 표지판도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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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공원 진입로의 모습 ⓒ 정용재


이순신공원 진입로의 불편함은, 지난 한산대첩축제 한산해전 재현행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좁은 도로로 인해 차량통행이 지체된 것은 물론이고, 진입이 아예 불가능해 입장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던 것이다.

마치 어느 관광지 섬의 바닷가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로, 이순신공원의 경관은 정말 아름답다. 이토록 잘 조성된 이순신공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방문객을 끌어들이려면 진입로 확충과 주차공간 조성이 선결과제가 될 터이다.

당장에 진입로를 넓히기는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정표와 표지판 보강은 필수적이다. 도로 주변에 공업시설이 늘어서 있으므로, 표지판과 이정표 제작시 가시성이 높은 색채와 도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통영의 미래를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

이순신공원 입구에 주차하고 조금 걸어올라가면,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선 이순신 장군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순신공원의 이순신장군 동상은 한송재단 이사장 하원대씨의 기부로 2005년 8월 14일 건립되었다. 청동제 동상의 높이는 5m20cm, 대리석제 자대의 높이는 12m14cm, 합계 17m34cm 높이로 조각가 정욱장(울산대교수)씨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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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를 호령하던 이순신 장군의 위풍을 강조한 동상 ⓒ 정용재


이순신공원의 충무공상은 남망산공원의 동상과 대비된다. 동상 자체의 크기만 해도 두 배가 되며, 대리석 받침대의 높이는 4배에 가깝다. 남망산의 동상이 소박한 모습이라면, 이순신공원의 동상은 남해바다를 호령한 충무공의 위풍과 위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한산해전 재현행사 현장의 이순신장군상의 모습은, 애초에 한산해전 재현의 '주연'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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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동상의 오른손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 ⓒ 정용재


망일봉 아래, 이순신공원의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순신 장군의 그 오른손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

2009년 한산대첩 축제에서는, 한산해전 재현행사가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통영시는 한산대첩 축제가 대한민국의 축제가 되고, 세계 속의 한산대첩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 비전의 상징과 같은 것이 바로 이순신공원과 새로운 이순신장군 동상이 아닐까.

남망산공원의 이순신상의 담담한 모습이,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오고 굳게 땅을 딛고 선 통영의 모습이라면, 이순신공원 동상의 당당한 모습은 미래의 통영, 세계의 통영을 지향하는 모습이다. 다만 그 비전이 백일몽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부터 실천하며 차근차근 현실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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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다 어느 섬의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이순신 공원의 경관 ⓒ 정용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영 #남망산 공원 #이순신 공원 #이순신 동상 #통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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