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 굶긴 돈으로 집안 뜯어고치는 거 봤나"

2010예산안공동대응·야4당, 4대강예산 삭감·민생예산 확충 요구

등록 2009.11.26 18:55수정 2009.11.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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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생예산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죽이기' 예산 폐기를 요구하며 물구나무 서기 퍼포먼스로 '거꾸로 가는 MB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 남소연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생예산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죽이기' 예산 폐기를 요구하며 물구나무 서기 퍼포먼스로 '거꾸로 가는 MB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 남소연

"참여정부 때는 그래도 연 8%씩 교육예산이 증가됐다. 그런데 지금 추세를 보면 MB정부 임기 5년 동안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지 1인당 272만 원씩 재정 삭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 뿐인가, 아이들 밥값은 깎으면서 일제고사 예산은 135억 원 배정했다. (…) 아이들 밥 안 먹이고 공부 안 시켜 돈 모아 집안 뜯어고치는 거 봤냐. 그런 집안은 망한 집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딱 그렇게 하고 있다."

 

"MB 예산이 아니라 국민의 예산이다"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 선 김현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학생들의 급식비와 무상교육비가 대폭 삭감된 2010년 예산안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연단 아래 모인 3천여 명의 시민·학생들이 환호성과 함께 "4대강 삽질 반대", "교육 예산 확보", "공공 의료 재정 확충"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일제히 흔들었다.

 

참여연대, 시민광장, 2010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 4대강 사업 저지 범대위, 전교조, 민주노총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10 예산안 공동대응 모임'의 예산주권운동 첫 대규모 집회가 26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렸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전 정부의 명칭이 '참여정부'라면 현 정부는 '돈과 권력만 있고 국민은 없는 정부'"라며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한 예산을 책정하길 거부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예산을 되찾아 재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증액하고도 돈 남아"

 

핵심은 4대강 정비사업 예산 삭감. 정부가 책정한 4대강 정비사업 2010년 예산은 수자원공사가 부담하는 3조 2천억 원까지 합해, 약 8조 6천억 원 정도다.

 

이해찬 전 총리를 대표로 지난달 발족한 범친노계 인사 모임인 '시민주권'의 '예산주권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은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은 "10년 전 환경운동을 그만두고 나올 때 다시는 이런 자리에서 마이크를 안 잡을 줄 알았는데 참담한 심정이다"며 "MB정부가 4대강 사업을 두고 여러 말을 하지만 내 인생 15년을 걸고 말한다, 4대강 사업은 결코 태어나선 안될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부자감세로 돈이 부족해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날 즈음엔 국가부채가 500조 원을 넘을 것"이라며 "국민 1인당 100만 원의 빚을 떠안길 거라면 잘 쓰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졸속으로 만든 4대강 죽이기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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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생예산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죽이기' 예산 폐기와 민생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생예산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죽이기' 예산 폐기와 민생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국회 안에서 한나라당과 치열한 논박을 벌이고 있는 야당 의원들도 연단에 올라 이 전 장관을 거들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MB정부가 예산심의도 않고 각종 법을 어겨가며 4대강 사업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자신이 있으면 국회에 모든 자료를 내놓고 국민 앞에서 토론하면 될텐데 그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부가 국회 예산심의 대상이 아닌 수자원공사에 보 건설 비용을 떠넘겨놨는데 수자원공사는 그 건설을 각 지방국토관리청에 위탁·시행해놨다"며 "핑퐁게임도 아니고, 심의도 못 받게 하려고 예산을 세탁하는 것이냐"고 정부를 질타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5조 원이면 지금 당장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현할 수 있고 7조 원이면 기초노령연금 수령액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며 "그러고도 4대강 사업 전체 예산 22조 원 가운데 10조 원이 남는다, 남는 돈은 대통령 떡볶이 드실 돈으로 남겨놓자"고 비꼬았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시내에 걸려 있는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 81조 경축 현수막 본 적 있냐"며 "사실 사상최대의 복지예산 삭감이다, 복지예산이라 할 수 없는 주택융자예산까지 넣어놓고 거짓말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2010예산안공동대응, 4대강사업 예산 삭감 목표 아래 야4당과 '국민협약'

 

의료·교육·복지·장애인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도 연단에 올라 민생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들이 뼈 빠지게 싸워서 장애인복지법에 중증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위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명기시켰는데 이 정부가 돈이 없다고 올 10월 각 지자체에 더 이상 신청을 받지 말라고 했다"며 "돈 없다고 모두가 받아야 할 것을 선착순으로 나눠준다면 누가 동의하겠냐"고 소리쳤다.

 

박 대표는 "장애인도 여러분과 함께 교육 받고 싶고, 살고 싶다"며 장애인 예산 확보를 위해 같이 싸워달라고 요청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신종플루로 온 국민이 걱정하는 가운데 이 정부는 신종전염병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아니라 480억 원을 삭감하고, 저소득층·장애인 의료 지원 예산도 1500억 원이나 삭감했다"며 "OECD 국가에 비해 1/7 수준인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0 예산안공동대응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내년 민생예산 확보를 위한 행동에 계속 나설 예정이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비롯해, 예산안 심사가 끝날 때까지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또 민주당 등 야 4당과 함께 '2010년 예산안 국민협약'을 체결해 4대강 사업 예산 삭감을 통한 민생 지원 예산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2009.11.26 18:55 ⓒ 2009 OhmyNews
#민생예산 #2010예산안공동대응 #4대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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