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가수와 객석이 '공생'한 180분

[현장] 블랙홀 20주년 기념공연... 크라잉넛 등 후배들 무대 올라 히트곡 헌정

등록 2009.11.30 10:34수정 2009.11.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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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20주년 기념콘서트 올해로 데뷔 스무 돌을 맞은 헤비메탈 그룹 블랙홀이 문화연대와 함께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를 열었다. ⓒ 김범태

▲ 블랙홀 20주년 기념콘서트 올해로 데뷔 스무 돌을 맞은 헤비메탈 그룹 블랙홀이 문화연대와 함께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를 열었다. ⓒ 김범태

 

데뷔 스무 돌을 맞은 헤비메탈 그룹 블랙홀과 창립 열 돌을 맞이한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블랙홀 20주년 라이브 트리뷰트 - 깊은 밤의 서정곡' 기념공연이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서울 소월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그간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 등 문화연대의 활동에 참여하며,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 온 블랙홀이 문화연대와 손잡고 한국 대중음악사에 뜻 깊은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특히 노브레인, 크라잉넛 등 현재 국내 록 음악 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6팀의 후배 밴드가 한국 헤비메탈 역사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블랙홀의 음악적 여정과 열정을 지지하는 헌정무대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은 대안문화활동, 문화정책 및 시민자치문화개발, 미디어문화 지원 등 지난 10년 동안 문화연대가 펼쳐온 사업들이 담긴 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28일 공연에서는 펑크 록밴드 스트라이커스가 첫 테이프를 장식했다. 'Seventeen' 'DAWN' 'Mystic Spiral' 등의 곡을 부른 이들은 "블랙홀의 20주년 기념무대에 서게 된 것을 뜻 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서커스매직유랑단' '룩셈부르크'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등의 곡을 선물한 크라잉넛은 "블랙홀의 공연을 볼 때마다 무대에서 스피릿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헤비메탈 그룹 디아블로는 'INTRO' 'Too Strang to Surrender' '고래사냥' 등의 곡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디아블로는 "밴드가 오랜 생명력을 가지려면 여러분의 신념이 필요하다"면서 "음악인들이 더욱 열심히 달릴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 후배 밴드들은 'Mother nature' '바람을 타고' 등 블랙홀의 노래들에 자신들의 색깔을 입혀 선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7일에는 노브레인, 갤럭시익스프레스 등의 그룹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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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무대 선보인 크라잉넛 블랙홀 2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헌정공연에 참여한 크라잉넛의 보컬 박윤식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김범태

▲ 헌정무대 선보인 크라잉넛 블랙홀 2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헌정공연에 참여한 크라잉넛의 보컬 박윤식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김범태

헌정무대에 이어 블랙홀의 콘서트가 막을 올렸다. 공연이 시작 되자 곧 무대 위의 가수와 객석의 관객 사이에 탄탄한 '공생관계'가 구축되었다. 관객들은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사운드에 몸을 내어맡기며 마력처럼 끌어들이는 블랙홀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평단으로부터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음악적 사운드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블랙홀은 1시간30분여 동안의 공연에서 대표곡 '깊은 밤의 서정곡'을 비롯해 '바벨탑의 전설' '녹두꽃 필 때에' '야간비행' '라이어' '삶' 등 히트곡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또 '고란초' '널 위한 이별' '꿈속의 나의 집' 등의 곡은 메들리로 선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폭발적인 사운드와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블랙홀은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공연 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우리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고, 음악적으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흔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리더 주상균(보컬·기타)씨는 "스타가 되기 위해서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자체가 좋아서 시작한 활동이었다"며 "우리가 마이크를 내려 놓는 때는 음악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나 흥미를 잃었을 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는 정병희씨는 "우리 차는 후진이 없다, 오직 전진만 있을 뿐"이라며 "우리의 꿈은 아직도 남아 있고, 아직 다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끝까지 함께 가겠다"면서 한결같은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광주항쟁' '일본역사문제' '촛불시위' 등 사회적 이슈들을 자신들의 음악정신에 담아 부조리한 세태를 고발해 온 블랙홀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상균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광주항쟁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희생하신 분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생각에서 사회참여 정신을 음악에 담게 되었다"며 "누군가는 '너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기도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랑이 있어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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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 맞아 전국투어 나선 블랙홀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음악적 사운드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블랙홀은 ‘깊은 밤의 서정곡’ 등 히트곡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 김범태

▲ 데뷔 20주년 맞아 전국투어 나선 블랙홀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음악적 사운드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블랙홀은 ‘깊은 밤의 서정곡’ 등 히트곡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 김범태

블랙홀은 지금까지 '미대사관 덕수궁 터 이전 반대 공연' '스크린쿼터사수 문화제' '이라크파병반대반전콘서트' '촛불아 힘내라 콘서트' 그리고 최근의 '용산참사 유가족돕기 자선콘서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가장 역동적인 현장에서 강한 음악적 메시지를 던져왔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약 800명의 관객들이 찾아와 한국 헤비메탈의 살아 있는 전설과 호흡을 같이 했다. 객석에는 20~30대뿐 아니라 블랙홀과 함께 세월을 밟아온 40~50대 중년 팬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을 들고, 맘껏 환호하며 무대 위의 블랙홀과 입을 맞춰 자유를 노래했다.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된 관객들은 젊음의 열정을 쏟아내며 록의 정수를 향유했다.

 

공연을 관람한 대학생 최동훈씨는 "20년 동안 단단하게 뭉쳐온 블랙홀의 강렬하고 섬세한 사운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며 "내면 깊숙이에서 끌어 오르는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블랙홀은 오는 12월 5일 대전 충남대 백마홀과 12일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에서 같은 공연을 진행한다. 이 전국 투어 라이브콘서트는 내년 부산과 대구, 광주 등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블랙홀과 함께 이번 공연을 준비한 문화연대는 '억압이 아닌 자유' '차별이 아닌 평등' '경쟁이 아닌 평화'가 존중되는 사회를 향해 시민의 문화권리와 문화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계속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2009.11.30 10:34 ⓒ 2009 OhmyNews
#블랙홀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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