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비는 내리고...'봉화의 위세' 위봉사

욕심의 대상인 나란 도대체 무엇일까?

등록 2009.11.30 20:22수정 2009.11.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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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적하였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무엇하나 즐겁게 해주는 것이 없었다. 병은 병대로 괴롭히고 있고 살아가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하나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거기에다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마음은 더욱 더 무거워졌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였다. 집에 앉아 있으면 무기력해질 것이란 생각이 집을 나서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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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봉사 비내리는 ⓒ 정기상

▲ 위봉사 비내리는 ⓒ 정기상

 

겨울을 재촉하는 비.

비는 쉬지 않고 내렸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끈질기게 내리고 있었다. 지쳐서 쉬었다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추적거리면서 내리는 빗속에 먼 길을 나설 수는 없었다. 인근에 있는 산사를 찾기로 하였다. 도심을 지나가는데, 자동차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비오는 일요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위봉사.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하고 있는 산사다. 비구님 스님들이 정진하는 도량으로서 정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봉황의 위세를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산사의 이름을 위봉사라고 정하고 있다. 봉황이 서식하고 있는 보금자리라는 뜻이다. 산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모습은 봉황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안온하게 안아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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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서루 봉황의 집 ⓒ 정기상

▲ 봉서루 봉황의 집 ⓒ 정기상

 

사천왕문에는 다문천왕 등 4 분의 천왕들이 눈을 부릅뜨고서 지키고 있다. 신성한 산사를 더욱 성스럽게 지켜내고 있는 4 대 천왕들의 정성을 되새겨본다. 부처님 도량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서 나를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서 한 일이 생각나지 않으니, 난감하다.

 

돌을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보광명전으로 곧바로 들어설 수가 없다.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비로소 너른 절 마당에 들어설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하게 된다. 하심으로 겸양의 태도를 가져야 부처님의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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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명전 부처님의 빛 ⓒ 정기상

▲ 대광명전 부처님의 빛 ⓒ 정기상

 

봉서루를 지나 계단을 올라 보광명전 앞마당에 서게 되면, 서 있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마당 한 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는 소나무의 위상이 압도한다. 소나무만으로는 2 %가 부족하다. 그 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나무 아래에는 세월이 내려앉아 있는 깨진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석탑에는 많은 것들이 배어 있다. 그 안에는 세월의 무게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인생도 담겨 있다. 석탑을 향해 합장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원이 배어 있다. 석탑에 깃들어 있는 바람들을 하나하나 가늠해본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이기심만을 앞세우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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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석탑 세월 ⓒ 정기상

▲ 소나무와 석탑 세월 ⓒ 정기상

이기심을 배제한다는 것은 욕심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욕심을 비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철저하게 욕심을 버리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욕심을 더 큰 서원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욕심을 버린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제에서는 불가능하다. 욕심을 비운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렵고 힘들다.

 

약수터 옆의 바가지.

약수터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는 데에도 쉴 사이 없이 물이 쏟아지고 있다. 목마른 이가 어느 때라도 목을 축일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이다. 바가지 없이 물을 마시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기에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는 바가지를 마련해두고 있었다. 바가지는 욕심을 서원으로 바꾸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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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 낮은 마음으로 ⓒ 정기상

▲ 하심 낮은 마음으로 ⓒ 정기상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작은 힘이라도 기꺼이 내놓는 것이 바로 욕심을 서원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바로 서원이다. 욕심을 더 큰 서원으로 바꾸는 것이 마음을 닦는 것이다. 약수터의 바가지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전라북도 지방 문화재 제 69 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요사와 보물 제 608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보광명전의 단아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를 찾는다. 건물 처마에 걸려 있는 다양한 현판의 글씨를 바라보면서 걸어온 지난날을 반추해본다. 후회하고 부끄러워 할 줄 알게 되면 내일일 밝아진다고 하였던가? 지난날은 부끄러운 일들뿐이고 모두가 후회스럽기만 하다. 잘 하였다고 생각되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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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리고 산사에 ⓒ 정기상

▲ 비는 내리고 산사에 ⓒ 정기상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나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니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이기심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욕심을 채우게 되면 무엇이 남을 수 있단 말인가? 욕심의 대상인 나란 도대체 무엇일까? 비 내리는 산사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의문에 당혹스럽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절대로 반복될 수 없다. 한번 뿐이라는 절실함이 앞서기 때문에 더욱 더 행복해지기를 그렇게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추구하는 행복은 독립적이고 주관적인 행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소유하고자 하는 행복은 대부분 비교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행복은 더욱 더 상대적이 되고 더욱 더 몸부림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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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음 닦는 곳 ⓒ 정기상

▲ 마음 마음 닦는 곳 ⓒ 정기상

 

비교에 뿌리를 둔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행복은 점점 더 멀어진다. 대신 그 자리에는 고난과 아픔만이 난무하다. 밀물되어 밀려드는 고통 앞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헐떡이며 살아왔다. 행복이 주관적인 만족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모른 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행복 추구는 결국 고통을 추구하는 결과는 낳고 말았다.

 

비 내리는 산사에서 마음을 본다. 마음이 있는 것일까? 내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비를 맞으면서 보광명전 앞마당을 걸으면서 생각하였다. 무아라는 사실을 이론적으로는 이해를 하고 있으나, 그 실제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서고 있으니, 당혹스럽기만 하다. 내가 없다면 욕심이란 결국 바람과 같은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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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인도하는 산사 ⓒ 정기상

▲ 마음을 인도하는 산사 ⓒ 정기상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더 많아진 시점에서도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의 우매함이 싫다. 무아라는 진리를 얻었다면 자유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마음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헤매고 있으니, 난감한 일이다. 내가 없다는 진리를 온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비구니 스님들이 마음을 닦고 있는 산사에서 비구니 스님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음 닦기에 정진하시느라 보이시지 않는가 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속인에게는 이 것 또한 욕심이란 생각이 든다. 길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다는 점을 항상 잊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산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2009.11.30 20:2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데일리언
#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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