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산주산겐도와 경주 분황사의 관음 신앙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38

등록 2009.12.01 09:35수정 2009.12.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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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산주산겐도와 경주 분황사의 관음 신앙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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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주산겐도 내부, 앞면 33 간, 옆면 5 간 건물 안에 천수관음 1001 기와 번개신, 바람신 등 인간을 지켜주는 신상 28 기가 모셔져 있습니다. ⓒ 박현국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는 동양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에 불교 문화의 영향은 대단히 큽니다. 불교는 시대나 지역에 따라서 각기 다른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관음 신앙보다는 미륵신앙이 우세한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미륵 신앙보다 관음 신앙이 더 왕성해 보인다. 관음 신앙은 현세의 실질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귀족신앙, 왕족 신앙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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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주산겐도 내부 한 가운데 있는 중존(中尊), 11면 천수천안관음입니다. 이 중존은 승 단케이(湛慶)가 서기 1254 년 조각한 작품으로 가마쿠라 때의 명작이라고 합니다. ⓒ 박현국


일본에서 관음 신앙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여러 사찰이나 문화재 가운데 관음상이 많이 발견되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일본 여러 곳에 관음상이 많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은 교토의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 원래 이름 렌게오우인산주산겐도,蓮華王院三十三間堂)가 아닌가 합니다. 이곳에는 33 간의 긴 건물 안에 관음상 1001 기가 모셔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천수관음이 천기 모셔져 있습니다. 천수관음은 머리가 11 개이고, 팔이 40 개 있는 관음으로 인간의 모든 희망과 요구를 천 가지나 들어 줄 수 있다는 관음입니다. 천은 단순히 천의 의미보다는 인간의 많은 요구를 다 들어 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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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대 위에 세워져있는 천수관음상 아래 부분 ⓒ 박현국


삼국유사에 전하는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옛날 관음 신앙이 있었습니다. 도천수대비가는 삼국유사 권제 3 탑상 제 4 분황사 천수대비 맹아득안조에 노래 제목 없이 전해지고 있다.

무릎을 꿇으며 두 손바닥을 모아 천수관음 앞에 빌어 사룀을 둡니다.
천손에 천눈을 하나를 놓아 하나를 덜어 둘도 많은 나이라 하나만 내려 고치옵더라
아아! 나에게 끼쳐주시면 놓되 쓰올 자비야 뿌리로다.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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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주산겐도 겉모습, 앞면 33 간은 약 120 미터정도입니다. 옆면 5 간 가운데 맨 앞 한 간은 천수관음 앞 통로입니다. 그리고 옆면 5 간 가운데 제일 뒤 한 간은 벽으로 가려져 있는 통로입니다. 건물은 이리모야 혼가와가부키(入母屋 本瓦葺き)로 기와지붕입니다. ⓒ 박현국


그리고 도천수대비가의 산물 기술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덕왕 때 한지리의 여자 희명의 아이가 태어난 지 5 년만에 갑자기 눈이 멀었다. 하루는 그 어미가 아이를 안고 분황사 좌전의 북쪽 벽화 천수대비 앞에 나아가 아이를 시켜 노래를 지어 빌었더니 마침내 눈을 뜨게 되었다.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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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주산겐도 뒤 곁인 서쪽 모습. 이곳에서는 매년 정월 15 일 전국 궁도대회(일명 야나기노오카지, 楊枝のお加持)가 열립니다. 길이 120 미터로 일본 전통 활로 화살을 쏘아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 박현국


도천수대비가는 도천수관음가, 천수대비가, 맹아득안가, 천수천안관음가, 천수관음가, 득안가, 관음가 등으로 불리는 노래로 분황사 천수대비상에 기원하여 맹아가 눈을 뜨게 되었다는 분황사천수대비상의 영험을 중시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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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주산겐도 정면도와 평면도, 평면도 한 가운데 빈곳이 중존(中尊), 11면 천수천안관음을 모신 곳입니다. ⓒ 박현국


삼국유사에는 여러 불교 관련 설화나 불교신앙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미륵신앙이나 관음 신앙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국유사는 1281년(충렬왕 7) 무렵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一然)이 편찬한 책입니다. 그런데 산주산겐도는 처음 서기 1164 년 다이라노기오모리(平清盛)가 지은 뒤 불에 탄 적도 있었지만 재건과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쳐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똑같은 관음신앙에 대해서 비슷한 시기 한반도에서는 일연이 도천수관음으로 관음 신앙을 표현했고, 일본에서는 산주산겐도에 천수관음 천 기를 만들어 표현했습니다.


경주 분황사 관음에 기원하여 눈을 뜬 도천수관음가의 내용과 교토 산주산겐도에 천수관음을 만들어 인간의 바램을 기원한 마음은 때나 장소를 넘어서서 서로 통하나 봅니다.

산주산겐도 가는 법
교토 역 북쪽 앞에서 시치조(七条)까지 간 다음 동쪽으로 2 킬로미터 남짓 가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건너편에 국립교토박물관도 있어서 같이 가볼 수 있습니다. 교토박물관 서쪽에는 귀무덤(耳塚)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한반도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귀를 묻어놓은 곳이라고 합니다.

참고문헌
김승찬, 도천수관음가, 향가문학연구, 일지사, 1993.
滋賀県立近代美術館, 近江路의 관음사마, 1998.10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산주산겐도 #도천수관음가 #분황사 #천수관음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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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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