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한마리가 순천만을 살렸죠"

전남 동부권 환경지킴이 '동사연'

등록 2009.12.01 14:11수정 2009.12.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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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늘의 순천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기까지 수많은 난관도 있었고, 개발을 반대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던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심에서 오늘날의 순천만을 지켜내고 조례저수지를 지켜내 '조례호수공원'이 탄생하기까지 진정한 주역,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아래 동사연)가 어느덧 20살 성년이 되었다. 동사연의 장채열 소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세월 참 빠르네요. 동사연이 어느덧 스무살이 됐습니다.
"그렇네요. 1989년에 창립되었지요. 당시 명칭은 끝자리가 연구소가 아닌 연구회로 칭했던만큼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 당시만해도 지역운동이라는 개념이 약할 때 아닌가요.
"네, 오늘날은 지역운동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었지만 당시에는 지방자치라는 개념도 낮설었는데, 아무튼 지역운동의 자료모으기 또 특별히 우리지역의 아픈 상채기이자 묻혀진 역사인 여순사건에 대한 채록 등이 일상활동 이었으며 시민단체가 별도로 없었던 시기인지라 KBS수신료, 조비골 석산폐쇄문제 등이 주요활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 처음부터 법인은 아니였군요.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몇 년 후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고부터 상근자와 임원 회원도 보강되었지요. 문화역사와 환경 그리고 지방자치가 주요일감이었는데 특히 환경분야의 일들이 많았습니다. 1995년부터 시작 2003년에야 일단락 된 순천만 일대의 골재채취를 막고 생태공원화까지 이끌어온 과정은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일감이었으며, 매립계획이었던 조례저수지 일대를 호수공원화까지 성취한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문화활동도 많이 했지요.
"문화역사분야에서는 한얼답사회의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시민들과 함께 현재까지 50여회 이상의 답사활동이 지속되고 있고요. 지방자치현안은 주로 산하기구인 순천포럼을 통해 현재까지 38차까지 지역사회 주요이슈를 화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야생동물구조센타의 운영이나 현재 실시하는 문화유산방문수업 등도 주요한 일감이지요." 

- 특별히 보람있었던 일과 생각나는 에피소드 한 토막 들려주시죠.
"역시 순천만과 조례저수지이겠지요. 작은 사업들도 많지만. 골재채취를 막아낸 일등공신은 사실 흑두루미와 길 잃은 황새였습니다. 골재채취반대운동을 연일 거듭해도 사실 시 행정은 이미 허가된 사업인지라 꿈적조차 안했는데 어느날 생태계조사를 하는데 황새가 한 마리 나타난 거예요.

멸종되었다는 황새가 순천만에 나타난 것은 일대 사건이었지요. 그리고 흑두루미떼를 보았는데 남한에서 유일한 월동지가 순천만이라는 학계의 실증조사가 확인되면서 연일 언론과 매스컴이 순천만을 보도하기 시작했지요. 골재채취에서 순천만 보전으로 무게가 바뀌게 된 전환점이었다고 기억됩니다. 그리고 순천만과 관련해서는 갈대제가 안 떠오를 수 없는데요. 1회부터 4회까지 시민단체가 개최하면서 보람도 많았지만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행사도중 일부 주민들의 갈대밭 방화, 순천시와의 실랑이 등등….


조례저수지 둑의 천막농성도 잊을 수 없습니다. 라면 국물을 안주 삼아 저수지 둑방에 모여 밤새 담소하고 노래부르던 일들, 내셔널트러스트 행사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얼굴이 화끈했던 순간들, 어느 해는 나눔장터와 연계한 행사를 했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가운데 천막에 울려퍼지던 색소폰 연주 등. 하나 같이 참 많은 분들이 사안마다 힘을 모아주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입니다."

- 현재 회원구성과 분과별 사업은 어떻게 되나요.
"회원은 약 150명 정도이고 이사회와 연구위원 그리고 문화역사, 지방자치, 생태환경 세 개의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고요. 회원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는 한얼답사회와 순천포럼, 산못사모 등의 모임이 있습니다."

생활환경문제와 지방선거에도 관심갖겠다

- 순천의 환경을 지키는 단체로서의 사명감이 있다면.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시대가 일을 시킨 것이지요. 환경문제는 항상 미래의 사태를 경고해야하기 때문에 사실 시민단체가 아니면 제기하기 힘든 측면이 많아요. 때문에 왕왕 '환경이 밥먹여 주냐'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지요.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에서 사실 환경을 지키는 것은 돈이자 자산입니다. 미래의 세계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어요. 환경운동은 어찌보면 후손들을 위한 자식사랑과도 통합니다. 2004년도라 기억하는데 순천만에 동양최대의 태양광발전소를 유치한다는 계획이 순천시와 사업자 간에 추진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연일 '순천만은 생태계 자체로 지켜야 나중에 더 큰 돈이 된다'는 논리로 반대하며 이전투구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당시 태양광발전소를 유치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현재의 순천만도 생태공원답게 관리되고 있는지, 갈대유원지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측면이 많아서 가습이 답답합니다. 또 뭔가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요."

- 끝으로 하실 말씀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정원박람회와 관련해서는 우려되는 측면이 참 많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2900억이 넘는 사업비가 추산되는데, 순천시부담액이 2100여억 이라면 과연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하나 본전이 빠질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광고카피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되었다는 점이 더 불안합니다. "잘 돼야 할 텐데"라고 답변드릴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광양만권이라는 화두로 일을 좀 해보려 합니다.

환경 분야의 지나친 규제완화로 생활환경이 심각합니다. 지역사람들의 고용창출도 미흡한 수준이고 지역상공인들과의 연계도 활발하지 못해 부가가치의 지역환원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성숙도가 요구되는 만큼 도시통합의 문제나 지방선거에도 관심을 쏟아야 하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우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남우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천만 #조례호수공원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환경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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