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는 노회찬 대표에게 왜 '무죄'를 선고했나

재판부, 공소사실 조목조목 따져 "면책특권에 해당하고 정당행위"

등록 2009.12.04 21:35수정 2009.12.04 22:00
0
원고료로 응원
이른바 '안기부X파일'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떡값 검사'로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안강민 변호사 등의 실명을 공개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17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노회찬 대표는 안기부 직원들이 1997년 9월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사장이 나눈 대화내용을 도청한 녹취록 등 소위 '안기부 X파일'을 입수했다.

이에 노 대표는 2005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직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삼성 명절 때마다 검사들에게 떡값 돌려,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검사 7인 실명공개'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이로 인해 통시비밀보호법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조한창 판사는 지난 2월 노 대표에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고, 면책특권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야당 의원이 신속하게 여론 환기시키기 위한 방법"

하지만 항소심은 유죄를 뒤집었다. 서울중앙지법 제8형사부(재판장 이민영 부장판사)는 4일 노회찬 대표에게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보도자료에서 실명을 거론한 것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인지에 대해, 재판부는 "녹취록 대화내용으로 볼 때 홍석현 사장이 금품전달 대상으로 거론한 '지검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피해자(안강민 변호사)가 명백하므로, 피고인이 보도자료에서 실명을 거론한 것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 허위이며 피고인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녹취록을 보면 홍 사장과 이학수 비서실장이 검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할 계획을 짜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녹취록에는 검찰간부들의 실명 또는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표현들이 기재돼 있는 점을 종합하면 합리성과 이성을 지닌 일반인이라면 삼성그룹이 검사들에게 금품을 지급했을 것이라고 매우 강한 추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찰을 지적했다. "반면 검사는 피해자(안강민 변호사)가 실제로 삼성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입증하지 못했고, 또 녹취록 대화당사자인 홍 사장과 이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는 전혀 하지 않는 등 이들이 금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도청 녹취록을 토대로 만든 보도자료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직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도자료 배포 시기가 법사위 회의 시작 직전으로 보도의 편의를 위한 정당한 목적이었고, 보도자료 배포행위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국회 회의에서 진술할 내용을 보도 편의를 위해 회의 직전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서 국회의원의 직무상의 발언에 부수해 행해진 행위로 이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면책특권이 인정되는 국회의원의 직무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이 소추하거나 법원이 이를 심리한다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거나 표결하는데 지장을 주게 됨은 물론 면책특권을 인정한 헌법규정의 취지와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소추기관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법원은 이를 심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은 공소권이 없음에도 공소가 제기된 것이 돼, 결국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돼 무효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검찰을 지적했다.

보도자료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그러나 녹취록 대화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이 검사들에 대한 조직적인 금품전달계획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국회의원 신분이던 피고인이 이를 공개한 것은 수사 촉구 등의 정당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당시에는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사실도 존재해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는 마땅히 녹취록에 관련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필요성이 있었고, 야당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수사를 촉구하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신속하게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인이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는 긴급성과 보충성도 충족해 정당행위에 해당돼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노회찬 #떡값 검사 #안기부 X파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4. 4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5. 5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