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로 조금씩 이동해야... 금리인상 타이밍 고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사... 이번 달에는 2.0%에서 동결

등록 2009.12.10 14:56수정 2009.12.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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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내년 우리 경제가 5% 성장한다는 전망에 비하면, 현 기준금리는 엄청 낮은 수준이다."

 

10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2.0%)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수는 없지만,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타이밍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약간의 불안요인이 있어 금리를 동결했지만, 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었음에도 경제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며 "출구전략은 모든 지표를 확인하고 행동하면 늦다, 문(출구)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향후 출구전략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 꾸준히 회복... 금리인상 타이밍 고민하겠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두바이 사태와 같은 다소의 불안요소가 있지만, 크게 봐서는 내년 세계 경제는 밝다"며 "경기와 물가 상황에 맞춰 (금리인상) 타이밍에 대한 고민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의 기본 조건인 경기 회복과 관련, 이 총재는 "11월에도 경제성장의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4/4분기에도 수출이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고, 소비 쪽에서도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경기 촉진정책에 따른 재정 지출이 3/4분기부터 줄면서 4/4분기 경제가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10~11월의 움직임을 봐서는 앞선 분기의 성장만큼은 아니지만 경제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총재는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연 5% 성장한다면, 현재의 기준금리(2%)는 엄청나게 낮은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수는 없겠지만, 정상화 과정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용 부진 탓에 금리인상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대해 그는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고용 감소를 경기 대책으로만 접근하면 엉뚱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제가 좋아진다고 고용이 동시에 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구전략과 관련해, 이 총재는 "모든 지표를 확인하고 행동하면 늦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정책 결정 근거가 되는) 중요한 요소들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는 이미 늦다"며 "문(출구) 밖으로 한걸음에 나갈 수는 없지만,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물가가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2.4%"라며 "유가 인상 등에 따른 물가상승 요인도 있지만 물가하락 압력이 더 높아 올해 물가상승률은 3%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 대출 증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지적이다. 그는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고,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택 매매가격도 동시에 오르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가계 대출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이성태 총재의 일문일답을 간추린 것이다.

 

"출구전략을 펼 때, 모든 지표를 확인하고 행동하면 늦다"

 

- 가계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가계 대출 증가가 내년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나?

"11월 가계 대출 증가는 은행 각 영업점이 실적 평가 탓에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린 것과 연관 있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가계 대출의 규모가 지난 10년간 상당히 늘어, 각 가계의 원리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 2010~2012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를 현재의 2.5~3.5%에서 2~4%로 넓힌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의 변동폭은 너무 좁아, 물가가 그 범위를 이탈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민과 한 약속을 져버리게 된다. 변동 폭을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 이는 통상적인 물가 변동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 범위의 확대를 두고 앞으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금융완화 쪽으로 가져간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물가가 상한선을 넘을 때까지 한국은행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유가 상승 등 물가 상승 요인이 많다.

"유가 상승 등이 물가에 다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물가가 3% 선을 뚫고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경제활동이 수요를 늘려 물가 상승에 압력을 주는 수준이 아니다."

 

- 출구전략 타이밍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출구전략과 관련, 모든 지표를 확인하고 행동하면 늦다.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들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지난해 10월 이후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하늘에서 (유동성을) 투하한 것처럼, 출구전략에서는 헬리콥터로 한꺼번에 이를 끄집어낼 수가 없다. 문(출구)이 근처에 있다면 문밖으로 나가면 되지만, 현 경제상황은 문과 다소 떨어져 있다. 문 가까이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 물론, 문밖으로 나갈 때 한걸음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성급히 시행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경기 회복속도에 비해 고용 회복속도가 매우 느리다. 고용지표는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이며,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동시에 고용이 늘지는 않는다. 고용 감소엔 경기적 측면과 구조적 측면이 있는데, 경기적인 측면에서 줄어든 고용은 경기가 살아나면 어느 정도 살아난다. 반면, 구조적 측면에서 줄어든 고용을 경기 대책으로 풀려고만 하면 엉뚱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  정부에서는 내년도 경제 성장 전망을 5% 내외로 보고 있다. 2% 기준금리와 5% 성장률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보나?

"GDP가 연 5% 성장한다는 것은 분기마다 1%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이에 비춰 2%의 기준금리는 엄청 낮은 것이다. 만약 1년 뒤 우리 경제가 매분기 1% 이상 성장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라면, 그때 기준금리가 2%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살리기에 맞춘다고 해도 금리를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수는 없지만,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

2009.12.10 14:56 ⓒ 2009 OhmyNews
#금리인상 시사 #출구전략 #기준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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