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100km... 후덜덜이라고요?

[서평] 자전거 학교- 니와 다카시, 나카무라 히로시 공저

등록 2010.01.19 09:04수정 2010.01.20 14:43
0
원고료로 응원
a

자전거 문화가 먼저 정착한 잔차 선진국 일본에서 알려주는 자전거로 순항하기 - 민경태 옮김, 스피드웨이브 감수 ⓒ 마고북스

자전거를 타고 50km 정도를 달린다. 듣기만 해도 '엉덩이가 아플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행주산성이나 서울숲 같은 곳에 라이딩을 갔다오면 그렇지 않아도 살이 없는 엉덩이가 아예 골짜기만 평평하게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100km를 덜 힘들고 즐겁게 달릴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어 눈에 번쩍 와닿는다. 

자전거로 출퇴근도 하고 동네 마트나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주말엔 가까운 곳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기도 하면서 나도 자전거 고수가 되어 멀리 떠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달리기를 취미로 하다가 마라톤 하프코스에 이어 풀코스에 도전하고픈 것과 비슷하겠다.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 가보면 많은 자전거 고수들의 이야기와 여행기를 볼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빠른 속도도 아니고 산길을 오르는 것도 아닌 꾸준하고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이다.


시속 20km의 속도로 5시간만 내달리면 100km를 달리는 것이니 뭐 어려울게 있겠냐 싶지만 막상 자전거 위에 올라타서 한강둔치를 따라 50km만 달려도 다리 아픈건 물론 손목, 사타구니, 목까지 안 아픈 곳이 없어 그만 안장에서 내려오고 만다. 장거리 라이딩은 체력 이상의 무언가가 더 필요하겠다는 것을 몸으로 절실하게 느낀다.

세계를 자전거로 누비고 현재 일본에서 자전거 투어 가이드를 하는 사람과, 자전거 엔지니어 출신의 연구원이 같이 자전거책을 썼는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단다. 부제는 <입문에서 100km 달리기까지>로 자전거와 친해지는 입문과정에서 20km, 50km, 100km까지 주행 거리별로 나누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과 노하우(Know How)를 전해준다. 그 내용들이 '보다 빠르게'가 아닌 '보다 재밌있게'라서 더욱 좋다.

'보다 빠르게'가 아닌 '보다 재미있게' 타자

자전거를 오래 타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닮아 있다. 삶을 힘들고 아프게 단지 오래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것처럼, 자전거도 고통 이외의 즐거움이 없다면 멀리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빨리 달리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달리자고 말한다.

거기에는 세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숨이 차지 않게(싱글벙글 페이스), 자동차가 적은 길 선택, 마음에 드는 좋은 자전거 구입이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의 좋은 자전거 구입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는데,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지구의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자신의 건강 또한 지키는 행위이니 자기 자신에게 상을 준다는 생각으로 좋은 자전거를 구입하자는 발상이 참신하다. 

'무조건 열심히'로는 안되는 50km 이상의 장거리 라이딩

50킬로미터라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되는 거리인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사는 곳에서 잘 알려진 자전거 여행지까지의 거리를 인터넷 지도로 측정해보면 감이 온다. 서울시청에서 양평의 두물머리, 경기도 화성의 제부도가 그 정도 거리가 나온다. 지도를 봐도 아니면 직접 달려본 사람이라도 거리가 상당히 멀게 느껴질 것이다.

당신이 이 정도 거리의 자전거 여행에 도전한다면 바로 본격적인 라이더의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저자는 4시간 정도의 시간을 잡아서 천천히 즐기듯 50km를 달려보라고 권한다. 4시간이면 시속 12km 정도 되는 저속으로 달려도 되니 일단 자전거도 나도 부담이 없다. 이렇게 어디를 어떤 식으로 달릴 것인지 계획을 짜는 작업 자체가 장거리 라이딩의 시작이다.

자전거를 오래 탄다고 할때 맨 먼저 걱정되는 부위는 엉덩이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해결법이 나와 있고, 목이 마른 다음에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닌 효과적인 수분공급의 요령, 장거리 주행에 맞는 안장과 핸들의 세팅법이 사진과 함께 잘 나와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경험상으로도 라이더와 자전거의 핸들, 안장, 페달의 조화로운 위치는 매우 중요해서, 이것이 내 몸과 맞지 않을때는 손목, 목에 통증이 오고 20km만 달려도 벌써 피곤해져 자전거에서 내려오고만 싶어진다. 

여행과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자

자전거를 타고, 다시 말해 자신의 힘으로 멀리까지 간다는 것은 스포츠로서의 즐거움을 더해 여행이 주는 설렘, 도전정신, 낭만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전거로 전국일주나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들의 여행기을 읽다보면 그 사람에게서 순수함과 동지애까지 느끼게 된다.

한창 힘이 좋은 젊은이라면 자전거 타고 멀리 가려면 페달을 무조건 오래, 열심히 돌리면 되지 않을까 하겠지만 페달링의 기술은 자전거 여행 혹은 100km 장거리 주행을 좌우한다. 필자도 장시간, 장거리 주행을 할 때 그 차이를 확실히 느꼈던 부분이다. 과학에 근거한 페달링 기술이 사진과 함께 어렵지 않게 나오니 기억해 두었다가 자전거 탈때 의식적으로 따라 하다보면 어느새 오묘한 자전거 파워를 체감할 수 있다.

오르막 덜 힘들게 오르기, 땀으로 인한 체온저하 대처법, 힘을 내는 활성산소 만들기, 펑크난 타이어 때우기 같은 기본적인 자전거 정비법등 자전거를 오래 즐기기 위한 궁리들은 많기도 하다. 

이밖에도 살찌기 어려운 몸 만들기 전략, 성인병아 물렀거라, 관절이여 걱정마라 등 일본사람 특유의 섬세함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내용들이 많아 자전거와 함께 일상생활의 활력을 찾고 유지하는 데 좋은 정보가 된다.

100km를 달린다, 라는 식의 목표설정은 자전거를 오래 즐기기 위한 동기부여로 좋다. 자전거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아닌 이상, 완주하는 것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서 얻는 상쾌함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어떨까. 쾌적한 길을 골라 달리며 사계절의 변화를 즐기기,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는 길.. 자기만의 자전거 코스를 만들어 즐겁고 오래 달려보자. 

덧붙이는 글 | 이 책의 내용을 감수한 스피드 웨이브 (www.speedwave.co.kr) 홈피에 가보니 다양한 자전거 타기 정보가 많네요.


덧붙이는 글 이 책의 내용을 감수한 스피드 웨이브 (www.speedwave.co.kr) 홈피에 가보니 다양한 자전거 타기 정보가 많네요.

자전거 학교 - 입문에서 100km 달리기까지

니와 다카시.나카무라 히로시 지음, 민경태 옮김, 스피드웨이브 감수,
마고북스, 2007


#자전거학교 #자전거여행 #자전거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