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검찰, 당신들은 사법부가 아니다

[주장] 초등생도 아는 '삼권분립' 외면...초라한 자화상이나 돌아보길

등록 2010.01.21 09:59수정 2010.01.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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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허용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무죄판결 등으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이 전국 일선 검찰청의 검사와 검찰수사관들과 함께 첫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20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즉시 항소 방침을 밝히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 중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 연달아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있어 무리한 기소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현 MB 정부 들어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미네르바의 정부 비판 명예훼손 무죄 선고, 정연주 KBS 사장의 배임 혐의 무죄 선고, 서울 통일교육 교사 무죄 선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국회 폭력 사건 무죄 선고, 용산 참사 수사 기록 공개 사건,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 사건 무죄 선고에 이어 <PD수첩> 사건이 그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비록 형사 사건은 아니지만 촛불시위로 인한 <PD수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패소,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의 징계 무효 판결, 촛불시위 지원금 취소 부당 판결 등도 비슷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들의 구체적인 양상과 쟁점을 조금만 살펴 보자.

① 미네르바 박대성 경제 정책 비판 무죄 선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한 이후 인터넷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던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정부의 환전업무 전면 중단' 등의 내용에 대해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되어 징역 1년 6월을 구형받았지만, 2009년 4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무죄를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박씨의 글이 상당 부분 사실인 점이 많고, 일부 허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 글의 내용이 전적으로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올렸다고 보기 어려우며,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재판부는 모든 국민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할 자유를 가지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는 헌법적 권리를 우선한 것이다. 검찰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검찰의 첫 번째 굴욕이다.


② KBS 정연주 사장 배임 혐의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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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재임시절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해 8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세청과의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일부를 환급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하여 KBS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9년 8월 18일 서울중앙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의 승소 여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고, 재판부의 권고 결정을 변호사의 자문을 통하여 받아들인 것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에 기소됐다는 것 등의 이유로 해임된 것에 대한 해임 무효 소송에서도 정 전 사장은 승소했다.

정 전 사장을 쫓아내기 전에 KBS 이사 중 한명이던 신태섭 교수에 대한 동의대의 해고와 이사 취소 소송에서도 신 교수가 승소하였다. 이로써 방송 장악 음모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정연주 사장과 신태섭 교수를 KBS에서 몰아냈던 것이 사법부의 철퇴를 받은 것이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역시 항소했다. 검찰의 두 번째 굴욕 사건이다.

③ 용산 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용산 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록 중 2000쪽에 대해서 검찰은 재판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다거나 개인 신상과 관련된 자료라는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법원이 변론권 보장을 위하여 기록 공개를 결정했지만 검찰이 동의하지 않아 열람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고등법원에서 다시 공개를 결정하여 1월 15일 전격적으로 미공개 자료들이 공개됐다. 검찰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기록 중에는 일부 경찰 간부들이 진압 작전의 부적절함과 준비 부족을 증언하는 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1심 재판과정에서는 검찰이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음에도 재판부가 강제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며 변호인단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고 이 때문에 재판은 5개월간 중단되기도 했다. 반대로 2심에서는 검찰이 이 자료는 공개 대상이 아니라면서 미공개 수사 기록을 공개하였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즉시 항고를 하면서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여 파행을 낳고 있다. 검찰의 세 번째 굴욕이다.

④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국회 폭력 사태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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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민주수호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명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청사앞에서 '좌익핀사 퇴출 및 법치붕괴 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이동연 판사의 무죄판결에 대해 '대한민국이 좌익판사들의 사법반란으로 망해가고 있다' 고 주장하며 "좌익판사를 재판없이 광화문에서 총살시켜야 한다" "법원으로 쳐들어가자"는 등 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 권우성


잇따른 굴욕에 부글부글 끓던 검찰이 폭발 일보 직전으로 간 것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무죄 선고였다. 국회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한 강제 해산에 항의하며 국회 사무총장 등의 업무를 방해(공무집행방해 등)한 혐의 등으로 국회사무처가 강 대표를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지만 지난 1월 14일 서울남부지법은 강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폭력 사태를 초래한 농성 강제 해산에 대해 "국회법상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발동된 질서유지권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위법한 강제 해산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국회 사무총장에게 항의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강 대표가 정당의 대표로서 국회 사무총장실에 가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로 볼 수 있으며, 당시 국회사무총장이 신문을 읽으면서 당대표를 만나주지 않은 만큼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회 폭력 행사에 대해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것이 무죄면 무엇이 공무집행방해란 말이냐"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항소했고 언론을 통하여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하였다. 검찰의 네 번째 굴욕 사건이다.

⑤ 시국선언 주도 전교조 교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무죄

2009년 6월 정부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2차에 걸쳐 4만 3천명의 교사들이 참여한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교과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고 징역 1년 등을 구형했지만 1월 19일 전주지방법원은 이들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사들의 행위는 선거나 정치운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공익의 목적에 반하는 게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혀 교과부와 검찰이 주장한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운동, 집단행동금지, 성실의무와 복종의 의무위반, 공직선거법위반, 교원노조법 위반 등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교사도 선거나 정당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국가정책을 비판할 자유와 권리를 가지며 이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의미이다.

이 사건 역시 애초 교과부의 내부 법률 검토에서조차도 불법이 아니라고 결론이 나와 고발이나 기소 당시부터 무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70명이 넘는 교사들이 똑같은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교사들 역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두 명도 아니고 70명이 넘는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무죄 선고를 받을 상황이니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검찰은 이 또한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교과부의 집단적 굴욕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⑥ 광우병 위험성 보도 <PD수첩> 명예훼손 등 무죄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검찰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에 대한 무죄 판결이다. 1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저앉은 소(다우너)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도한 것이나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관한 보도, 한국인이 유전자형으로 인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보도 등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나 수입협상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유가 충분했고,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나름대로 근거를 갖춰 비판했다"고 밝혀 의도적인 왜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PD수첩> 고소 건 역시 애초부터 언론의 정부 비판에 족쇄를 채우려는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있었다. 농식품부의 수사 의뢰로 시작된 수사 과정에서 기소 방침에 반발한 수사팀의 부장검사가 사직서를 내는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지난 13일에는 서울고법에서 시청 근처 상인 등이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거의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유죄를 공언하던 검찰과 정부로서는 씻을 수 없는, 최대의 치욕이다.

최근 정부 방침이나 검찰의 입장과 다른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서 정부와 검찰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우리법학연구회를 거론하며 '이념적 판사의 좌파적 판결'이라는 식으로 사법부를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는 하급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장에게 책임지라는 막말을 하고 있다.

보수적 시민단체는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집 앞까지 찾아가서 위협하고 나섰고, 급기야 판사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에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일련의 법원 판결에 대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도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면서 사법부와 검찰의 대립으로 보도하고 있다.

검찰-판사 대립 아니라 행정부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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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이 전국 일선 검찰청의 검사와 검찰수사관들과 함께 첫 화상회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정부나 보수언론들은 마치 같은 법조계 또는 같은 사법부 내의 검사와 판사의 갈등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다르게 검찰은 사법부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에 속하는 '정부기관'이며, 검사는 법무부 산하의 검찰청에 소속된 '행정부 공무원'이다.

그래서 검사의 상관은 검찰총장(현 김준규)이며,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이귀남)의 지휘명령을 받는 공무원으로 이들에 대한 모든 최종 인사권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사한다. 즉, 검사는 부장검사,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으로 이어지는 지휘명령 계통의 일부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대부분의 결정이 상관의 결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서 판사는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행정부가 아닌 독립된 사법부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판사 또는 재판부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 독립적으로 재판'할 권리를 보장하고 상급 법원(상급 판사)이 하급법원(하급 판사)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 사건 재판에 관여한 것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즉, 대법원장이라고 하급 판사에게 판결을 이렇게 하라고 명령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현재 이어지고 있는 검찰의 기소와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사법부 내 검사와 판사의 대립이 아니라 행정부에 속한 검찰과 사법부에 속한 재판부의 이견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것이 무슨 차이가 있고, 이것이 왜 중요한가?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초등학교 6학년 사회 시간에 배우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가 바로 '3권 분립'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써 국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통치조직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입법권은 국회에(제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제66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101조)에 속한다. 나라마다 구체적인 양상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권력분립은 국가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것이 작동하는 원리가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라는 것 역시 초등학교 6학년 때 배우는 내용이다. 중학교 사회시간에도, 고등학교 사회, 법과 생활 시간에 배워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중세 봉건시대나 전제제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3권 분립에 의해 서로 역할을 나누어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어 가는 것이 민주주의 당연한 원리다. 때문에 행정부, 특히 막강한 권력을 가져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에 대한 합리적 견제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며,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임이 명백하다. 그럼 검찰 권력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견제되고 있을까?

검찰 권력을 통제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사법부의 재판권

우리 나라 형사소송법은 제246조에서 '기소독점주의'라는 것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오직 검사만이 가진다고 하는 주의이다. 참여정부에서 논의되었던 공직자비리수사처나 경찰수사권 독립의 문제가 바로 이 기소독점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결국 좌초됐다.

반면, 검찰 조직이 행정부에 속하는 관료체제의 일부라는 점에서 관료주의적인 색채로 인해 불기소처분이 독단적으로 행해질 염려가 있어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고발인의 항고권과 고소인의 재정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아무리 큰 잘못이 있어도 일차적으로 검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재판에 회부하여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

또 다른 원칙으로 우리 형사소송법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검사에게 기소·불기소의 재량의 여지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 하에서는 공소 이후에도 취소가 가능하며, 범인의 연령·성행(性行),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법률이 채택한 이 기소편의주의는 자칫 검사의 자의나 독선, 또는 정치적인 압력에 의해 기소권이 남발되거나 반대로 범죄자가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단점이 존재한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관련 독재자들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것이 대표적으로 이 기소편의주의나 독점주의가 왜곡된 사례였다.

우리 법률이 채택한 이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검사는 형사처벌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아무리 죄가 큰 사람도 검사가 일단 기소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아무리 작은 범죄도 일단 검사가 기소를 하면 재판을 받아 형사처벌 유무를 따져야 한다. 이를 두고 검찰을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고소자에 한하여 검찰의 불기소에 대하여 재판부에 직접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 검찰 권력이라는 행정권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법부의 재판권이다. 즉, 검찰과 재판부는 같은 배를 탄 사법부 안의 식구가 아니라 서로 견제해야 하는 관계인 것이다. 물론 사법부의 재판 결과에 대해서 검찰은 3심까지 상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렇게 행정부인 검찰과 사법부인 판사는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검찰의 초라한 자화상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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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행동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권에 부역한 정치 검찰의 책임자 처벌과 자기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현재 사법부와 검찰의 대립, 더 정확하게는 사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노골적인 반감은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사법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행정부의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비판받고 있는 검찰의 초라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자료들이 몇 가지 있다.

① 검찰의 초라한 자화상1: 무죄율 사상 최고, 영장발부율 사상 최저

2009년 9월 법원행정처가 매년 편찬하는 '2009년도 사법연감'이 발표되었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한 무죄율은 사상 최대이고, 반대로 법원의 영장 발부율은 사상 최저이다.

2008년 1심 재판의 무죄율은 1.70%(23만 7234명 중 4025명)로 1999년 0.74%(18만 2557명 중 1347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인원 수로는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구속영장 발부율은 반대로 꾸준히 낮아져 2004년 85.3%였으나 2008년엔 75.5%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검찰의 또 다른 굴욕 장면이다.

그만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한 사례가 많고, 영장 신청을 검사가 무작위로 하는 사례가 많다는 방증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 수사 원칙 확대의 영향이라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무죄 선고율과 영장 기각률이 높아진 것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새로운 검찰의 수장인 신임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런 상황을 접하고 "무죄 선고율을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로 최근 미네르바 사건에서부터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이르기까지 무죄 판결이 속출하고 특히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해서는 70명이 넘는 교사들이 한꺼번에 무죄선고를 받을 상황에 있어 검찰이 좌불안석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② 검찰의 초라한 자화상2: 국민 민원 만족도 3연속 꼴찌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나타내는 정부 자료는 또 있다. 지난 해 3월 국무총리실 소속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해마다 1만명 안팎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 기관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내는데, 2009년에도 정부 기관 39곳에 대한 평가를 분석해 순위를 냈다.

이 평가에서 민원 행정서비스 만족도 분야에 있어서 검찰청은 경찰청과 함께 19개 청 단위 정부 기관 가운데 3년 연속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 주된 이유로 불친절과 권위적 태도 등이 지적됐다. 검찰에 대한 대국민 신뢰가 어떤 수준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 또한 검찰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적 능력을 가진 엘리트 집단인 검찰이 국민에게 가장 불신을 받는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③ 검찰의 초라한 자화상3: 무죄 판결에 따라 형사보상금 급증

우리나라 법률에는 형사보상금 제도라는 것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 국가로부터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 형사보상금이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2006년~2008년까지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하여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이들 지검이 법원의 무죄 판결로 지출한 형사보상금은 2006년에 16억원, 2007년에 15억이었다가 2008년 들어서는 51억여원으로 급증했다. 형사보상 건수도 각각 196건, 202건, 217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인하여 2008년에만 억울한 국민에게 51억의 혈세를 낭비한 것이다.

재판도 비판의 대상... 하지만 사법권 독립이라는 금도는 지켜야

판사가 내린 판결도 분명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실 관계를 오인하거나 법리를 잘못 적용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 특히 힘없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 판사 역시 재판을 할 때에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로 법률과 양심에 의하여 독립하여 재판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 검찰은 대통령에 속한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 사법부와 입법부의 견제를 받는 것이 당연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이다. 이는 초등학교 6학년도 아는 기본 상식이다. 이를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조선, 동아일보 기자들이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판사의 성향을 들먹이고 대법원장을 불러 놓고 판결에 책임지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금도를 지나도 한참 지나쳤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의하여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권력이 사법부를 산하기관으로 생각하여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여 재판부를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사법권독립 침해이다. 권력기관인 검찰은 먼저 높아지고 있는 무죄 선고율과 낮아지고 있는 영장 발부율에 대해서 반성하고, 대국민 민원 만족도가 왜 꼴찌 수준이고, 한 해 형사보상금을 50억이나 국민혈세로 물어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 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앞장 서서 판사의 성향과 이념을 들먹이면서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의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특히 그들이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재판에 관여하여 판사의 재판권 독립을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사법권 침해라는 이유로 신영철 대법관을 옹호하였던 것에 비추어보면 낮뜨거운 장면이다.

대한민국 최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검찰, 거대 정당 한나라당, 최대 부수 신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대오 각성이 기대된다.
#PD수첩 #검찰 #무죄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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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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