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에 기력이 펄펄

겨울철 점심메뉴로 제격인 수제비

등록 2010.01.21 12:01수정 2010.01.21 12:0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추운 겨울철이면 바지락 듬뿍 넣고 끓여낸 수제비가 생각난다. ⓒ 조찬현


추운 겨울철이면 바지락 듬뿍 넣고 끓여낸 수제비가 생각난다. 이런 날 후후 불며 먹는 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이면 기력이 펄펄 되살아날 듯싶다. 수제비는 겨울철 점심메뉴로 제격이다. 바지락을 넣은 바지락수제비, 북어를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 북어수제비, 새우 오징어 조개 등의 해산물을 넣은 얼큰하고 국물이 시원한 해물수제비도 좋겠다.


수제비는 밀가루를 조물조물 반죽하여 손으로 뜯어 넣어 맑은장국이나 미역국과 함께 끓여낸 음식이다. 오래전에 지인과 약속했던 수제비 잘하는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순천에서 구례 가는 길 터널을 지나 오른편으로 접어들었다. 병풍산과 마주하고 있는 송치마을 야산자락에 있는 '송치마을'이다. 업소이름이 마을 이름 그대로여서인지 정겨움이 묻어난다.  

a

싱싱한 오이를 골라 갖은양념에 그때그때 무쳐낸 오이무침 맛이 아주 그만이다. ⓒ 조찬현


a

항아리에 담긴 수제비다. 오지고 푸지다. ⓒ 조찬현


전망 좋은 장소를 확보하고자 사전에 예약을 하고 갖더니 테이블 세팅이 되어있었다. 찬은 달랑 두개, 오이무침과 무김치다. 가격은 2인기준 1만4천원이다. 주인장 배짱한번 두둑하다싶었다. 음식의 종가 남도에서 밑반찬 달랑 두 개 내어놓는걸 보면.

잠시 후 수제비가 선을 보였다. 항아리 채다. 오지고 푸지다. 찬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은 항아리수제비의 푸짐한 양에서 기선을 제압당한 느낌이다.

살갑게 느껴지는 손수제비다. 바지락과 미역을 넣어 끓여냈다. 국물이 유별나게 시원하다. 큼지막한 수제비의 식감도 좋다. 찬은 어떨까. 맛을 봤다. 오이무침이 상큼하니 살아있다. 큼지막하게 어슷썰기해서 식감과 미각을 잘 살려냈다. 손수제비와 썩 잘 어울린다.

a

살갑게 느껴지는 손수제비다. 바지락과 미역을 넣어 끓여냈다. ⓒ 조찬현


a

바지락 골라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 조찬현


미역과 바지락의 식재료도 수제비와 너무 잘 어울린다. 정말 맛있다. 포만감이 늘어갈수록 바지락 껍데기는 쌓여만 간다. 바지락 골라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지인은 최근에 알았는데 이곳에 벌써 4번째라며 "이집 음식이 원래 이렇게 푸짐하게 내어 놓는다"고 했다.


찬 또한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이무침과 무김치 달랑 두개뿐인데도 신기하게 오히려 만족감이 느껴진다. 열 반찬 내놓으면 무엇하랴싶다. 이렇게 입에 딱 맞는 찬이면 한두 가지로도 족한걸.

식후에 차는 덤이다. 원두커피, 쥬스, 녹차가 준비되어 있다.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 때문일까. 원두커피 맛이 유난히 좋은 집이다.

a

수제비 요리 12년, 주인장 유미숙씨다. ⓒ 조찬현

음식과 차 맛에 반해 주인장(47·유미숙)을 만나봤다. 오이무침이 아주 특별하던데 비법을 알고 싶다고 하자 "특별한 비법 없어요, 간 조절이에요"라는 간단명료한 답을 했다. 오이는 싱싱한 재료를 골라 갖은양념에 그때그때 무쳐내는 게 비법이었다.

"반죽도 손으로 하고, 떼어 넣는 것도 손으로 해요. 오이도 그때그때 무쳐요"

수제비 요리 12년, 한번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 듣고 알음알음 찾아온 손님들로 인해 이제는 명소가 되었다.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후덕해서인지 손이 크다. 음식을 푸짐하게 덥석  내어준다. 음식을 많이 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푸짐하게 드려 양껏 드시면 기분이 좋아져요."

a

식후에 차는 덤이다. 원두커피 맛이 유난히 좋은 집이다. ⓒ 조찬현


김치 한 가지를 손님에게 내어놓더라도 정성껏 만들어야지 성의 없는 많은 반찬 필요 없단다. 아이들 손님을 위해 돈가스 메뉴도 준비했다. 시내 업소를 가보니 너무 양이 적다고 느껴 돈가스 또한 큼지막하게 만들어 낸다고 한다. 지인은 돈가스도 맛있다며 추천했다. 언제 기회 있으면 꼭 한번 먹어볼 일이다.

수제비에 바지락만 넣었더니 밋밋해서 미역을 넣었다는 항아리수제비는 이들 식재료의 궁합이 잘 맞았다. 국물 맛이 개운하고 시원한 게 특징이다. 수제비가 생각날 때면 한번쯤 찾아가도 좋을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제비 #바지락 #항아리수제비 #돈가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