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야! 이리와~, 오소리가 말을 알아듣네!"

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오소리' 세 자매

등록 2010.01.22 21:06수정 2010.01.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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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는 "소리야! 이리와~ 이리와~" 부르자 말을 알아듣고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 조찬현

오소리는 "소리야! 이리와~ 이리와~" 부르자 말을 알아듣고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 조찬현

'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최근 희귀조류인 초원수리가 입원함으로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순천시 인월동 순천만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이하 구조센터)를 지난 19일 찾아가봤다.

 

해마다 순천만을 찾는 철새들은 220여 종이나 기록되어 있다. 그 중 25종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멸종위기 조류라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초원수리도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매년 겨울철이면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민물도요, 큰고니 등 수천마리의 물새들이 순천만에서 월동을 한다.

 

순천만에 '삵'이 살고 있다?

 

순천만에는 '삵'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양만권 환경연구소 차인환(43.생태연구실 실장)씨에 의하면 약 3년 전부터 순천만의 용산과 갈대밭 주변에서 삵의 배설물이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벵골살쾡이의 아종으로 고양이과에 속한 포유동물인 삵은 195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의 산간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종으로 환경부에서 삵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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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에 열중인 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이다. ⓒ 조찬현

근무에 열중인 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이다. ⓒ 조찬현

2년 전 이곳 구조센터에 다리가 절단된 삵이 들어왔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던 중 이틀 만에 안타깝게 폐사했다고 한다.

 

최근 철새들의 천국인 창원 주남저수지 주변 도로에서도 멸종위기종인 삵이 차량에 치여 죽은 채 발견되었다. 이에 환경단체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수리부엉이 등 40개체 입원치료와 재활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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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의 대형 조류로 머리에 난 귀 모양의 깃털이 특징이다. ⓒ 조찬현

수리부엉이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의 대형 조류로 머리에 난 귀 모양의 깃털이 특징이다. ⓒ 조찬현

구조센터 현관에는 박제된 희귀한 새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서 만난 순천시 환경보호과 이강복 소장(수의사)은 "박제를 하려면 문화재청에서, 멸종위기 종은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한다"라고 말했다. 2007년 문을 연 구조센터는 시민의식의 변화로 구조되는 동물의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구조센터 시설은 동물병원수준이다. 수술실, 치료실, 입원실, X-레이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어린 새인 초원수리는 이곳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에 있었다. 왼쪽 다리에 총상을 입어서인지 한쪽방향으로만 앉아 있다. 이 소장은 "초원수리는 재활훈련을 잘하면 날수는 있겠지만 어린 새여서 사냥기술이 부족해 방생 후 자연에서 살아남을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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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인 초원수리는 이곳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에 있었다. ⓒ 조찬현

어린 새인 초원수리는 이곳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에 있었다. ⓒ 조찬현

구조센터에는 수술을 받고 치료중인 독수리도 있었다. 이곳에서 구조되는 조류와 동물의 개체 수는 월평균 40여 개체라고 한다. 작년 한해만해도 약 400개체가 구조됐다. 구조된 동물은 주로 고라니와 너구리 등이다.

 

구조센터 내에는 현재 40개체가 입원치료와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수리부엉이 7마리, 독수리 5마리, 매 3마리, 큰 소쩍새, 올빼미, 말똥가리 등이다.

 

"오소리 키우느라 우유 값 많이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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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씨가 오소리는 어려서부터 젖을 먹여 키워서 특별히 애착이 간다고 한다. ⓒ 조찬현

최영민씨가 오소리는 어려서부터 젖을 먹여 키워서 특별히 애착이 간다고 한다. ⓒ 조찬현

포유류가 살고 있는 격리동으로 가보았다. 오소리 세 자매가 있었다. 이 녀석들은 사냥꾼이 발견해 구조센터에 데려왔단다. "소리야! 이리와~ 이리와~" 부르자 말을 알아듣고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오소리는 최씨가 껴안아도 얌전하게 그대로 있었다. 탯줄을 매단 채 순천 주암에서 지난해 3월 이곳에 왔다고 한다.

 

"성질나면 털을 세우거든요. 지금 뭔가 맘에 안든 거예요."

 

이 녀석들은 성질이 나거나 맘에 안 들면 털을 곧추세우곤 한다. 오소리 세 자매다. 최영민씨는 이곳에 살고 있는 조류와 동물들을 다 좋아하지만 특히 오소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오소리는 어려서부터 젖을 먹여 키워서 특별히 애착이 간다고.

 

"쟤들(오소리) 키우느라 우유 값 많이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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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끼일 때 발견돼 최영민씨가 우유를 먹여 애지중지 키운 수달이다. ⓒ 조찬현

어린 새끼일 때 발견돼 최영민씨가 우유를 먹여 애지중지 키운 수달이다. ⓒ 조찬현

격리동에는 수달도 있다. 수달은 지난해 5월 보성 홍교 다리 밑에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어린 새끼일 때 발견돼 최영민(38)씨가 우유를 먹여 애지중지 키웠다.

 

"처음 1개월은 우유를 먹이고, 그 이후에는 미꾸라지를 잘게 갈아 먹였습니다. 여기 온지 7개월여가 됐는데 이제 어미가 다 됐어요."

 

사육사인 최씨가 미꾸라지를 주자 수달 녀석이 덥석 물고 달아난다.

 

넓은 세상으로 훨훨... 독수리와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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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훈련중인 수리부엉이와 독수리가 횃대에 앉아 있다. ⓒ 조찬현

재활훈련중인 수리부엉이와 독수리가 횃대에 앉아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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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목 올빼미과로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큰소쩍새다. ⓒ 조찬현

올빼미목 올빼미과로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큰소쩍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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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산지나 암벽이 있는 산지 숲에 사는 큰말똥가리는 매목 수리과의 조류이다. ⓒ 조찬현

낮은 산지나 암벽이 있는 산지 숲에 사는 큰말똥가리는 매목 수리과의 조류이다. ⓒ 조찬현

재활훈련장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횃대에 앉아있던 수리부엉이 한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려본다. 바닥에 앉아있는 수리부엉이 녀석은 눈치를 살피며 깃털을 곧추세운다. 수리부엉이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의 대형 조류로 머리에 난 귀 모양의 깃털이 특징이다. 독수리는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른다.

 

다른 우리로 가봤다.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큰소쩍새 3마리가 횃대에 앉아있다. 한 마리는 방생예정이지만 두 마리는 눈을 다쳐 방생이 어렵다고 한다. 황조롱이, 큰말똥가리, 올빼미 등의 8개체는 치료가 잘돼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갈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밀렵도구나 교통사고, 농약중독, 기타 질병 등으로부터 조난 또는 부상당한 야생동물의 구조와 치료를 맡고 있다. 구조된 야생동물은 수술 치료와 재활과정을 거쳐 완치된 동물은 서식하기 적합한 장소에 밴드 등으로 표식을 해 방생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소리 #수리부엉이 #독수리 #순천만 #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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