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버럭' 이선균? 실제는 좀 달라요"

[인터뷰] <파스타> 촬영장소 '보나세라' 수석 셰프 박인규씨

등록 2010.02.02 11:31수정 2010.02.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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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파스타> ⓒ MBC


드라마 <파스타>가 인기다. 덕분에 파스타는 물론 이탈리아 음식과 셰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드라마 <파스타>의 촬영 장소인 보나세라의 수석 셰프 박인규씨를 지난달 30일 만나 이탈리아 음식과 실제 주방에 대해 물어보았다.

드라마 <파스타>의 배경인만큼 박인규 셰프에게서 극 중 주인공 '이선균'을 떠올릴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아래 인터뷰에 나와 있다.


"레스토랑 매상이 30% 정도 올랐다고 하더라"

박인규 쉐프가 요리하면서 입는 옷이다. 박인규 쉐프가 얼굴이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얼굴 사진은 찍지 못했다. ⓒ 박인규

- 드라마<파스타>가 인기다. 어떤가? 인기를 실감하나?
"셰프를 따로 찾는 건 없다. 지배인이 그러는데 레스토랑 매상은 30% 정도 올랐다고 하더라. 금요일 일요일은 아예 레스토랑 문을 닫고 촬영 장소로 쓰이는데도 매상이 올랐다. 보통 객 단가(고객 1인당 쓰는 돈)가 6~7만원이었는데 요즘에는 단가가 좀 더 낮은 파스타 위주의 단품이 많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주방과 홀 모두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런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은 없다."

- 최근 에드워드 권 등 한국도 셰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떤 것 같나?
"그저 그렇다. 지금은 변하고 있다지만 특별히 셰프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월급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외국에서는 요리사 친구를 두는 것이 굉장한 자랑거리다. 남자친구가 요리사라고 하면 모두들 부러워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요리사라고 말하면 '호텔이요?'라는 질문부터 먼저 나온다. 한국은 요리사라고 하면 '호텔' 요리사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외국은 레스토랑 요리사나 호텔 요리사나 똑같은 셰프로 인정받는다.

아직까지 한국 사람들은 요리사에 대한 존중보다 '어디서' 일하는지를 더 많이 따지는 것 같다. 단적으로 일본인들의 경우 작은 시골 마을이라도 본인이 그 곳의 문화와 더불어 요리를 익힐 때까지 몇 년이고 지내면서 직접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보통 유명한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배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부분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요리사를 채용하거나 레스토랑을 개업할때 경력보다 '증'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한국이다."

- 그래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건가?
"군대를 제대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때 멘토를 만났는데 그 분이 이탈리아 요리가 전망있다고 말했었다. 그 말에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다 싫증이 나 프랑스로 건너갔다. 다시 처음부터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그런데 프랑스 요리를 배우다 보니 이탈리아 요리가 그리워지더라. 이탈리아 요리는 프랑스 요리처럼 화려하고 멋있지 않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유럽에 계속 남아 경력을 쌓았다."


- 그럼 당신이 보기에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선 이탈리아 요리는 프랑스 요리와 달리 꾸밈이 없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리 시간도 최소화 한다. 드라마에서도 블라인드 테스팅이 나왔는데 데코보다 맛이다. 그게 이탈리아식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요리는 기본적으로 가정식과 레스토랑 음식에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프랑스 요리의 기본이 크림과 버터라면 이탈리아 요리는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참기름과 같은 것이다. 올리브 종류도 수백가지나 되고 생 올리브, 조리용 올리브 오일, 생선용 올리브 오일 등 그 종류만도 엄청나다. 식자재 종류에 따라 올리브 오일도 달리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 이탈리아 요리는 지역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맞다. 이탈리아 요리는 기본적으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한국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이탈리아 요리는 대부분 남부 지역의 음식이다. 양파, 고추를 많이 사용하고 파스타 위주의 요리가 많다. 어떻게 보면 한국 음식과 비슷한 면도 있다. 반면, 이탈리아 북부 추운 지역이다. 스위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따뜻한 음식이 많다. 그래서 스프나 리조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 그런데 쌀이 주식인 한국에서 리조또보다 파스타가 더 대중화가 되었다.
"아무래도 파스타가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면 요리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현지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것도 파스타의 장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파스타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애착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주방에서 리조또를 만들다 망치면 이탈리아 사람들도 쌀을 버린다. 그러나 파스타는 망쳤다고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스타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크다. 아무래도 그런 점 때문에 전 세계로 퍼진 것 같다." 

이탈리아 물은 석회가 함유돼 있어 더 맛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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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세라 보나세라 입구 ⓒ 황윤주


- 드라마를 보면 이탈리아 파스타와 한국식 파스타는 다르다는 내용이 나온다. 둘의 차이가 뭔가?
"우선 이탈리아 파스타는 소스가 적다. 두 번째로 이탈리아에서는 소스 양보다 소스 농도를 중시한다. 마지막으로 면을 삶을 때 물의 양을 중요시 여긴다. 면을 삶으면 면에서 전분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물의 끓는 온도가 달라진다. 물의 끓는 온도가 달라지면 면이 익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정도가 어긋난다. 그러므로 최상의 면으로 삶아내려면 면의 물의 양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야 쫄깃하고 맛있는 면이 된다. 그리고 이건 속설인데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때 사람들이 '이탈리아 물은 석회가 함유되어 있어 다른 곳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맛있다'라고 말하곤 했다."

- 하하 재미있네. 그럼 그런 내용을 드라마에 자문해주는 건가?
"그렇다. 요리 신이 있을 경우 양주 세트장으로 직접 간다. 그런데 작가는 우리 쪽 셰프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나를 비롯해 약 10여명의 셰프들과 이야기를 한 뒤 대본을 수정한다. 드라마 에피소드 중에 공효진이 바지락을 이용해 이탈리아 대사에게 봉골레를 요리하는 신이 있는데, 그 부분 대본을 보고 내가 이의를 제기했다. 원래 대본에서는 "이탈리아 파스타는 모시조개만 사용해"였는데 "이탈리아 파스타는 모시조개도 사용해"로 바뀌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바지락을 사용해 봉골레를 만든다. 봉골레의 정식 명칭은 'vongole veraci'인데 'veraci'라는 말이 바지락이라는 뜻이다."

- 그럼 이선균이 '버럭' 하는 것도 실제로 있는 일인가?
"음, 그건 아니지만 주방에서 인상을 쓰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도 나왔듯이 주방에서 실제로 음식을 서브하는 시간은 단 2시간이다. 손님은 시간을 정해놓고 오는 것이 아니다. 주문 후 바로 음식이 나가려면 아무래도 모두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이건 세계 어느 주방이나 마찬가지다. 일종의 군기를 잡는 것이다. 우리는 오픈 주방이라 '버럭' 화를 내지는 않지만 표정이나 말로 단호하게 지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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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안 주방에서는 남자와 여자 모두 동등하게 일한다. ⓒ 황윤주


-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 주방에서는 여자가 주방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실제 주방 분위기는 어떤가?
"그런 건 없다. 지금 우리 주방에서 세 명의 여자 요리사가 있다. 물어보니 실제로 그런 차별은 없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여자 요리사는 남자 요리사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주방에서는 모두 똑같이 일해야 한다."

- 그렇게 주방에서 계속 함께 일하다 보면 드라마처럼 연애 감정이 생길 수 있겠다.
"(웃음). 실제로 연애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는 이탈리아 랭귀지 스쿨에서 아내를 만났지만 주방과 홀 사람들이 만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니 음식 맛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연애 감정으로 변하는 것 같다. 물론 주방 사람들끼리도 연애를 한다. 보통 그런 경우는 일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비밀로 한다."

요리사 자부심은 이탈리아인이 최고

- 또 드라마와 실제 주방의 닮은 점은 무엇이 있나?
"드라마 속 한상식 역할이 '안티파스토 어시스트'다. 실제로 이탈리아 요리사들은 주방에 들어가면 '안티파스토 어시스트'부터 시작한다. '안티파스토'란 에피타이저를 지칭하는 이탈리아어이다. 주로 차가운 요리인 에피타이저부터 다루고 식자재를 다듬는 일부터 한다. 그래야 재료를 많이 볼 수 있고 조리되지 않은 재료를 다루면서 식자재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약 3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파스타를 요리하게 되고 그 후 메인을 담당하게 된다. 메인은 주방 상황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위치로 주로 부주방장이 맡는다. 드라마 속 금석호가 바로 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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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세라 테이블 맛은 소박하지만 멋도 함께 추구하는 것이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 황윤주

- 실제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야 셰프의 자부심으로 커버가 된다. 그러나 요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컴플레인은 힘들다. 가령, 원래 미지근하게 먹어야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왜 미지근하게 조리했느냐며 따지는 경우가 있다. 혹은 해산물 파스타에 모짜렐라 치즈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치즈가 신선한 해산물 향을 지우기 때문에 보통 해산물이 들어가면 치즈를 넣지 않는다. 요리사는 손님이 최상의 맛을 즐기도록 다 배려해 음식을 내보낸다."

- 자부심이 대단하다.
"나도 그렇지만 요리사의 자부심은 이탈리아인이 최고다. 프랑스 요리사도 못 따라간다. 보통 외국에 나가면 호기심에 현지 음식을 먹게 된다. 그러나 이탈리아 요리사는 항상 자국 음식만 고집한다. 파리에 가도 파스타나 피자를 먹는다."

- 그럼 당신이 가장 자신있는 파스타는 무엇인가?
"가장 자신 있는 파스타는 '로마식 까르보나라'이다. 로마식이라고 이름이 붙는 것은 우리가 아는 까르보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달걀 노른자, 양치즈와 소치즈를 섞은 것, 소금물과 후추만을 넣어 만드는 것이다. 크림이 안 들어간다. 크림이 없는 상태에서 걸쭉한 농도를 만들어야 하므로 테크닉이 중요하다. 쉽지 않은 파스타이다. 이탈리아에 있을 때 내가 만든 로마식 까르보나라를 맛 보고 이탈리아 손님이 감동했다며 특별 팁을 주었다."

-가장 자신 없는 파스타는?
"봉골레. 한국 사람들은 짠 맛에 굉장히 예민하다. 조개를 해감한다고 모두 같은 맛(염도)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염도 차이가 있으므로 만들 때마다 신경써야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요리사로써 대중적으로 다가가고 싶어 이탈리아 음식을 선택했다. 신기하게도 유독 강남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몰려있다. 강남 이외에도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대중화시키고 싶다."

박인규 수석셰프는 드라마 속 셰프와 많이 달랐다. 여자를 무시하지도, 고압적이지도 않았다. 인터뷰 도중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 소리 좀 줄여달라고 말하자, 여자 종업원에게 아주 정중하게 부탁을 하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땐 아주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자부심이 강하지만 겸손한 셰프다. 인터뷰 질문지를 프린트 해 꼼꼼하게 답변을 적어오는 성실함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항상 새로운 파스타 소스, 메인 디쉬 소스를 연구한다는 그를 보며 한국의 레스토랑 셰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를 한 박인규 수석셰프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약 7년 정도 이탈리아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도산공원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뷰를 한 박인규 수석셰프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약 7년 정도 이탈리아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도산공원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파스타 #보나세라 #봉골레 #이탈리아 #까르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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