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알림e' 찾는 길 너무 어려워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 직접 이용해보니

등록 2010.02.04 11:34수정 2010.02.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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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여자 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10세 미만의 여자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방문 학습지 교사, 자신이 돌보던 여자 어린이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경기도의 한 보육원 원장 등 지난해에는 충격적인 아동 성범죄 사건이 유독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가족부는 2010년 1월 1일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경찰서에서만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을 만20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란다.

성폭행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딸 아이가 집에 돌아와 가방끈을 풀 때까지 한동안 조바심이 일곤 했던지라, 보건복지가족부의 이 발표가 (딸을 가진 부모로서) 무척 반가웠다.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 방문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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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가족부 정책마당 '아동청소년' 목록, 청소년 성보호정책에 들어가면 2008년 2월 3일 이전에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형이 확정된 사람들의 명단을 볼 수 있다. ⓒ 보건복지가족부홈페이지


'어떤 식으로 공개할까?' 1월 1일,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 오른쪽 '정책마당' 메뉴에서, '아동청소년' 목록 '청소년 성보호정책' 메뉴에 들어가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신상공개를 클릭해 겨우 이름(한자 포함) 나이, 사는 곳, 직업 등이 기재된 명단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꿨다. 사진도 없을 뿐 아니라 글씨조차 알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건복지부 설명을 듣고서야 2008년 2월 3일 이전에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만을 따로 공개한 사실을 알게됐다.)

'겨우 이정도? 대체 이걸로 무얼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거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에. 막말로 사진으로 본 사람도 눈에 띄는 특징이 없으면 길에서 다시 봐도 알아볼 수 없는데."

그러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신상공개' 공식사이트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였다. 공개는 올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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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행범인터넷신상공개열람사이트-성범죄자 알림e(http://www.sexoffender.go.kr/) ⓒ 보건복지가족부홈페이지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 열람 제도가 시작된지 보름이 지난 1월 15일,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청소년 등의 딸을 둔 지인 9명에게 "2010년 1월부터 인터넷에 성범죄자의 얼굴을 비롯한 신상정보가 공개된다는 것을 아는가?"라고 물어봤다. 대부분 "뉴스를 봐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열람을 시도해 봤거나 열람해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에게 보건복지가족부 발표를 바탕으로 해당사이트를 이용한 다음 그 '이용후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30대 후반 K씨(초등학교 6년 딸), 30대 중반의 A씨(6살, 4살 딸), 40대 중반의 S씨(초등학교 고학년 딸), 40대 중반 M씨(초등학교 3학년 딸) 등이다.

K씨(서울 불광동)는 인터넷 이용 10년차. 어지간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아내고 필요한 정보들을 블로그 등의 게시판에 올릴 만큼 인터넷 이용에 능숙한 편이다. 그런데도 보건복지가족부의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앞뒤로 메모한 내용을 보여주었다.

K씨는 네이버에서 '아동성폭력범 공개사이트'라고 검색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어경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단다. 하지만 경찰청 홈페이지에서도 아동 성폭행범 신상공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1월 31일 현재도 마찬가지,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안내가 없다.)

K씨는 '아동성폭력'을 검색, '해바라기아동센터(http://www.child1375.or.kr)라는 곳을 알게 됐다. 그러나 '아동 성폭행 방지' 혹은 '아동 보호'와 관련된 사이트임에도 아동성폭력범 신상공개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었었다. K씨는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링크된  '한국성폭력상담소', '지역아동정보센터','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여성부' 등 15개 사이트에 들어가 봤지만 관련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단다.

엄마들 "해당 사이트 찾기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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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를 검색하면 '성범죄자 알림e'가 검색된다. ⓒ 다음화면캡쳐


"검색으로는 아동성폭행범 신상공개 사이트를 찾기 힘들다.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공개 사이트에 대한 관련 정보가 거의 없더라.  다른 포털사이트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청이나 여성부, 아동센터 등 관련된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정보가 없었다. 포털사이트 뉴스에서  '성범죄자 알림e'라는 말을 찾아서 겨우 사이트를 찾았다."

홈페이지 제작 관련 일을 했던 A씨(유치원생 6살, 4살 딸을 둠)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어디로 가면 볼 수 있는지 찾기 힘들었다. 겨우겨우 찾아내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에서 인증까지 하고 들어가 봤는데, 단 한사람도 등록되어 있지 않아 좀 놀랐다. 몇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어떻게 한명도 등록이 돼 있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A씨는 '성범죄자 알림e'에  2010년 1월 1일 이후 형이 확정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명단이 공개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을 이용해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신상공개사이트를 찾았던 엄마들은 대부분  "해당사이트를 찾기 힘들었다"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인터넷에 능숙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반인들이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에서 '성범죄자'라고 검색하면 '성범죄자 신상공개(사이트)'와 함께 제일 아래 '성범죄자 알림e'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의 지난해 뉴스를 바탕으로 찾아보라고 하면 대부분  '아동성폭행(범)' 혹은 '아동성폭력(범)'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들 '아동성폭행(범)' 혹은 '아동성폭력(범)'을 넣어 검색하면 성범죄자 공개에 관한 정보가 없거니와 관련단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또한 '성범죄자'라고 검색하면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 '국가청소년위원회' '보건복지가족부 신상공개' 등이 자동 검색되지만 이들을 개별 클릭해도 '성범죄자 알림e'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말한 대로 경찰청에도 관련정보가 없다.

'일반인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말을 이용하여 사이트를 만들었다면 훨씬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근데 왜 경찰청 사이트에는 안내가 없지?

또하나 지적할 점이 있다. 이전에 성범죄자 신상 열람을 경찰서에서 할 수 있었다. 아동성폭력(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범죄다. 아동성폭행과 함께 반드시 떠올리는 것은 경찰서이다. 이 때문에 K씨는 경찰청 사이트에만이라도 반드시 '성범죄자 알림e'를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도중에 '13세미만 아동 장애인 성폭력사건을 전담 처리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 경찰청 원스톱 지원센터'와 어렵게 통화를 했다.

담당자에게 경찰청 사이트에서 '성범죄자 알림e'를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하자 "좋은 생각이다. 게시판에 민원을 넣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거듭 말했지만 대답은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법무부 사이트에 가서 확인해 봤지만 역시 안내가 없었다.

꼭 이런 부분이 민원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할까?  경찰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제발 바라건대 정부 각부처들이 모양새 갖추기에만 머물지 말고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팍팍 움직여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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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행범 신상공개 시작인 2010년 1월 30일 현재 등록된 열람대상자는 없다. ⓒ 보건복지가족부홈페이지


지난달 22일과 27일, 아동성폭행범 인터넷 신상공개와 관련 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 안전과에 전화, 관련된 내용을 문의했다.

- 지난해(2009년) 12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2010년 1월 1일부터 아동청소년 성폭행범들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2010년 1월 1일부터 '성범죄자 알림e(http://www.sexoffender.go.kr/)에 아동과 청소년대상 성범죄자들의 신상이 공개돼 열람할 수 있다"

- 아동성폭행범 인터넷 신상공개 대상과 공개 범위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이나 강제추행, 성 매수, 성매매알선영업행위, 음란물 제작, 배포 등의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 재발 가능성이 있는 자들로 법원이 등록 판결을 내린 사람들이다. 집행유예자는 등록과 함께 열람할 수 있다. 징역과 같은 형 집행을 받은 사람들은 판결과 함께 등록만 되고, 형을 모두 받은 후 출소와 함께 열람할 수 있다. 징역 3년 초과자는 10년, 징역 3년 이하인 자는 5년 동안 열람할 수 있다. 성범죄자의 사진 및 키와 몸무게, 시·군·구 읍·면·동까지 기재된다. 등록대상자, 취업제한 등에 관한 것들이 '성범죄자 알림e'에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 2010년 1월 24일 현재, 시행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단 한사람도 등록되지 않았다. 지난해는 물론 최근 몇 년 꽤나 많은 아동성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올 1월 1일부터 시행, 법의 발효일인 1월 1일 현재부터 지금까지 법원으로부터 등록 판결을 받은 사람이 한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이라도 당장 등록 판결 명령을 받은 사람이 통지되면 바로 등록될 것이다."

- 몇 사람에게 보건복지가족부의 뉴스만을 바탕으로 해당사이트를 검색하라고 하자 대부분 '아동성폭행(범)'이나 '아동성폭력(범)'이란 말을 떠올렸지 '성범죄자'라는 말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성범죄자 알림e'를 모르면 접근하기 힘들다. 현재 TV에서 아동성폭행 관련 공익광고가 나가고 있다. 자막 하나만 넣어도 훨씬 찾기가 쉬울 것 같다.
"현재 모든 포털사이트에서 '성범죄자'라고 검색하면 '성범죄자 알림e'라는 말이 쉽게 보인다. 한글주소창검색 연결은 차후 생각해 보겠다. 성폭행(범)이란 말 자체가 범죄와 관련 되다보니 사이트개설 제한을 받았다. TV광고를 하기는 재정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지역 유선방송을 통해 지난해부터 계속 알리고 있다. 지하철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계속 홍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성범죄자 인터넷 신상공개 도입 초기라 부족한 점도 있을 것이다. 단점이 보이는 대로 계속 수정, 보완해 가겠다."

-  보건복지가족부에 과거 아동청소년 성폭행범 명단이 공개되고 있는 걸로 안다.
"그동안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경찰서에서만 할 수 있었다. 2000~2006.2.3일까지 이들 명단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개했었고, 2006.6.30일부터는 경찰서에서 사진까지 공개하는 등의 제도가 시행됐다. 이번 인터넷 신상공개와 관련 그동안 공개했던 사람들 명단을 일정기간 공개할 필요가 있어서 2009년 12월 30일부터 2010년 6월까지 공개하게 된 것이다. 2010년 6월 이후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 인터넷이용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인터넷이용이 어렵거나 제한을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2011년부터 우편고지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13세미만 아동 부모들에게 지역에 해당하는 성범죄자를 우편으로 알려주는 제도이다."

- 아동청소년만이 아닌 성인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도 필요할 것 같다.
"확실한 답을 할 수 없으나 현재 법무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성범죄자 알림E #아동성폭행범 신상공개 #조두순사건(나영이사건)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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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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