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떡방앗간 풍성하지만 찾는 이 적어 아쉬움

등록 2010.02.13 17:52수정 2010.02.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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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과 추석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어머니를 모시고 읍내에 있는 떡방앗간에 가는 것입니다. 2000년부터 이 일을 했으니 올해로 11년째입니다. 설 앞날 아침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떡방앗간에 가면 오래 기다려야하지만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2000년 초반에는 5시간까지 기다렸는데 몇 년 전부터는 3시간 정도 기다립니다.

 

오늘(13일)도 어김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읍내 떡방앗간에 갔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떡을 전날 맡겨놓고 가기 때문입니다. 기다릴 필요도 없고, 다 해놓으면 와서 찾아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맡기는 것보다 떡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십니다. 어머니 신념이 이렇게 확고하니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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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만들기 위해 쌀을 빻고 있습니다. ⓒ 김동수

떡을 만들기 위해 쌀을 빻고 있습니다. ⓒ 김동수


떡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떡쌀을 빻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절구에 절구공이로 쌀을 찧던 기어이 납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 기계로 빻습니다. 떡쌀을 빻는데 금방입니다. 절구에 절구공이를 쌀을 찧을 때는 몇 시간을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편하기는 하지만 사람냄새는 모습은 없어 아쉽습니다.

 

역시 떡방앗간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할머니 몇 분이 떡방앗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아들 자랑, 딸 자랑. 그리고 손자 손녀 자랑까지 끊이지 않습니다. 옆에서 듣다보면 두 세 시간이 지겹지 않습니다. 떡을 다 하면 함께 나누어 드시면서 나라 돌아가는 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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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방앗간에 모인 할머니들 ⓒ 김동수

떡방앗간에 모인 할머니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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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시루떡을 함께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 김동수

호박시루떡을 함께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 김동수

 

"야 누집 떡이고. 참 맛있다."

"우리 집 떡이다. 시루떡에는 말린 호박이 넣어야 하는데. 말린 호박이 없어서 고마-그냥이라는 경상도 사투리-생호박을 넣었다. 생호박을 넣어 떡이 좀 무르다."
"괜찮다. 맛있다. 콩도 적당하게 들어가고."
"하지만서도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것을 안 먹는다 아이가."
"하모. 그래도 우짜노 떡 보다 맛있는 것이 많은데."

"그런데 요즘 나이든 사람이 참 편하게 살더라."

"나라에서 많이 나오더라."
"그게 다 노무현이가 다 해놓은 거다. 알것나."

"그렇다고 하더라."

 

할머니들 말을 듣고 있는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복지제도에 대한 도움을 지금 받고 있다는 말이 마음 한켠 아팠습니다. 떡을 지면서는 나는 김 때문에 방앗간이 김으로 자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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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방앗간에는 김이 가득하고, 떡을 만드는 일이 분주합니다. ⓒ 김동수

떡방앗간에는 김이 가득하고, 떡을 만드는 일이 분주합니다. ⓒ 김동수

떡을 지면서는 나는 김 때문에 방앗간이 김으로 자욱합니다. 바깥에 조금 나갔다 들어오면 안경이 김이 스려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전에는 발딛을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텅 비어 있는 모습이 왠지 아쉽습니다. 시루떡이 다 되었습니다.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 누구집 시루떡인지 모르겠지만 무려 시루떡을 10판이나 했습니다. 정말 대가족이 아니면 요즘 이렇게 많은 떡을 하는 집이 없습니다. 요즘도 이런 집이 있다니 참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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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박시루떡 ⓒ 김동수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박시루떡 ⓒ 김동수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계단에 쌓아놓은 떡상자를 보면 압니다. 몇 년까지만해도 계단이 떡상자가 가득해 발딛을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텅비어 있습니다. 계단뿐만 아니라 떡방앗간 입구까지 떡상자로 가득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떡을 많이 먹으면 쌀 소비량도 줄어들 것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떡을 설날같은 명절만 아니라 평소때도 많이 먹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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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맡겨놓으면 떡을 만들어 줍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계단에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 김동수

떡을 맡겨놓으면 떡을 만들어 줍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계단에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 김동수

오래만 인절미를 만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수씨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갔는데 인절미를 했습니다. 요즘은 인절미도 기계로 뽑는데 손을 만들었습니다. 손으로 자른 인절미 참 맛있었습니다. 인절미를 자른 떡집 주인 아주머니 솜씨가 대단했습니다. 음식 맛은 손맛이라고 했는데 역시 기계로 자른 인절미보다 손으로 자른 인절미가 맛있습니다. 인절미를 많이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는 옛날 어른들 말씀이 생각납니다. 옛날에는 인절미도 집에서 손을 만들었습니다.

 

"사돈 어르신 인절미가 참 맛있습니다."
"예. 맛있다니 고맙습니더."

"요즘은 기계로 인절미를 자르는데 오늘은 손으로 잘라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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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를 만드는 모습.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 ⓒ 김동수

인절미를 만드는 모습.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 ⓒ 김동수

무려 3시간을 기다린 후 우리 집 떡이 나왔습니다. 우리 집 떡은 찹쌀 시루떡입니다. 어머니는 오직 이 떡입니다. 다른 떡을 해 먹자고 해도 오직 찹쌀 시루떡입니다. 언제쯤 다른 떡을 먹을 수 있을까요. 떡을 자르는 아주머니 솜씨도 얼마나 빠른지 하기사 손놀림이 빠르지 않으면 설날같이 바쁜 날 밀려 오는 손님들을 당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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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찹쌀 시루떡을 보고 있습니다. ⓒ 김동수

어머니께서 찹쌀 시루떡을 보고 있습니다. ⓒ 김동수

 

"어머니 오늘까지는 찹쌀 시루떡을 해 먹고 추석부터는 다른 떡을 해 먹어요."
"찹쌀 시루떡보다 더 맛있는 것이 어디 있나."
"그래도 해마다 찹쌀 시루떡. 이제 좀 질려요."
"비싼 떡 해도 맛 없더라."

"그것은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돈 많이 준다고 떡이 맛있는 것은 아니지요."

 

어쩔 수 없이 추석 때도 찹쌀 시루떡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설날 떡방앗간은 풍성한 것같지만 갈수록 찾는 이들이 적어 아쉽습니다. 설날 떡방앗간이 풍성할수록 우리들 마음도 풍성 할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설날 #떡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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